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10.15 17:50

독일서 수술 실패한 '오목가슴·새가슴 복합기형' 남성, 서울성모병원 박형주 교수로부터 수술 받고 완치

박형주 교수(오른쪽)가 스웨덴인 크리스토퍼 브랜들 씨와 기념촬영을 했다.
박형주 교수(오른쪽)가 스웨덴인 크리스토퍼 브랜들 씨와 기념촬영을 했다.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복합 흉벽기형으로 고생하던 외국 남성이 한국을 찾아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친 사연이 공개됐다.

주인공은 스웨덴에 사는 크리스토퍼 브랜들(Christoffer Brandel·23)씨다. 그는 3년전 독일에서 받은 수술이 실패하면서 전 세계 의사를 상대로 검색했고, 서울성모병원 흉부외과 박형주 교수를 최종 낙점해 방한을 결심했다.

그가 앓고 있는 질환은 오목가슴과 새가슴이 함께 있는 복합흉복기형이다. 첫 수술은 독일에서 이뤄졌다. 이곳에서 그는 가슴뼈가 바로 잡히고, 불편한 호흡과 통증문제가 해소될 것을 기대했지만 수술 결과는 좋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숨 쉬는 것이 불편했고, 어깨와 등 통증이 찾아왔다. 더구나 가슴뼈를 고정한 고정막대가 약간씩 움직였다.

그는 인터넷을 검색해 이 분야에서 실력이 있는 의사들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박 교수가 복벽기형 수술분야에선 세계적인 권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박 교수는 흉벽기형 분야에선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자다. 1999년 국내 최초로 오목가슴 수술인 '너스법'을 적용한 이래 국내 환자의 약 70%를 담당하고 있다. 현재 3200여건의 막대삽입술, 2500여건의 막대제거술 등 6000여 건의 수술 사례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국내는 물론 세계 최다 수술기록이다.

그는 또 세계흉벽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학회 고문으로 학문발전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국내외 의사들에게 수술 시연은 물론, 필요하면 각 나라를 방문해 수술을 집도하기도 한다. 그가 창안한 오목가슴 형태분류법은 미국에서 발행한 외과학 교과서에도 게재될 정도다.

특히 박 교수는 복합기형 수술법의 이론과 함께 18가지 환자 맞춤형 수술법을 개발해 비뚤어진 가슴까지 바로잡는 '고급 흉벽성형 수술법'을 선보이고 있다.

브랜들씨는 올 4월 한국을 찾아 박 교수와 수술법과 일정을 의논했다. 그리고 직장 문제로 다시 본국으로 돌아갔다가 이달 2일에서야 수술을 받았다.

브랜들씨에게 적용한 수술법은 박 교수가 개발한 독창적인 흉벽개형술(chest wall remodeling)이다. 이 수술법은 오목가슴과 새가슴을 한꺼번에 교정할 수 있는 방법이다. 양 옆구리에 1㎝ 정도 피부를 절개한 후 교정용 금속막대를 삽입, 함몰된 가슴뼈는 올려주고, 돌출된 뼈는 눌러주는 복합기형 교정법이다. 수술을 받고 2~3년 뒤에 금속막대를 제거하면 정상 흉곽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샌드위치로 불리는 이 수술법 역시 박 교수가 고안한 ‘작품’이다. 기존의 너스수술로는 복합기형을 고칠 수 없지만 이 수술법 덕분에 많은 환자들이 새로운 삶을 얻을 수 있었다.

브랜들씨의 수술은 쉽지 않았다. 오목가슴과 새가슴이 복합된 데다 재수술이라 정확하고 섬세한 수술이 요구됐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처음 외래에서 그를 만났을 때 수술을 권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환자가 오히려 '내가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격려하는 등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고 그동안의 소회를 말했다.

수술은 합병증 없이 무사히 끝났고, 회복도 빨라 브랜들 씨는 수술 5일 만인 10월7일 무사히 퇴원했다. 그는 독일에서 수술을 받았을 때 중환자실에서 일주일, 그리고 한 달간의 입원과 너무 대조되는 수술결과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브랜들 씨는 “박형주 교수님이 완벽한 수술을 해줘 기쁘고 감사하다”며 “이런 고난도 수술법이 널리 알려져, 오목가슴이나 새가슴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성공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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