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6.02.12 11:50
지난 10일(현지시각) 대북 제재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미국의 상원 의회<사진=AP뉴스영상캡쳐>

올 들어 제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하며 '세계의 악동'이 돼버린 북한에 대해 미국의회는 '북한 제재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조치는 북한과 경제교류가 왕성한 중국은 물론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이어질 수 있는 역대 가장 강도높은 조치가 포함됐다. 북한에 대한 국제 사회의 채찍이 자칫 미국과 중국, 미국과 러시아의 대립으로 확대될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 상원 의회는 만장일치로 대북 제재안을 의결했다. 이번 제재안은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국가 및 기업 제재) 조항이 담겨져 있다. 과거 미국이 유럽연합과 함께 이란을 상대로 실시했던 제재안과 유사한 강도높은 조치다. 

하지만 과연 미국이 이란에 적용했던 수준의 세컨더리 보이콧을 그대로 실행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북한의 주요 교역 대상국인 중국과 러시아에 제재가 불가피해, 미국 입장에선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오바마 행정부에게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 돈 줄 막는 ‘세컨더리 보이콧’, 이란을 무너뜨리다

이란의 핵개발 포기와 개방을 이끌어내는 데에는 미국과 유럽연합의 이른바 ‘독자 제재’가 톡톡한 역할을 했다. 유엔(UN)이 이란의 무기 거래나 핵개발에 대하 여러 가지 제재 조치를 채택해 실행했지만 큰 실효성이 없었던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그 이유는 미국과 유럽연합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이란의 ‘경제’에 직격탄을 날렸기 때문이다. 

중동의 대표적인 산유국이었던 이란의 석유 수출을 원천 봉쇄했고, 이란의 석유 수출량은 1000억달러에서 250억달러로 급감했다. 또한 이란의 수입 경로를 차단하자 소비자 물가가 폭등하는 등 이란은 혹독한 경제적 시련에 직면해야 했다. 

이란은 철저히 고립되기 시작했고 경제가 술렁이면서 권력층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급격히 확산됐다. 이것이 이란 독재체제의 붕괴와 개혁개방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다수의 평가다. 미국에서는 일찌감치 북한에 대해서도 이란 방식을 취했어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 이란과 달리 美 행정부 재량...상원에서도 '격론'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 상원을 만장일치로 통과한 대북 제재 법안(H.R. 757) 역시 세컨더리 보이콧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의 무기 및 관련 기술 거래는 물론, 북한과의 사치품이나 광물자원 거래 등을 모두 막을 수 있는 내용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체제 유지에 필요한 비용 확보에 차질을 빚게 돼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하지만 미 상원 의회에서는 격론이 있었다.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을 ‘의무화’하는 것을 두고 이견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대선 출마를 포기한 랜드 폴(Rand Pual) 상원의원 등 대북 강경론자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오바마 행정부가 실행하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하며 막판까지 제재안 수정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결국 오바마 행정부를 감시하는 수준의 조항에서 그치고 말았다. 데이비드 펄듀(David Perdue) 상원의원은 이란에 대한 유사한 수준의 제재안이 실행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 결국 중국 기업 제재여부가 관건

상원 의회가 세컨더리 보이콧을 의무화시키지 않고 오바마 행정부에 적용에 관한 재량권을 부여한 것을 두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중국을 의식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북한의 대외 무역의 구조에 있다. 

북한의 연간 대외무역 규모는 70~80억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가운데 중국과의 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70~80%인 60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 즉, 미국의 독자 제재가 사실상 중국에 대한 독자 제재나 다름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현재 북한과 중국의 교역을 보면, 주로 북한은 철광석이나 무연탄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고 중국으로부터는 식량과 필수 소비재 등을 수입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가 실행되지 않는 이상 미 상원의회의 대북 제재안은 실효성이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이번 만큼은 중국에 대해서 강력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대선전에서 미중 관계의 재편과 중국에 대한 전략 선회가 화제로 급부상하고 있는만큼, 민주당 대선 주자들을 위해서라도 보다 강경한 대중 정책을 전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미일 3국간의 공조에 의해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란을 마련해 북한에 대한 봉쇄 수위를 높여나갈 개연성도 높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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