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진석 기자
  • 입력 2019.03.25 13:26

엘리엇, 주주들 20% 이하로 지지해…제안 표결서 모두 참패

22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본사에서 열린 현대차 제51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원희 대표이사 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22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본사에서 열린 현대차 제51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원희 대표이사 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뉴스웍스=손진석 기자]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22일 개최된 현대차·모비스 주주총회에서 참패했다. 주총 전 8조원이 넘는 막대한 배당금을 요구하며 주주들을 자극한 엘리엇은 탐욕스런 헤지펀드의 민낯을 보여주며 지지세가 축소돼 기대와 달리 제안 표대결에서 모두 패했다.

22일 개최한 현대차·모비스 주주총회는 두 회사 이사회에서 제출한 안건들이 원안 그대로 통과됐다. 현대차·모비스와 엘리엇이 대립한 주요 쟁점 안건들은 서면으로 표결이 진행됐고, 개표 결과에서는 현대차·모비스 양 회사의 안건들이 모두 채택이 됐다.

결과적으로 엘리엇의 안건에 찬성한 주주들은 20% 안팎에 그쳤으며, 각각 40%정도를 차지하는 현대차·모비스 외국인 주주들은 양 사의 손을 들어주고, 엘리엇의 제안을 외면한 셈이다.

이번 주총에서 엘리엇이 제안한 8조원을 웃도는 엄청난 고배당 안의 통과가 가장 관심을 모은 이슈였다.

현대차 이사회는 보통주 기준 1주당 3000원의 현금배당을 제안했고, 엘리엇은 같은 기준으로 1주당 2만1967원, 총 4조5000억원의 배당을 제안했다. 우선주 배당금을 포함하면 총 5조8000억원에 달하는 배당안이다.

엘리엇이 제안한 배당안을 현대차가 지난해 기록한 당기순이익 1조6450억원과 비교하면, 배당금 규모는 순이익의 3.5배를 넘는다.

두 배당안의 서면표결을 진행한 결과, 현대차 이사회 안은 86%의 찬성률을, 엘리엇 안은 13.6% 찬성률을 보여 현대차 안이 주주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현대차 사외이사 선임 표결에서도 현대차가 추천한 3인 모두 최고 90%의 찬성을 받은 반면 엘리엇이 추천한 후보들은 모두 탈락했다.

모비스 주총에서도 모비스 이사회 배당안은 69%의 찬성을 얻어 가결됐지만, 엘리엇의 배당안은 11% 찬성에 그쳤다.

모비스 사외이사 선임 안건도 엘리엇이 제안한 후보 2명 모두 통과하지 못했고, 이사 수를 9명에서 11명으로 늘려 독립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제안도 21% 찬성으로 결국 부결됐다.

원안대로 현대차 사내이사로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과 이원희 현대차 사장,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 3명이 선임됐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현대차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차후 열릴 이사회에서 논의를 통해 신규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정 부회장은 현대모비스도 사내이사로 선임됐으며, 대표이사에도 올랐다.

◆엘리엇이 주총서 참패한 이유는?
지난해 5월 엘리엇은 현대차가 추진하던 지배구조 개편에 이의를 제기하며 임시주총 취소를 얻어냈다.

하지만 이후 10개월 만에 열린 22일 정기주총에서는 참패하고 말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주총에서 엘리엇이 참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의결권 자문사들이 엘리엇보다 현대차그룹에게 유리한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의결권 자문사들이 현대차그룹에 우호적인 의견을 낸 이유로는 경영진들이 추진하는 지배구조 개선, 이사회 혁신, 책임 경영 등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엘리엇 측이 주장하는 주주 환원 확대는 표면적인 것일 뿐, 실제로는 높은 고배당을 통해 현대차에 대한 투자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엘리엇이 행동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상은 헤지펀드"라면서, "엄청난 고배당을 요구하는 것은 현대차그룹에 투자함으로 발생한 투자손실을 빠른 시간 내에 줄이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주총에서 대부분의 주주들은 엘리엇의 고배당 요구와 사외이사 진입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으로 판단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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