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06.04 15:02

도쿄대대학원연구팀, 직업 계층별 사망률 유럽 8개국과 비교

(사진: Max Pixel)
(사진: Max Pixel)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일본은 1990년대 후반에, 한국은 2000년대 후반에 전문관리직 자살률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관리직의 자살률은 비숙련노동자의 자살률이 높은 서구와 다른 양상을 보여 관심을 끈다.

일본 도쿄대대학원 의학계열의 타나카 히로카즈 박사(공중위생학) 연구팀은 일본과 한국 남성의 직업 계층별 사망률을 유럽 8개국과 비교·분석한 결과, 이처럼 서구 근로자의 사망률 패턴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고 최근 국제 저널에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직업계층별 사망률을 보면 비숙련노종자가 숙련노동자(전문 관리직)보다 높다. 이번 조사에서도 유럽의 경우엔 이 같은 경향이 뚜렷했다. 유럽 8개국은 핀란드, 덴마크, 잉글랜드, 웨일스,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다. 이들 나라의 지난 25년간의 근로자 사망률을 보면 교육수준과 직급이 높을수록 사망률은 낮았다. 또 이러한 사망률 격차는 2000년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본과 한국은 2015년 전문관리직으로 대변되는 고급숙련 노동자의 사망률이 농업종사자에 이어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일본은 1990년대 후반, 한국은 2000년대 후반에 이들 집단의 사망률이 높아져 직업 계층을 역전하는 변화가 관찰됐다. 연구팀이 이들의 사인을 분석한 결과, 악성신생물(암)과 자살사망률의 상승이 두드러졌다.

연구팀은 "전문관리직 사망률이 높아지는 시기를 보면 일본은 경제거품이 꺼지고 경기가 극심하게 침체된 1990년대 후반, 한국은 리먼쇼크로 인한 세계금융위기와 일치한다" 설명했다.  반면 유럽에선 사망률이 높은 비숙련노동자(생산직 및 운전종사자 등)의 사망률은 오히려 낮았고, 특히 일본의 경우 이러한 격차는 더 작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연구에서 흥미로운 것은 이에 대한 해석이다. 연구팀은 일본과 한국이 계층별 건강격차가 작거나 일관되지 않은 이유로 교육수준을 꼽았다. 일본과 한국은 저숙련노동자 중에도 대학 및 대학원 수준의 고학력이 약 20%를 차지한 반면 유럽은 10%이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교육수준이 건강행태에 영향을 미치고, 이로인해 비숙련노동자의 사망률을 줄이는데 기여하는 것으로 이해됐다.

연구팀은 “향후 일본과 한국의 전문·관리직의 높은 사망률 요인을 추가로 분석하고, 사망에 영향을 미치는 주관적 건강관과 건강 관련 행동(흡연, 알코올 소비 등)을 관찰해 계층간 건강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책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연구논문은 영국의 역학·공중위생 전문지 ‘Journal of Epidemiology and Community Health’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