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07.22 11:27

세브란스병원 박희남 교수팀, 혈전 형성 막아 뇌혈류 기능 유지

심장질환자에게 전극도자절제술을 하고 있는 박희남 교수.
박희남 교수가 심장질환자에게 전극도자절제술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세브란스병원)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심장질환을 치료받으면 뇌졸중은 물론 치매까지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박희남·김태훈·진무년 교수와 정신건강의학과 김어수 교수팀은 국내 심방세동 환자 중 ‘전극도자절제술’과 ‘약물치료’를 받은 두 환자군의 인지기능을 추적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22일 밝혔다.

연구팀은 심방세동 환자 중 병원에서 전극도자절제술을 받은 308명과 약물치료군 환자 50명을 선정했다. 그리고 치료 전과 치료 후 3개월, 치료 후 1년 등 모두 3회에 거쳐 경도인지장애 선별용 ‘몬트리올 인지기능 검사’(MoCA)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전극도자절제술 시행 환자군은 3회의 검사에서 각각 25.4점, 26.6점, 26.5점을 나타냈다. 반면 약물치료 시행 환자군은 각각 25.4점, 25.2점, 24.8점을 나타냈다. 치료전에는 전극도자절제술군과 약물치료군보다 비슷한 수치를 보이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인지력에 차이가 벌어진 것이다.

몬트리올 인지기능 검사는 시공간 인지력, 어휘력, 단기 기억력, 주의력 등을 평가하는 도구로 30점이 만점이다. 정상기준은 23점 이상이며, 22점 이하부터 치매 초기인 경도인지장애로 분류한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단기 기억력과 어휘력 분야에서 전극도자절제술 환자의 인지기능 점수가 의미 있게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또 치료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인지기능장애' 비율에서도 전극도자절제술군은 1년 후 악화 비율이 5.3%에 불과했으나 약물치료군은 10%로 두배 차이를 보였다.

부정맥의 일종인 심방세동은 심방의 움직임이 불규칙하거나 가늘게 떨리는 증상이다. 심방세동으로 인한 불규칙한 심장박동은 혈전(피떡)을 만들고, 이 혈전이 혈관을 떠돌다 뇌혈관을 막으면 허혈성 뇌졸중(뇌경색)이 발생한다.

이렇게 허혈성 뇌졸중에 의한 지속적인 뇌혈관 기능 약화가 뇌기능을 떨어뜨려 ‘혈관성 치매’를 야기하는 것으로 연구팀은 해석했다. 실제 전체 치매환자 중 25% 정도는 혈관성 치매다.

김태훈 교수는 “전극도자절제술을 받은 환자군은 혈전 생성이 효과적으로 억제돼 뇌 혈류 흐름이 원활해지고, 이로 인해 뇌기능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인 미국심장협회(AHA) 발간 ‘Circulation:Arrhythmia and Electrophysiology’ 7월호에 ‘편집자 선정’ 주요 논문으로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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