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5.01 11:16
매크로 프로그램 호출 편집의 '실제 사례' 화면. (이미지출처= 경기도 '본지 독자' 제공)
매크로 프로그램 호출 편집의 '실제 사례' 화면. (이미지출처=독자 제공)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자유 한국당 정당해산 청원'에 참여한 인원이 1일 오전 10시 현재 147만7745명을 기록한 가운데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정용기 정책위의장 및 바른미래당 이준석 최고위원은 '조작 의혹'을 제기해 주목된다.

특히 한국당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지난 30일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언론이 한국당 해산 청원에 100만명 이상이 참여했다고 보도했지만 그 중 14만명 이상이 베트남에서 접속했다"며 "제2의, 제3의 드루킹이 청와대에 있는 것 아니냐"고 의구심을 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른바 '드루킹 게이트'에서 드루킹 김동원 씨가 사용했던 '매크로 프로그램'이 이번 청와대 청원에 사용하지 않았을까하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그렇다면 매크로 프로그램이 도대체 무엇일까하는 의문과 아울러 특정 사이트에서 매크로 조작이 사용가능한가 하는 근원적인 의문이 떠오른다. 이같은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매크로 프로그램'에 대해 짚어봤다.

◆ 매크로... '천사'도 '악마'도 아니다

민주당원 김모씨(필명 드루킹)가 사용한 '매크로'는 어떤 프로그램일까. 매크로란 자주 사용하는 여러 개의 명령어를 묶어서 하나의 키 입력 동작으로 만든 것을 말한다. 한마디로, 같은 작업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할 때 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또는 문서 안의 같은 문자열을 한꺼번에 변경할 때도 사용된다.

매크로는 일련의 명령어를 반복하여 자주 사용할 때, 개개의 명령어를 일일이 사용하지 않고 하나의 키 입력으로 원하는 명령군을 수행할 수 있도록 된 프로그램 기능이기 때문에 트위터, 페이스북, 단체 카카오톡방, 밴드 등 SNS에서 이 프로그램을 악용할 경우 손쉽게 여론조작이 가능해지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매크로를 악용하면, SNS에서 각종 글과 사진 및 그림파일을 순식간에 전송하는 '기계적 도배'는 물론이거니와 트위터상에서 인위적으로 리트윗 및 마음글을 찍는 횟수를 늘일 수 있고, 페이스북에 적용할 경우는 '좋아요'를 찍는 횟수를 대폭 늘릴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보유하고 있는 아이디의 갯수가 많을수록 한 사람의 인위적인 매크로 조작으로 수천, 수만개의 '리트윗'과 '좋아요'를 찍는 게 가능하며 수천, 수만개의 글을 단체 카카오톡방 등에 기계적으로 게시할 수 있다. 또 PC작동의 오류가 발생하지 않는 한 특정인이 엔터 키만 누르고 나서 더 이상 그 어떠한 작업을 하지 않고 쉬더라도 작동 버튼을 '무한루프'로 설정할 경우 무한대의 기간동안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여러가지 글, 사진, 그림파일, 동영상 등을 SNS에 업로드시킬 수 있다. 일정 시각까지만 업로드하고 그 이후에는 멈추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

이처럼 매크로는 정보화 사회 최강의 '엑스칼리버'가 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더군다나 일개인이 개인용 PC 1대를 구동하는 방식이 아니라 매크로 프로그램을 '최적화된 앱'으로 만들어서 '킹크랩'(드루킹 김동원 씨가 사용했던 매크로 프로그램) 방식의 서버 형태로 대용량·초고속화를 구현한다면 더욱더 무서운 무기가 된다. 이것을 선거에 활용한다면 소수의 인원만으로도 온라인 상의 여론을 자신들이 원하는 쪽으로 끌고갈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결국 매크로 사용의 관건은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문제로 귀결된다. 단순 반복되는 엄청난 업무량을 소화하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수단으로 활용한다면 그것은 선(善)이 될 것이고, 선거에 악용한다든지 하면 그것은 악(惡)이 될 것이다. 다만, '매크로 프로그램' 그 자체는 천사도 악마도 아닌 그저 '컴퓨터 프로그램'일 뿐이다.
 
◆ 매크로는 굉장한 고급기술?

그렇다면, 이런 매크로 프로그램을 짜는 것은 전문가만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물론, PC 소프트웨어에 대한 고급지식이 없고 특히 매크로의 작동 구조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프로그램을 짤 수 없다. 그렇다고해서 그것이 대단한 고급기술은 아니다. 쉽게말해 컴퓨터 실력 고급자 수준 정도의 사람이라면 넉넉잡아 일주일 정도 매크로에 대해 교육받고 실제로 PC상에서 간단한 매크로 프로그램 짜는 일부터 아주 복잡한 구조의 매크로 프로그램을 짜는 것까지 연습하면 금방 터득할 수준의 기술이다.

비용도 많이 들지 않는다. 만일, 이 프로그램을 선거에 악용하려고 맘먹고 PC를 조직적으로 수백, 수천대를 들여놓고 '서버-좀비PC' 방식으로 중앙집중적 컨트롤 시스템을 갖추고, 모든 PC에 동일한 매크로 프로그램을 장착해 사용하는 '플랜'이 있지 않는 한 그렇다는 얘기다. 그저 PC 1대에 매크로 프로그램을 깔아서 업무에만 활용한다면 비용이라고는 프로그램을 짜는 '시간'과 '컴퓨터 사양에 따라 PC 특성을 타는 것' 정도만 잡아주는 것이 소요되는 비용의 전부일 정도로 저렴하다.

◆ 대형 포털 사이트에서 '매크로 조작'을 잡아내지 못하는 이유

네이버나 다음같은 대형 포털 사이트를 비롯해 트위터 및 페이스북 등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에 의한 조회수 조작이나 리트윗 조작 및 '좋아요'를 인위적으로 증가 시키는 조작 등을 잡아내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쉽게 말해 네이버, 다음,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SNS업체 본사에서 아무리 불특정 간격으로 프로그램 로직(LOGIC)을 변경시켜도 API방식이 아닌 '매크로 방식'은 그런 로직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이다. API방식이란,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의 약자로 시스템간의 통신을 위해 만들어진 중간 다리 역할을 해주는 프로그램이라는 뜻이다.

매크로 프로그램 자체가 소프트웨어면서도 하드웨어적이다. 간단히 말해, 매크로는 소프트웨어 로직에 의해 영향받는 프로그램이 아닌 해당 PC에서 기계적인 명령어에 의해 움직여지도록 '가장 기계적인 형태의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 정보통신 관련법 현실에 맞게 정비해야

이제라도 정치권, 특히 국회는 정보통신망과 관련된 일체의 법을 현실에 맞게 정비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IT기술은 벌써 저만큼 앞서 간지 오래인데, 우리나라의 IT관련 법규는 사회적 문제로까지 비화돼 있는 매크로 기술을 사용한 인위적 여론 조작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조차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따라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조속히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매크로 프로그램'을 비롯한 각종 IT관련 기술의 악용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데 주력해야할 것이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