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2.29 17:09
청나라 때 그린 여인의 모습이다. 여성이 머리에 두르는 두건, 또는 모자 등을 일컫는 단어가 건괵(巾幗)이다. 제갈량이 응전하지 않는 위나라 장수 사마의에게 이 건괵을 보내 모욕감을 줬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앞은 수건을 일컬을 때의 글자 巾(건)이다. 뒤의 글자 幗(괵)이 매우 생소할 법하다. 우리의 쓰임새가 그리 많지 않으니 그렇다. 예전 여성들이 썼던 모자, 또는 머리 덮개 정도의 뜻이다. 천이나 다른 장식품을 활용해 만든 머리 장식, 또는 모자 종류가 이 巾幗이다.

이 모자 또는 장식이 극적으로 등장하는 곳은 <삼국지(三國志)>의 시공(時空)이다. 말년의 제갈량이 북벌을 단행할 때다. 그의 가장 큰 적수는 사마의(司馬懿)였다. 그러나 사마의는 제갈량의 거듭 이어진 도전(挑戰)에도 불구하고 그에 응하지 않는다. 그러자 제갈량이 사마의 앞으로 물건을 하나 보낸다.

바로 이 巾幗이었다. 이는 여성의 머리 장식 또는 모자에 해당하는 물품이었다. 따라서 그 巾幗에는 “여자처럼 겁내지 말고 나와서 한 판 붙자”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그러나 사마의는 결국 그에 말려들지 않았다. 제갈량을 겁냈다는 얘기가 있으나, 이는 억측일 가능성이 크다. 제갈량이 오래 버티지 못하리라 내다 본 사마의의 계책이 먹혔다는 얘기가 더 설득력이 있다.

이 巾幗의 유래는 매우 오래다. 제갈량이 사마의에 보내기 훨씬 전부터 여성의 머리를 장식하는 물건으로 쓰였다는 기록이 풍부하다. 중국에서는 이 단어에 영웅이라는 단어를 붙여 ‘巾幗英雄’이라는 말을 만들어 출중한 여성을 지칭한다. 여인 가운데 호걸이라는 뜻으로 ‘女中豪傑(여중호걸)’로도 부른다.

이런 이야기에 부응하는 사람이 바로 동계 올림픽에서 값진 금메달을 딴 이상화 선수다. 그 노력이 아주 진지하고 눈물겹다. 끈질긴 노력으로 압도적 승리를 거둔 그 모습이 정말 장하다. 보통 巾幗이 여성을 지칭한다면, 수염과 눈썹의 수미(鬚眉)는 남성을 가리킨다. 한국의 ‘수염과 눈썹’들은 자주 여성 앞에 무기력해진다. 한국 여성들의 빼어남 때문이다. 이번에도 역시 그랬다.

 

<한자 풀이>

巾(수건 건): 수건, 헝겊, 피륙.

幗(여자 모자 귁, 괵): 모자 외에 일반적인 덮개, 또는 모자 등을 가리킨다.

鬚(수염 수): 수염, 식물의 수염.

眉(눈썹 미)

 

<중국어&성어>

巾帼(幗)jīn guó

巾帼英雄 jīn guó yīng xióng: 여자 영웅. 각종 스포츠에서 두각을 나타낸 여성 선수 등을 일컬을 때 자주 쓰는 말이다.

巾帼不让须眉(讓鬚眉) jīn guó bú ràng xū méi: 여성(巾幗)이 남성(鬚眉 수염과 짙은 눈썹, 결국 남자를 지칭함)에게 밀리지 않는다(不讓)는 뜻이다. 역시 자주 쓰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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