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06.11 19:09

3년간 자살기도 1만2045명 사후관리 효과성 분석

(사진출처=픽사베이)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경북에 거주하는 30대 남성 A씨. 부모 모두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었고, 유일하게 의지하던 형마저 2017년 자살로 사망한 상태였다. 그는 지난 2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자살을 시도한 뒤 그는 편의점 앞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다행히 이곳을 지나는 행인의 신고로 119를 통해 응급실로 실려와 가까스로 생명을 구했다.

병원에서 그는 담당한 사람은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 사례관리자였다. 자살 시도자의 사후관리를 전담하는 조직의 일원이다. 사례관리자는 경제적으로 궁핍한 그에게 의료비를 지원해주는 한편 거주지 인근의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연계하는 등 지속적인 관심을 아끼지 않았다.

A씨는 현재 삶의 어두운 터널에서 서서히 빠져나오고 있다. 그는 “지금도 사는 게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어 힘을 낸다”며 삶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는 정부가 시작한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서비스’로 희망을 찾은 사례 중 하나다.

보건복지부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사후관리서비스에 동의하고 사후관리 접촉이 4회까지 진행된 자살시도자 1만2045명을 대상으로 '사후관리 효과성'을 분석해 11일 발표했다.

결과는 매우 고무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후관리 서비스가 진행될수록 전반적인 자살위험도, 자살생각 및 계획, 음주, 식사 및 수면문제, 우울감 등이 감소하는 등 호전을 보인 것이다.

예컨대 자살위험도 ‘상(上)’인 경우, 1회 접촉시 14.1%(1543명)에서 4회 접촉 뒤에는 5.7%(626명)로 감소했다. 자살할 생각도 1회 접촉시 23.6%(2848명)에서 4회 접촉시엔 13.3%(1597명)로, 자살계획은 3.1%(368명)에서 1.6%(189명)로 급감했다.

음주율도 14.5%(1698명)에서 10.8%(1256명)로, 식사 및 수면문제는 49%(5633명)에서 35.8%(4094명), 우울감은 62.6%(7190명)에서 45.2%(5174명)로 크게 줄었다.

2013년부터 운영해온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는 병원 내 응급의학과와 정신건강의학과, 사례관리팀이 한 팀이 돼 응급실을 내원한 자살시도자에게 치료와 함께 상담과 심리치료를 제공한다. 보통 2~3명의 정신건강전문요원(정신건강간호사, 정신건강사회복지사, 정신건강임상심리사) 등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자살시도자가 퇴원한 뒤에도 전화 및 방문을 통해 사례관리를 진행하고, 정신건강 및 복지서비스 등 지역사회의 자원을 연계해 자살의 재시도를 막는다.

현재 사업 참여병원은 2016년 27개에서 지난해 52개 병원으로 확대됐다. 또 응급실 내원 자살시도자 수도 2016년 8372명에서 지난해 1만7553명으로 증가했다.

장영진 자살예방정책과장은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은 이들에게 유일한 희망의 통로가 될 수 있다”며 “올해도 참여병원을 확대해 모두 63개 병원에서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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