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웍스=고종관 기자] 하루 종일 외부 공기에 노출되는 택시기사의 호흡기에 빨간등이 켜졌다.

서울아산병원은 50대 이상 택시기사 159명을 대상으로 호흡기 진료기록과 흉부X-선 및 폐기능 검사, 그리고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17.6%에 해당하는 28명에게서 천식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 의심되는 소견을 발견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는 택시기사 5명 가운데 1명꼴로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기침이나 가래, 콧물, 코막힘 등 호흡기 증상이 더욱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폐질환 의심 택시기사 28명 중 증상이 심각한 39.2%인 11명에선 COPD가, 또 4명(14.3%)에선 결절이 발견되는 등 폐암이 의심돼 정밀검사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COPD는 폐에서 산소를 교환하는 폐포가 망가져 호흡이 어려워지는 질환이다.

또 설문조사에서 택시기사 중 65%(103명)는 평소 기침, 가래, 콧물, 코막힘, 호흡곤란 등 호흡기 증상이 있다고 답했다. 또 이중 62%(64명)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 이런 증상이 더 악화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호흡기 증상은 흡연과도 밀접한 관련성이 있었다. 택시기사의 70%(112명)는 현재 흡연 중이거나 과거 흡연한 적이 있었다. 흡연 경험이 있는 택시기사의 63.4%(71명)는 평소에 호흡기 증상이 있다고 답했다. 또 이 가운데 62%(44명)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 호흡기 증상이 심해진다고 호소했다.

한 번도 흡연을 한 적이 없는 비흡연자의 경우에도 호흡기의 악영향을 피하지는 못했다. 비흡연자 47명 중 평소 호흡기 증상이 있는 기사는 68%(32명)였고, 이 가운데 62.5%(20명)가 미세먼지가 심한 날 증상이 더 심해졌다.

심지어 평소 호흡기 증상이 없는 택시기사 56명 중 11명도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숨이 차거나, 가래가 나오고, 기침이 나오는 등 호흡기 증상이 나타난다고 답했다.

연구를 진행한 이세원 교수는 "미세먼지가 많은 날엔 가능하면 외부공기의 유입을 막고 평소 심호흡이나 꾸준한 유산소 운동으로 호흡근육을 강화하는 것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