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19.05.18 09:25

1년새 원·달러환율 10% 올랐지만 달러 예금 19% 감소
1200원 훌쩍 넘긴 힘들듯..."지금 뛰어들면 자칫 상투"

(그래픽=픽사베이)
(그래픽=픽사베이)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1. 서울에 사는 50대 공무원 A씨는 최근 지인으로부터 달러 예금 상품을 추천받았다. 지인은 지난해 초 부동산 매각으로 생긴 자금 일부를 달러 예금에 넣었는데 최근 원·달러환율 급등으로 상당한 수익이 기대된다고 자랑했다.

#2. 올해초 첫 직장을 구한 20대 회사원 B씨는 보험영업인에게 달러 종신보험을 가입해 질병 보장과 비과세 혜택을 누리면서 달러를 모아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원·달러환율이 5월 들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지난해 고소득 자산가 사이에 열풍이 불었던 달러 예금 및 보험에 대한 관심이 대중화되는 추세다. 물론 달러 값이 더 올라갈 가능성도 있지만 달러 예금·보험 상품에 가입할 적기는 아니라는 게 금융권 관계자의 솔직한 평가다.

원·달러환율은 지난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일 대비 4.2%(0.35%) 오른 1195.7원으로 연중 최고점을 갱신했다. 지난 4월 24일 1년 9개월 만에 1150선을 돌파한 데 이어 3주 만에 40원 이상 올랐다. 1년 전(1081원)과 비교하면 무려 10% 가량 상승한 셈이다.

지난해 5월 1000만원을 달러 예금에 넣어두었다면 현재 가치는 환차익과 금리(연 2% 적용) 감안 시 1128만원 가량이 된다. 같은 금액을 최근 평균금리가 연 1.5% 정도인 시중은행 정기예금에 1년간 묻어뒀다면 이자 세전 수익은 15만원이다. 여기에서 15.4%의 세금을 물어야한다. 달러 예금 상품 중에는 과세·비과세 상품 모두 있다.

최근 달러 급등세는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와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로 인해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져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커진 영향이 크다. 대표적으로 꼽히는 안전자산이 달러, 엔화, 금 등이다.

하지만 원·달러환율은 올라가는 추세와 달리 국내 달러예금 잔액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거주자의 달러예금 잔액은 534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663억5000만달러) 대비 128억9000달러(19.34%) 줄었다. 같은 기간 원·달러환율(월 평균 기준)은 1067.76원에서 1140.95원으로 73.19원(6.85%) 올랐다. 환율이 크게 올랐지만 달러예금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환차익을 실현하기위해 달러예금에 묻어둔 돈을 인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환율이 크게 오르면서 달러 예금 잔액이 늘어났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지난 1년간 잔액은 감소세를 보였다”며 “이 같은 흐름은 환율이 본격적으로 오르는 시기가 아니라 인상이 예상되는 시점에 달러로 돈을 묶어둔 예금자들이 차익을 위해 달러를 매도한 영향”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달러가 크게 오른 시기에 달러 예금 감소세는 두드러졌다. 지난해 6월과 10월 원·달러환율은 월 평균 기준 각각 16.4원, 10.2원씩 올랐는데, 이 시기 달러 예금 잔액은 566억5000만달러, 568억6000만달러로 각각 전달 대비 58억9000달러, 43억9000달러씩 빠졌다. 올해 4월 평균 환율도 1040.95원으로 1월 대비 약 19원 가량 상승했는데, 달러 예금 잔액은 100억달러 이상 줄었다.

전문가들은 달러 예금·보험에 돈을 넣어두는 일은 이미 늦었다는 판단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금 달러 예금에 가입하는 것은 다소 늦었다고 본다”며 “1달러 당 1200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지만 오름폭은 상당히 제한될 가능성이 높아 환율이 상승하더라도 환차익을 내기는 어려운 시기”라고 진단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원·달러환율이 1200원을 크게 넘어서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화 약세는 일시적인 위험자산 회피 심리에 따른 오버슈팅”이라며 “올 하반기 원·달러환율은 1090~1199원 사이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