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19.05.20 12:52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무역전쟁 격화로 중국 당국의 '반미' 기조가 거세지면서 미국 유학 생활 등을 다룬 TV 드라마 방영이 중국에서 잇달아 취소되고 있다. 대신 ’애국주의’에 편승한 영화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20일 홍콩 밍바오(明報)에 따르면 당초 19일 저녁 7시 30분 둥팡(東方)TV와 저장(浙江)TV, 동영상 플랫폼 텅쉰(騰迅), 아이치이, 여우쿠 등에서는 '아빠 데리고 유학 가다'라는 드라마를 방영할 예정이었다.

이 드라마는 아들과 함께 미국 유학을 떠난 아버지가 미국 생활을 하면서 겪는 사건과 부자 간 갈등·화해, 웃음 등을 다뤘다. 그런데 이 드라마의 방영이 갑작스럽게 취소됐다. 대신 '나의 진짜 친구'라는 드라마가 방영됐다.

이 드라마의 감독이 거액의 탈세 사건에 연루됐기 때문이라는 소문도 돌았으나 미중 무역전쟁이 방영 취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 밖에 미국 뉴욕에서 중국인 변호사와 유학생의 만남과 사랑을 다룬 드라마 '베이징에서 너를 기다려’도 방영이 중단됐다. 이 드라마는 원래 '뉴욕에서'라는 제목이었다. 무역전쟁이 고조되자 제목을 '베이징에서 너를 기다려'로 바꿨으나 방영 중단을 면하지 못했다.

밍비오는 이런 분위기는 2016년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THAAD·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으로 인해 한국 연예인 출연과 한류 드라마의 방영을 전면적으로 금지한 '한한령(限韓令)'을 연상시킨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미국을 규제하는 ‘한미령(限美令)’이 내려질 수도 있다고 보고있다.

이렇게 미국과 관련된 드라마 방영이 취소되는 대신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을 다룬 영화나 다큐멘터리가 연일 방영되고 있다. 중국은 6·25전쟁을 미국에 맞서 북한을 지원한 전쟁이라는 의미로 '항미원조 전쟁'이라고 부른다.

중국 관영중앙(CC)TV는 지난 16일 '영웅아녀(英雄兒女)’, 17일 '상감령(上甘嶺)’, 18일 '기습(奇襲)’에 이어 19일에는 6·25전쟁 때 가장 치열했던 전투인 장진호 전투를 다룬 기록 영화 ‘빙혈(氷血) 장진호’를 내보냈다.

앞서 중국 관영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스는 19일자 사설에서 미중 무역전쟁을 한국전쟁에 비유하며 자국의 승리를 자신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일부 미국인들은 한국전쟁이 무승부라고 생각하겠지만 역사를 잘 아는 이라면 (한국전쟁을) 미국에 대한 중국의 상징적인 군사 승리로 이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 인민들의 단합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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