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진석 기자
  • 입력 2019.09.23 09:52

1991년 벤츠 기술제휴로 생산기술 및 노하우 전수 받아 1994년 생산 시작
올해 5월 1.5ℓ 가솔린 터보 엔진 생산라인 증설…가솔린 4종, 디젤 3종 생산

쌍용차 창원공장의 조립라인 중 자동화기기 모습(사진=쌍용자동차)
쌍용차 창원공장 엔진 조립라인에서 업무에 열중하는 직원 (사진=쌍용자동차)

[뉴스웍스=손진석 기자] "쌍용자동차도 엔진을 만드나요?”

쌍용자동차 민병두 창원공장담당 상무가 2015년 티볼리 출시 행사장에서 받은 질문이다. 민 상무는 창원 엔진공장 ‘하트 데이’ 미디어 초청 행사로 창원공장을 방문한 기자들에게 당황스러웠던 당시를 회상하며 인사말을 시작했다.

민 상무는 “쌍용차도 엔진을 만듭니다. 오랜 기간 엔진 제작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며 “창원공장은 1991년 메르세데스-벤츠와 기술 제휴로 생산 기술과 노하우 등을 이전 받아 1994년 5월 첫 엔진을 생산해 지난달 말 누적 엔진 291만5081대를 생산했고, 곧 300만대 생산을 앞두고 있는 엔진 전문 생산 플랜트입니다”라고 말했다.

쌍용차는 지난 18일 자사의 엔진을 생산하는 창원 공장에서 미디어 초청행사를 열었다. 창원공장은 제2 공장 준공식 이후 처음으로 언론에 개방했다. 쌍용차는 이번 행사로 완벽한 생산과 철저한 검수로 생산되는 쌍용차 엔진은 최고수준의 품질을 유지한다는 자신감을 보여줬다.

서울역에서 KTX로 약 3시간을 달려 창원중앙역에 내려 다시 버스로 15분을 이동하면 약 115㎡(약 3만5000평)규모의 쌍용자동차 창원공장에 도착한다. 공장에 들어서면 ‘세계 최고의 엔진 품질’이라는 슬로건이 제일먼저 보인다. 그리고 ‘불량품은 받지도, 주지도, 만들지도 말자’라는 글자가 커다랗게 적혀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쌍용차 창원공장 정문 모습(사진=쌍용자동차)
쌍용차 창원공장 정문 모습(사진=쌍용자동차)

창원공장은 티볼리와 코란도의 소형 엔진을 만드는 1공장과 대형 SUV G4 렉스턴과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에 사용되는 중형 엔진을 생산하는 2공장으로 나눠진다. 1공장 약 9만대, 2공장 약 16만대의 연간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엔진 라인업은 가솔린 4종, 디젤 3종으로 1공장에서는 가솔린 G15TF GDI(티볼리 코란도), 가솔린 G16F(티볼리, 티볼리 에어), 디젤 D16TFP(티볼리, 티볼리 에어, 코란도) 엔진 3종을 만든다. 2공장은 디젤 D20TR(코란도 스포츠), 디젤 D22TR(G4 렉스턴, 렉스턴 스포츠), 가솔린 G20F(코란도), 가솔린 G20TR GDI(G4 렉스턴, 렉스턴 스포츠) 엔진 4종을 생산하고 있다.

창원공장은 디젤엔진을 주력으로 생산하다 최근 환경문제로 가솔린 엔진이 요구되면서 신형 코란도와 티볼리 출시를 계기로 대대적인 체질개선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의 중형 디젤엔진 대신 신형 1.5ℓ 가솔린 터보 엔진의 비중이 확대되면서 이를 위해 올해 5월 생산설비를 증설했다.

