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19.03.27 14:48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주권 인정한 미 행정부 결정을 확고히 반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방어전에서 점령했다면 우리 것"

골란고원.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골란 고원에 대한 ’이스라엘 주권’을 인정을 선포하자 시리아 정부가 이에 반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긴급회의 개최를 요청했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유엔 주재 시리아 대표부가 안보리에 보낸 서신을 입수했다"면서 "이번 회의 소집 요청은 골란 고원의 점유 상황과 영구 회원국인 이스라엘의 결의안 위반사항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안보리 의장국인 프랑스는 현재까진 긴급회동 개최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로이터통신은 외교 소식통을 인용, 시리아의 요청에 대해 안보리에서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골란 고원은 1967년 중동전쟁 당시 이스라엘이 시리아에서 빼앗아 1981년 강제 병합한 영토다. 지난 21일 트럼프 대통령은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이번 서명 이후 시리아 곳곳에서 항의시위가 벌어지고 있으며 아랍권 등 국제사회도 일제히 반대하고 나섰다.

수도 다마스쿠스를 비롯해 최대 도시인 북부 알레포, 중부의 홈스와 하마, 남부 스웨이다와 다라, 골란고원 부근 꾸네이트라 등 시리아 각지에서 '골란은 시리아다'라며 항의 시위가 잇따라 열렸다.

중동·아프리카 아랍권을 대표하는 아랍연맹의 아흐메드 아불 게이트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미국의 선언은 시리아 영토라는 골란 고원의 법적 지위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규탄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이 불법점령한 골란 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한 미 행정부의 결정을 확고히 반대하고 규탄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도 "이번 조치는 모든 국제 절차를 무시한 것"이라면서 "이는 중동 지역에 새로운 긴장의 물결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역시 "골란 고원의 지위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달라지지 않는다"며 "골란고원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영국·프랑스·벨기에·독일·폴란드 등 유럽 국가들도 골란 고원이 이스라엘이 점유하고 있는 시리아의 영토라는 입장을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골란 고원에 대해 "방어전에서 점령했다면 우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 인근 벤구리온 공항 착륙 전 기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골란 고원 이스라엘 주권 인정 포고문 서명을 거론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점령한 영토는 소유할 수 없다고 모두들 말하지만, 이번 일은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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