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2.16 14:37
명나라 창업자 주원장의 부인 마황후(馬皇后)의 초상이다. '마각(馬脚)'이라는 한자 낱말이 그녀의 남달리 큰 발에서 비롯했다는 설이 있다.

‘진짜 모습을 드러내다’, 또는 ‘흉한 제 꼴을 남에게 들키다’ 등의 표현에 따르는 단어가 마각(馬脚)이다. 마각은 곧 말의 다리라는 의미다. 말이 사람 말을 알아들으면 억울하겠지만, 마각은 어쨌거나 결코 좋지 않은 뜻의 단어다.

그 연원은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다. 당(唐)나라 때 유행한 놀이에서 비롯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전설상의 상서로운 동물인 기린(麒麟)을 등장시켜 벌이는 놀이였다는데, 기린은 실재하지 않는 동물인지라 그로 분장하는 무엇인가가 있어야 했다.

따라서 사람들은 말(馬)에다가 상상속의 기린 모습을 그려 입혔다고 한다. 문제는 발이었다. 발만큼은 분장하기가 어려워 그대로 뒀다는 것. 다른 부분은 기린의 형상인데, 발은 감추기 어려워 말의 다리가 그대로 드러난 상태였다. 따라서 사람들은 그 놀이에서 기린으로 분장한 말이 발을 감추지 못해 제 모습을 드러내고 만 상황을 ‘마각을 드러냈다(露馬脚)’고 불렀다는 것이다.

또 다른 추정도 있다. 명(明)나라를 세운 주원장(朱元璋)의 부인이 마(馬) 황후다. 농촌의 가난한 집안 출신인 이 여인은 어렸을 적 밭일을 하느라 당시 유행했던 전족(纏足)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발을 꽁꽁 동여매 자라지 못하도록 하는 전족에서 자유로웠으니, 마 황후는 일반의 여인네들에 비해 큰 발을 지녔다고 한다.

주원장이 명나라를 세워 황제 자리에 오른 뒤 그녀가 가마를 타고 궁궐 밖으로 나올 일이 있었다고 한다. 갑자기 바람이 불어 가마의 휘장이 걷히자 그녀의 큰 발이 사람 눈에 띄었단다. “오우~여자 발이 저렇게 커?”라면서 사람들이 놀랐다는 것. 그래서 ‘마 황후의 발(馬脚)이 모습을 드러내다’라는 이야기가 유행해서 결국 오늘날의 단어로 정착했다는 추정이다.

설득력은 전자가 훨씬 더 하다. 하지만 황후에 관한 ‘뒷담화’ 성격을 지닌 후자의 스토리가 재미는 더 크다. 이런 이유로 인해 ‘마각’은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단어로 자리를 잡았다.

사람 모습에 말의 다리를 지닌 이가 있을 수는 없겠으나, 어쨌든 '마각'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면서 종내 아름답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많은 대상들을 함께 떠올린다. 그 수가 제법 적지 않을 듯하다. 어엿한 외관을 갖췄으면서도 하는 행위는 그 겉모습과 동떨어진 수준을 보이는 이들 말이다.

이들이 가끔 드러내는 '마각'이 요즘은 우스꽝스럽기보다 우려스럽다. 그 수가 결코 적지 않아 사회 자체가 그들에 의해 휘둘리고, 그 정도는 날이 갈수록 더 깊어간다는 느낌 때문이다. 미처 가리지 못한 '마각'이 아니라, 아예 버젓이 드러내는 '마각'의 행렬이어서 더 그런지도 모른다.

 

<한자 풀이>

馬(말 마)

脚(다리 각)

麒麟(기린): 동물원, 아프리카 초원의 기린인 giraffe도 이 한자를 쓴다. 그러나 원전에 따르자면 전설 속의 동물이다. 사슴 몸, 말발굽, 소의 꼬리를 한 형상이란다. 용과 거북, 봉황 등과 함께 네 마리 상서로운 동물인 사령수(四靈獸)로 꼽힌다.

 

<중국어&성어>

马(馬)脚 mǎ jiǎo: 말의 다리, 또는 상황이 모두 드러남을 뜻한다. 우리가 자주 쓰는 ‘파탄(破綻)’의 의미와도 비슷하다. 찢어지고 헤어져 약점 등이 드러난 상태를 일컫는 말이 ‘파탄’이다. 중국어에서도 마찬가지다.

破绽 pò zhàn: 위의 설명 참조.

露马脚 lòu mǎ jiǎo: ‘마각을 드러내다’. 앞의 글자가 ‘이슬’을 뜻할 때는 lù 로 읽는다는 점에 주의하자. ‘露’ 글자의 발음과 성조는 비교적 복잡하다. ‘드러내다’라는 의미의 쓰임에서도 lòu가 아닌 lù로 읽는 경우가 많다.

暴露无遗(無遺) bào lù wú yí: ‘모든 것을 깡그리(無遺)’ 폭로(暴露)한다는 뜻의 성어. 많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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