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3.03 17:41
오늘의 우리 우체통에는 어떤 소식이 닿을까. 말없이 달려 있는 우체통의 모습이 왠지 정겹다.

예전 중앙일보에 썼던 칼럼이다. 그 내용을 조금 가공해 다시 소개한다. 이 ‘소식’이라는 말 자주 쓰지만 원래는 우리의 호흡과 관련이 깊다. 우선 둘째 글자 식(息)이 특히 그렇다.

내쉬는 숨, 날숨은 호(呼)다. 들이마시는 숨, 들숨은 흡(吸)이다. 내쉬면서 들이마시는 게 호흡(呼吸)이다. 이 한 차례의 호흡을 식(息)이라고 부른다. 호흡이라는 동작을 통해 들고 나는 기운을 말할 때는 기식(氣息)이라는 단어를 쓴다.

내게 닥쳐오는 바람을 막는 장치는 병풍(屛風)이다. 그 ‘막다’라는 뜻의 屛이라는 글자와 息이라는 글자를 붙이면 ‘병식(屛息)’인데, 숨을 참고 쉬지 않는 행위다. 불가항력적으로 숨을 쉬지 못하는 상태는 질식(窒息)이다.

息은 우리에게 ‘헐떡거리다’는 뜻으로 알려진 천(喘)과 전체적으로는 비슷한 뜻이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息은 천천히 내뱉고 삼키는 호흡인데 비해, 喘은 급히 숨을 쉬는 행위다. 중국 고대 자전(字典) <설문해자(說文解字)>는 喘이라는 글자를 ‘빨리 숨쉬는 것(疾息)’이라고 풀었다. 따라서 ‘천식(喘息)’이라고 적으면, 원래는 숨을 쉬는 행위 일반을 뜻했다. 그러나 잘 알려져 있듯이 이 단어는 호흡이 곤란한 병의 명칭으로 자리 잡았다.

실망감이 넘쳐서 숨을 크게 내뱉는 행위는 탄식(嘆息)이다. 息이라는 글자 앞에 ‘길다’ ‘크다’는 뜻의 한자를 덧붙이면 탄식, 또는 장탄식의 의미를 지닌 단어가 된다. 태식(太息), 장식(長息), 장태식(長太息) 등이 그 경우다.

호흡은 생물에게 가장 중요한 생존의 조건. 우선 숨이 통해야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이 점에서 식이라는 글자는 높이 치솟은 것이 가라앉아 평온함을 되찾는다는 뜻으로 진화한다. 쉬어서 안정을 찾는 것은 따라서 휴식(休息)이다. <역경(易經)>에 나오는 “군자는 스스로 힘쓰면서 멈추지 않는다(自强不息)”는 말이 그의 좋은 용례다.

이런 이유로 인해 息은 생장(生長), ‘생겨나고 자라남’의 의미를 담는다. 후대(後代)를 잇는다는 뜻에서 아들과 딸을 자식(子息)으로 적는 게 대표적인 경우다. 돈을 빌려주고 받는 이자(利子)를 이식(利息)이라거나, 그런 돈을 식전(息錢)으로 부르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에 비해 소(消)라는 글자는 소멸(消滅)을 뜻한다. 둘을 합치면 소식(消息)이다. 원래의 뜻은 ‘사라짐과 생겨남’이다. 그러나 나중에는 사람 또는 사물이 스러지거나 자라나는 상황에 대한 정보의 뜻으로 발전한다. ‘무소식(無消息)이 희소식(喜消息)’이라는 그 뜻이다.

요즘 우리에게 들려오는 소식은 어떤가. 이제 머잖아 곧 닥칠 꽃 소식, 화신(花信)이 반가울 듯하다. 자연이 주는 즐거운 봄의 소식과는 상관없이 사회 곳곳에서 들리는 소식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안보의 환경이 북한의 도발에 늘 흔들리고, 경제의 불안감이 도저하다. 그래도 봄은 오겠지만, 그를 맞는 요즘 마음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한자 풀이>

息(숨 쉴 식): 숨 쉬다, 호흡하다, 생존하다.

消(사라질 소): 사라지다, 없어지다, 삭이다, 없애다, 소멸시키다.

窒(막힐 질): 막다, 막히다. 멈추다, 그치다. 차다. 메이다, 통하지 않다.

喘(숨찰 천): 숨차다. 헐떡이다. 기침병. 숨. 호흡

 

<중국어&성어>

消息 xiāo xi: 우리 쓰임새와 같다. ‘소식’이다.

自强不息 zì qiáng bù xī: 위의 풀이 참고.

消息灵(靈)通 xiāo xī líng tōng: 여러 방면의 정보에 뛰어난 사람. ‘소식통’.

參考消息 cān kǎo xiāo xi: 중국 관영 신화사(新華社) 발행하는 소식지. 주로 외신의 각종 정보를 독자에게 전달하는 기능의 신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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