이날 민병두 쌍용차 상무는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환경 규제와 함께 자동차 내연기관 흐름이 디젤에서 가솔린으로 변경되고 있는 흐름에 맞춰 가솔린 엔진 개발을 시작했다”며 “이후 수요가 많은 다운사이징 터보 가솔린 엔진을 만들기 위해 개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민 상무는 “신형 1.5ℓ 가솔린 엔진은 저속 엔진 회전수에서 최대 토크가 나오게 설정했고, 토크 곡선을 폭넓게 설정해 주행 활용도를 높게 한 것이 특징”이라며 “포드·푸조·현대차 등 타사의 1.6ℓ 엔진 최고 출력이 200마력이 넘는 경우도 있지만, 쌍용차는 1.5ℓ로 작은 엔진임에도 토크가 뒤처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2016년 4월 처음 엔진 개발을 시작해 37개월이 걸려 올해 5월 베리 뉴 티볼리 생산에 맞춰 완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며 “새 엔진을 넣은 신형 코란도는 국내 판매 중인 SUV 중 유일하게 저공해 인증을 받은 친환경 가솔린 모델”라고 덧붙였다.

민병두 창원공장담당 상무가 공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쌍용자동차)
민병두 창원공장담당 상무가 공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쌍용자동차)

창원공장과 엔진에 대한 설명을 마친 후 엔진 생산 현장인 1공장과 2공장의 생산라인을 둘러봤다. 생산 공정은 크랭크샤프트, 실린더 헤드, 실린더 블록 등 핵심 부품 3종 가공 라인과 완성된 부품을 조립하는 라인으로 이뤄져 있다.

창원공장은 자동화율이 조립라인 60%, 가공 라인은 100%에 이를 만큼 최적의 효율 시스템을 갖췄다. 독일 벤츠의 기술을 도입한 것이 여기 저기 티가 났다. 자동화기기 대부분이 독일산이었으며, 가공 공정마다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각 생산 공정마다 전수검사 기능이 되어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공장 안내를 한 직원은 “쌍용차 창원 엔진공장에서 만든 제품의 불량률은 100만대 생산했을 때 50대 수준으로 양호하다”며 “정전 혹은 지진 등 돌발 상황에 대비해 여분의 설비 장치와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엔진 생산은 멈추지 않고 가동된다”고 자부심을 보였다. 

엔진 완제품 1개의 조립 시간은 렉스턴 6시간, 티볼리·코란도 5시간이다. 생산된 엔진은 특수 차량에 의해 평택으로 옮겨지고 완성차 조립 라인 투입 대기 1일, 투입 후 조립 완료까지 1일 등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를 감안해 창원공장에는 최소 3일치의 재고를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내 가솔린 SUV 판매량은 13만5530대로 2014년 2만4929대 보다 약 5.4배 성장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연료효율이 높아지고 정숙성과 진동 대책이 우수한 가솔린 SUV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00% 자동화로 진행하는 가공공정의 로봇 모습(사진=쌍용자동차)
100% 자동화로 진행하는 엔진 주요 부품 가공공정의 로봇 모습(사진=쌍용자동차)

최근 도심 위주의 주행 패턴과 정숙성·성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디젤보다 가솔린 모델을 찾기 시작했고, 더욱이 크기가 작은 소형 SUV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소형 SUV 신차의 출시가 많아지면서 경쟁도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쌍용차는 소형 SUV 티볼리 가솔린 모델 출시 이후 총 14만5100대가 판매되며, 4년 연속 국내 가솔린 SUV 전체 판매 1위를 달성했다. 지난 8월 코란도 가솔린 모델을 출시하면서 쌍용차는 가솔린 모델 비중을 58%까지 확대했다. 향후 준중형 SUV 시장의 가솔린 모델 판매 증가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쌍용차가 벤츠의 엔진을 그대로 들여와 생산하던 1990년대에는 큰 SUV가 인기였다. 구형 코란도와 무쏘, 렉스턴까지 대부분 2.0ℓ에서 2.7ℓ급 디젤엔진이다. 대형 SUV의 큰 차체를 움직이려면 고배기량의 디젤엔진이 필요했다.

전 세계적으로 연비·배기가스 규제가 크게 강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쌍용차도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1.5ℓ 가솔린 터보 엔진을 만들게 됐다. 실제로 쌍용차는 디젤이라는 공식에서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모델의 출시로 ‘쌍용차 가솔린 엔진 모델도 나쁘지 않다’는 시장의 반응을 얻고 있다.

실적 저조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쌍용차는 이번 창원공장 방문을 통해 기술력과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 회사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줬다. 환경규제와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를 반영하기 위한 다양한 친환경 포트폴리오를 제시해야하는 숙제를 안고 있지만 타사보다 안정된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보다 나은 미래를 기대할만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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