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19.04.09 09:41

미국이 외국 군대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첫 사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8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미 국무부 홈페이지)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IRGC)를 외국 테러조직(FTO)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외국 군대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첫 사례다. 이에 이란은 중동 주둔 미군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하는 맞불조치를 취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발표해 "IRGC를 외국 테러조직으로 지정하겠다는 행정부의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한다"며 "미국이 다른 정부의 일부를 외국 테러조직으로 지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정규군인 IRGC와 함께 IRGC의 해외 활동 조직인 쿠드스군(Qods Force)도 대상에 포함됐다. 국무부는 미 이민 및 국적법 제219조를 토대로 이번 조치를 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IRGC는 국제 테러리스트 활동을 지휘하고 실행하는 이란 정부의 주요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IRGC와 사업을 수행하거나 IRGC에 지원을 제공할 경우 이는 테러리즘에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국무부에서 브리핑을 열어 "이번 지정은 IRGC가 단순한 테러의 배후 조력자가 아니라 공격 계획과 실행에서 직접적인 참가자라는 것을 명확히 하는 것"이라며 "지정 조치는 1주일 뒤에 발효된다"고 설명했다.

미 국무부는 1993년 이후 알 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를 비롯해 이들과 연계한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파벌 등 60여개 집단을 FTO로 지정했다. 다만 국가가 운영하는 군대를 지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IRGC는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으로 친미 왕정을 축출한 혁명정부의 헌법에 따라 탄생했다. 이란 정규군과는 별도로 창설된 조직으로 이란의 안보와 치안을 담당하는 최정예 부대다. 현재 이란 내 주요 경제이권을 쥔 채 정치적 영향을 발휘하고 있다.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하시드 알사비)를 지휘해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참여했고,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를 지원한다.

미국의 조치에 대해 이란은 즉각 반발했다.

이란 최고지도자의 직속조직인 최고국가안보회의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외무부의 요청을 수용해 중동에 주둔하는 미군 중부사령부와 이와 연관된 군사조직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미 중부사령부는 중동에서 미국의 테러 정책을 수행하는 데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침략적 중동 정책을 강행하는 미국 정권을 '테러지원 국가'로 칭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란 국영TV도 "어떠한 나라도 타국의 군대를 테러단체로 지정할 법적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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