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05.25 09:25

미국 미시간대 안센터 대규모 환자 추적·관찰

피부에 생긴 대상포진.
피부에 생긴 대상포진.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신경절을 따라 번지면서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대상포진이 눈 부위에 발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 미시간대학 켈로그안센터 나쿨 셰카아트 박사팀은 대규모의 환자를 12년에 걸쳐 조사한 결과, 눈 부위의 대상포진 발병률이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최근 열린 국제학술대회에서 밝혔다.

대상포진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는 몸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고개를 내민다. 신경이 분포된 곳이라면 어디든 발생할 수 있지만 가장 위험한 부위가 바로 눈부위다. 환자의 약 20%에서 눈 주변 신경이 손상돼 통증과 함께 발진·부종·결막염을 경험한다. 각막에 상처나 수포가 생기면 최악의 경우 실명에 이를 수도 있다.

셰카와트 박사는 2100만명의 성인환자 진료기록을 12년간 분석했다. 그 결과, 눈에 발생하는 대상포진 발병률은 2004년부터 2016년까지 10만명당 9.4례에서 30.1례로 약 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발병율이 높아 75세 이상의 경우 10만명당 53증례에 달했다. 또 백인과 여성도 고위험군에 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상포진은 면역력과 관계가 깊어 청장년은 발생빈도가 1000명당 4명꼴이지만 60세 이상에선 10명으로 뛴다. 따라서 셰카와트 박사는 눈부위의 대상포진 발병 증가의 원인으로 고령화를 꼽는다. 하지만 다른 원인도 배제하지 않는다. 면역력 저하와 함께 감염과 같은 공중위생과도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현재 대상포진을 예방하는 백신이 개발돼 보급되고 있다. 수두바이러스를 약화시킨 생백신으로 국내에 두 종류가 있지만 건강보험 적용이 되질 않아 비싼 것이 흠이다.

기존의 대상포진 예방백신 ‘조스타박스(Zostavax:MSD)’의 예방효과는 50%정도지만, 2017년 미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싱그릭스(Shingrix:GSK)’는 50세 이상 건강한 사람은 97%의 예방효과를 보이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국(CDC)는 싱그릭스는 대상포진에 걸린 사람도 재발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미국안과학회(AAO) 토머스 스타인맨 박사는 “이미 대상포진이 발병한 뒤에는 백신접종이 효과가 없다”며 “예방을 하려면 백신을 미리 맞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이달 초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시각 및 안연구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