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19.09.03 13:46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이민·유학 비자 발급 신체검사 비용을 담합한 병원이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5개국(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미국, 중국) 이민·유학 비자 발급 과정에서 신청자가 받아야 하는 신체검사의 가격을 동일하게 결정한 15개 의료기관(17개 병원)에 대해 향후 금지명령 등 시정명령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에 시정명령이 부과되는 15개 의료기관은 학교법인 연세대학교(신촌세브란스, 강남세브란스), 의료법인 하나로의료재단, 재단법인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 한국연합회유지재단(삼육서울병원), 학교법인 가톨릭학원(여의도성모, 서울성모), 부산대학교병원, 사회복지법인 삼성생명공익재단(삼성서울병원), 재단법인 천주교부산교구유지재단(부산메리놀병원), 강원대학교병원, 학교법인 조선대학교(조선대학교병원), 혜민병원, 재단법인 한국의학연구소, 사단법인 대한산업보건협회, 사단법인 정해복지(한신메디피아의원), 학교법인 대한예수교장노회총회고려학원(고신대학교복음병원), 제주대학교병원 등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해외 이민 유학 비자 신청자는 각 국 대사관이 요구하는 검사 항목들로 구성된 신체검사를 각 국 대사관이 지정한 병원에서 받아야만 한다.

비자 신체검사료는 개별 지정병원이 각 국 대사관과 협의해 결정한다. 각 국 대사관은 비자 신체 검사료가 다른 유사서비스 가격보다 높아 민원이 제기되는 문제, 지정병원 간 가격 차이로 인한 수검자 쏠림 현상으로 검사 결과의 정확성·신속성이 담보되지 않는 문제 등을 예방하기 위해 개별 병원의 가격 결정에 관여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관행 하에서 대사관의 새로운 검사항목 추가 요구 등 신체검사료 변경 사유가 발생할 경우 가격 변경안을 대사관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지정병원들이 공동으로 가격 수준을 동일하게 결정하는 담합 행위가 발생했다.

사례를 살펴보면 2002년 1월부터 2006년 5월까지 5개국 비자 신체검사 담당 지정병원들은 국가별로 1~2차례씩 신체검사료를 동일한 수준으로 결정하는 합의를 하고 이를 실행했다.

먼저 캐나다 비자발급 과정에서 신촌세브란스, 강남세브란스, 삼육서울병원, 삼성서울병원, 하나로의료재단 등 5개 지정병원은 2002년 1월 에이즈검사 항목이 추가됨에 따라 신체검사료를 14만원으로 2만원 인상하고 2006년 5월에는 인건비 상승 등을 반영해 17만원으로 3만원 올렸다.

또 신촌세브란스, 여의도성모, 서울성모, 부산대병원, 하나로의료재단 등 5개 지정병원은 호주 이민·유학비자 신체 검사료를 2004년 3월 14만원으로 2만원 올리고 2006년 5월에는 17만원으로 3만원 인상하는데 합의했다. 이외에 뉴질랜드, 미국, 중국 이민·유학비자 신체검사료도 담합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 같은 행위는 공정거래법 제 19조 제1항 제 1호 위반”이라며 “공정위는 15개 의료기간(17개 병원)에 대해 시정명령(향후금지명령) 부과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의료 서비스 분야인 비자 신체검사 영역의 수수료 결정 과정에 대해 최초로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시정조치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조치수준은 비자 신체검사 분야가 검사대상 병원이나 수수료 수준에 대한 각 국 대사관의 관여 등으로 인해 일반적인 시장의 수준으로 경쟁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점 등을 감안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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