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승욱 기자
  • 입력 2019.09.13 14:44

"쉬운 것부터 먼저, 부분적으로 합의를 하겠다는 의미"
무역전쟁 피로감 속에 다소 불만족스럽더라도 불확실성 줄이겠다는 의도

 

미중 무역분쟁 이미지.
미중 무역분쟁 이미지.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핵심 현안들을 일괄타결하는 '빅딜'보다는 합의 가능한 것부터 협상을 마무리짓는 중간 단계의 '스몰딜'이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은 '잠정적 협의안'을, 중국은 무역과 안보이슈를 분리하는 '투트랙 협상'을 희망하는 상황이다. 다음달 초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과도기적 성격의 잠정 합의안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드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 시간) 오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과 관련 “많은 분석가들이 (중국과) 잠정 합의에 대해 말하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것은 쉬운 것부터 먼저, 부분적으로 합의를 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합의를 하거나 합의를 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러나 그것(중단단계의 합의)은 우리가 아마도 고려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들에게 중국과의 완전한 합의에 서명하기를 원한다고 밝히면서도 일부분에 대해서 우선적으로 합의하는 제한적인 합의에 대한 문을 열어 놓았다고 전했다. 근본적으로 미·중 통상 관련 이슈를 한꺼번에 타결짓는 ‘빅딜’을 추진하겠지만, 낮은 단계의 과도기적 잠정 합의도 가능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이날 오전 블룸버그통신이 백악관 관리들을 인용, "트럼프 행정부가 중간단계의 미·중 합의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한 내용을 확인한 것이기도 하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추가로 사들이고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한다면, 미국은 관세 부과를 연기하거나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보도로 뉴욕 증시는 장중 일제히 올랐다가 백악관 고위 관계자가 "트럼프 행정부는 절대로 잠정 합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부인하자 상승세가 꺾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이같은 입장을 밝힌 것은 양국간 경제적 마찰이 세계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미국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무역전쟁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다소 불만족스럽더라도 잠정 합의를 통해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의도를 천명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양국 간 긴장국면은 첨단기술,지식재산권, 금융 등 경제 분야는 물론 외교·안보, 교육, 인적교류 등으로 확대된만큼 사실상 일괄 타결은 힘들어진 상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중국은 류허 부총리가 무역 이슈를 주도하고, 다른 협상팀이 지정학적 이슈를 다루는 투트랙 접근을 원하고 있다"며 "중국은 국가안보 이슈를 제외한 무역 문제로 미중 협상의 의제를 좁히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중국 정부가 홍콩 사태와 미국의 무기 대만 판매 이슈 등을 협상 테이블에서 제외해 협상 교착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안보 투트랙 접근법'을 수용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중국은 미국이 중국산제품에 대한 관세부과 시기를 2주 연기하자 미국산 대두와 돼지고기 등 농축산물 구매 재개를 위한 절차를 시작했다.

가오펑 상무부 대변인은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기업들이 이미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위해 가격 문의를 시작했다. 대두와 돼지고기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가오 대변인은 "양국이 효과적으로 소통을 유지하고 있으며, 가까운 시일 안에 실무진 접촉을 갖고 고위급 협상을 위한 준비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앞서 11일 중국은 지난해부터 부과한 윤활유와 항암제 등 16개 미국산 제품에 대해 추가관세를 면제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2500억 달러(약 298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시기를 10월 1일에서 10월 15일로 늦춘다고 화답했다.

중국측 협상 대표인 류허 부총리는 베이징에서 미·중무역전국위원회(USCBC) 이사회의 그린버그 위원장과 만나 “미국이 대중국 추가 관세 부과 시기를 연장한 것을 환영한다”며 “양국 실무팀이 내주 만나 무역 균형, 시장 진입, 투자자 보호 등 공동의 관심사에 관해 솔직하게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초 워싱턴 협상에서는 장점 합의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일부 사안에 대해서만 합의를 의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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