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재필기자
  • 입력 2016.02.29 16:35
 

1980년대 전두환 정권시절 대표적 공안사건인 '학림사건'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33억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3부(부장판사 김현룡)는 29일 양모씨 등 학림사건 피해자 8명과 그 가족 등 68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231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33억26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배상액을 제한한 이유에 대해 "양씨 등 4명이 지난 2006년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생활지원금을 받으면서 화해가 성립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부모와 형제들에 대한 배상은 인정했지만, 배우자와 자녀는 출소 후 가정을 꾸렸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수사관들은 위법한 방법으로 이들을 불법 체포·구금하고 고문 등 극심한 가혹행위로 허위자백을 받아냈다"며 "조작된 증거로 잘못된 재판을 받게 해 장기간 교도소에서 복역하게 한 것은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호해야 할 국가기관으로부터 조직적으로 인권을 침해당해 구금기간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이들의 가족이 겪었을 정신적 고통도 매우 심각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이들은 석방 및 자격정지 기간이 종료한 후에도 전과로 인해 정상적 사회활동에 제약을 받았고 그 가족도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편견 등으로 적지 않은 곤란을 겪었을 것"이라며 "이 같은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침해의 재발을 억제하고 예방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학림 사건은 1981년 전두환 등 신군부 세력이 전국민주학생연맹(전민학련)과 전국민주노동자연맹(전민노련) 관련자들을 치안본부 대공분실에 불법 연행해 감금·고문하며 거짓자백을 강요한 사건이다. 

전민학련이 첫 모임을 서울 대학로 학림다방에서 가진 것에 착안한 경찰이 '숲(林)에서 무성한 학생운동 조직을 일망타진했다'는 의미로 사용해 '학림(學林) 사건'으로 이름 붙여졌다.

양씨 등 8명은 1981년 9월 전국민주노동자연맹(전민노련)을 결성해 활동했다는 이유로 불법으로 연행돼 감금된 채 구타와 고문 등 각종 가혹행위에 시달리며 허위자백을 강요 당했다.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들은 각각 징역 2년~2년6개월에 자격정지 2년~2년6개월을 확정받아 구속 수감됐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9년 '학림사건' 사건이 불법 구금과 가혹행위로 거짓자백을 받아낸 인권침해 사건이라며 국가에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재심 등의 조치를 권고했고, 이후 재심에서 이들은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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