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10.04 09:58

연세암센터 조병철 교수, 127명에 투여 결과 암 크기 줄고 3명은 완전관해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유한양행이 비소세포 폐암 치료제 신약으로 개발 중인 3세대 표적항암제 '레이저티닙'의 효과와 안전성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입증됐다.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조병철 센터장(종양내과·사진)은 기존 항암제에 반응하지 않는 EGFR T790M 변이 폐암환자를 대상으로 레이저티닙을 투여한 결과, 57% 환자에서 암 크기가 30%이상 줄어드는 부분관해(partial response)를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부분관해란 암치료 후 암덩어리가 줄거나 진행이 느려지는 현상으로 항암제의 효과를 측정하는 바로미터다.

3세대 EGFR 표적치료제인 레이저티닙은 지난해 11월 유한양행이 다국적제약사 얀센 바이오테크에 기술수출한 신약 후보물질이다.

레이저티닙은 기존의 이레사, 타세바, 지오트립과 같은 EGFR 표적치료제가 잘 듣지 않는 EGFR T790M 변이 폐암환자와 치료력이 없는 EGFR 변이 폐암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중이다. 현재 기존 1세대(이레사, 타세바)와 2세대(지오트립) 표적치료제와 비교해 효과·독성 면에서 우월한 것으로 증명돼 현재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가 승인받은 상태다.

조 교수는 2017년 2월부터 2018년 5월까지 127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1·2상의 용량 증량 및 용량 확대시험을 통해 레이저티닙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했다.

연구 결과, 레이저티닙 투여후 암 크기가 30% 이상 감소해 객관적 반응을 보인 환자의 비율(ORR)은 기존 항암제에 저항성을 나타내는 T790M 돌연변이 양성의 모든 환자에서 57%나 됐다. 그중 120㎎ 이상 용량을 투여한 환자에서는 60%까지 높아졌다. 완전관해에 이른 환자도 3명이나 됐다.

레이저티닙 투여 후 암이 더 진행되지 않거나 사망에 이르지 않는 무진행 생존기간(PFS)의 중앙값은 T790M 돌연변이 양성환자 모두에서 9.7개월로 나타났다. 또 120㎎ 이상 용량을 투여한 환자에서는 12.3개월까지 길어졌다.

부작용도 크게 줄었다. 가장 빈번한 이상반응인 발진(여드름 포함)과 가려움증은 각각 30%, 27% 비율로 발생했고, 3등급 이상의 이상반응 발생률은 16% 수준이었다. 이밖에도 레이저티닙 투여와 관련성을 배제할 수 없는 3등급 이상 약물 이상반응은 3%로 낮아 안전성과 내약성이 확인됐다.

교신저자인 조병철 교수는 “이번 임상결과를 바탕으로 EGFR 변이 진행성폐암의 1차치료제로 글로벌 3상 임상연구가 곧 시작될 예정”이라며 “이는 현재 진행중인 병용요법의 빠른 3상 진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한양행은 현재 한국에서 레이저티닙의 임상2상 환자 모집을 완료하고 시험을 진행 중이다. 지난 5월 미국 FDA(식품의약국)에서 승인받은 폐암 임상1상 환자 모집도 곧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연구결과는 임상종양학분야 권위지는 ‘란셋 온콜로지’ 최신호에 게재됐다. 란셋 온콜로지는 인용지수가 35.4에 달하는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로, 국내에서 개발된 신약의 초기 임상시험 결과가 이곳에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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