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19.08.21 15:06

"비이자이익 강조하는 지주 경영진 입맛에 맞추기 위해 수수료 수익을 극대화하도록 상품 설계"

KEB하나은행 서울 중구 본점 (사진제공=하나은행)
KEB하나은행 서울 중구 본점 (사진제공=하나은행)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EB하나은행지부가 최근 해외금리연계 파생상품(DLF) 손실 사태에 관해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 경영진의 무능이 부른 참사"며 "사태를 꼬리 자르기 식으로 해결하려 든다면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21일 밝혔다.

하나은행 노조는 이날 '은행장은 파생결합펀드 사태 직접 나서 고객과 직원 보호 대책 마련하라'라는 성명서를 통해 이 같은 의견을 전했다.

성명서에 따르면 "금리연계 DLF 투자손실 뉴스는 금융계를 충격에 빠뜨렸으며 손실이 확정된 우리은행과 9월 만기 도래로 손실이 예상되는 하나은행에 초비상이 걸렸다"며 "노조는 지난 6월부터 해당 상품의 민원 발생 가능성을 인지하고 담당 임원에 우려를 전달하고 직원 보호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에 앞선 경영진의 대응에 대해서는 무능하고 안일했다고 비판했다. 노조 측은 "하나은행 DLF 상품은 출시 후 지금까지 2조원 가량 판매했으나 현재 잔액은 3800억원"이라며 "PB(프라이빗뱅커)들은 금리하락 추세가 심각함을 감지해 지난 4월부터 발행사의 콜옵션 행사와 일부 손실 발생 사태에서라도 고객이 손절할 수 있도록 환매수수료 감면 등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경영진이 자본시장법 위배, 중도 환매수수료 우대시 타 고객 수익에 미치는 영향, 배임 우려 등을 내세우며 PB제안을 적극 수용하지 않았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사태가 공론화된 이후 경영진의 대응도 미온적이라고 지적했다. 노조 측은 "현재 사태가 벌어진 후 노동조합과 은행장, 판매영업장의 지점장, 본부장이 함께 하는 회의 소집을 요구했지만 은행 측이 외면하고 있다"며 지성규 행장을 압박했다.

사태를 야기한 최종 의사결정권자에 대한 엄중한 문책도 촉구했다. 노조 측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해 금융사들도 파생상품 비율을 낮추고 있음에도 파생상품의 40%가 하나금융으로 몰린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지적돼 왔던 은행권의 단기실적주의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노조 측은 "비이자이익을 강조하는 지주 경영진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수수료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상품을 무리하게 설계한 게 아닌지 조사해야 한다"면서 "목표달성을 위해 직원을 총알받이로 내몬 하나은행 경영진과 하나금융지주 최고 경영진은 이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일 기준 영국·미국 CMS(Constant Maturity Swap) 금리 및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와 연계된 파생결합상품의 잔액은 8224억원이다. 판매비중의 대부분(99.1%)이 우리은행(48.8%)과 하나은행(47.1%)에 몰려 있다.

현재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 가운데 손실가능성이 높은 상품의 기초자산은 영국·미국 CMS 금리 및 독일국채 10년물 금리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독일국채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의 예상손실률이 95.1%이며 만기는 9~11월 사이 집중돼 있어 손실액 및 손실률 축소 가능성도 매우 낮아 보인다.

영·미 CMS 금리연계상품은 독일국채 금리 연계상품보다 손실회복을 위한 시간적 여유가 존재하나 최근 전 세계적인 기준금리 인하 등 금리하락 추세를 감안하면 수익률 회복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