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05.08 19:55

힐세리온의 '소논', 첫 선적 100대 완판 이어 입소문 타고 빠르게 시장 잠식

일본의 접골원 원장(왼쪽)으로부터 초음파진단기 소논의 유용성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류대표.
류정원(오른쪽) 힐세리온 대효과 일본 접골원장과 소논의 유용성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힐세리온)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국내에서 규제에 묶여 고전하던 휴대용 초음파진단기가 일본에서 호평을 받으며 빠르게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주인공은 디지털헬스케어 스타트업 힐세리온이 개발한 초소형 스마트 초음파진단기인 ‘소논(Sonon)’이다.

힐세리온은 지난해 9월 일본 의료기기 판매회사인 ‘도코피아’와 5년간 50억원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하고, 12월 첫 물량인 100대를 선적했다. 회사측은 한국보다 앞서 있는 일본 의료기기 기술시장을 감안할 때 고전을 예상했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는 얼마가지 않아 불식됐다. 1차의료기관인 의원과 접골원, 보건소 등에서 주문이 몰려 한달만에 100대가 완판된 것이다. 회사는 지난 3월 100대를 추가 수출했고, 현재 입소문을 타고 절찬리에 판매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접골원에서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과거 수백 년간 촉진으로 환자를 진단하던 방식에서 소논을 이용해 환자의 병증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힐세리온 류정원 대표가 방문한 도쿄의 오에노키접골원의 경우, 하루 평균 100여 명의 환자를 보는데 소논으로 골관절염 초음파영상을 보여주면 환자가 더 큰 믿음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곳 원장은 “매월 1회 어린이야구팀을 방문해 소논으로 선수들의 팔꿈치 부위를 진단해 준다”며 “가장 흔한 운동손상인 ‘박리성 골연골염'을 진단해 2차의료기관으로 의뢰할 때 마음이 뿌듯하다”며 휴대용 진단기의 장점을 높이 평가했다.

치바현의 유카리클리닉에선 하지정맥류 진단에 소논을 활용한다. 또 미용시술 분야에서도 필러 주입 전후 비교나 출혈발생 등 부작용을 쉽게 진단하는 데도 사용한다. 유카리 원장은 “소논으로 주사바늘을 정확하게 목표지점으로 유도할 수 있고, 위험한 구조물을 피할 수 있어 부작용 예방을 위해 꼭 필요한 장비”라고 호평했다.

국내 신기술 의료장비가 일본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수 있는 배경에는 규제의 다른 점이 한몫을 한다. 국내에서 초음파 진단장비는 의료기기로 분류돼 의사만 사용할 수 있다. 일본은 지난해 의료법을 개정해 접골사들도 의사처럼 초음파 진단이 가능해졌다. 환자에게 유용하다면 진단의 전문성을 터득해 의료장비를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한의사에게도 의료기기 사용을 불허하고 있다.

가격이 싼 점도 매력적이다. 보통 기존의 대형 초음파진단장비는 1억원을 호가한다. 하지만 이 기기는 가격이 1000만원 내외로 10분의1 수준이다. 휴대할 정도로 작다는 것도 강점이다.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현장 진단이 가능하다.

현재 이 회사는 미국 시장도 겨냥하고 있다. 류 대표는 “미국물리치료연합회 회원들이 전시회나 소논활용 교육장에 몰리고 있다”며 “이를 긍정적 신호로 보고 해외마케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물리치료사의 단독 개원이 가능하므로 충분히 시장이 열릴 것으로 회사는 판단하고 있다.

소논은 서울대 물리학·전자공학과와 가천대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의사 류정원 대표가 2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2014년 개발한 세계 최초의 초소형 스마트 초음파진단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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