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진석 기자
  • 입력 2019.11.08 19:40

신주 인수에만 2조원 이상 쓸 계획…대한항공보다 재무구조 나아질 수 있어

<사진=아시아나항공>
<사진=아시아나항공>

[뉴스웍스=손진석 기자] 아시아나항공 본입찰에 참여한 3개 컨소시엄 중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과 애경그룹·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간 2파전으로 인수전이 좁혀졌지만 HDC현산 컨소시엄이 통 큰 베팅으로 사실상 새 주인으로 내정됐다. 

8일 업계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HDC는 본입찰에서 인수 최소금액인 1조 2000억원의 두배에 이르는 2조4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경그룹 컨소시엄도 1조2000억원 보다 높은 금액을 적어냈지만 2조원에 미치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양사의 가격 차이가 5000억원 이상 나면서 산업은행 및 채권단은 재무안정성 등의 요인까지 감안, 애경그룹 보다 HDC가 우위라는 평가를 내려 우선협상대상자로 HDC를 선정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입찰에 참여한 KCGI는 SI(전략적투자자)를 구하지 못해서 사실상 심사에서 제외됐다.

HDC현산은 자금력이 풍부한 기업으로 6월 말 기준 현금·현금성 자산은 1조1700여억원이다. 단기금융상품 4500여억원을 더하면 약 1조6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동원할 수 있다. 신용등급도 A급으로 자본시장에서 연 2%대에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함께 컨소시업을 구성한 미래에셋대우도 9조원 가량의 자금동원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HDC가 본입찰에서 제시한 인수 가격 2조4000억원은 금호산업이 보유하고 있는 구주 31.05%를 인수하는 금액으로 약 3000억원을 배당하고, 인수 금액의 대부분을 아시아나에 투입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통한 신주 인수에만 약 2조원 이상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본입찰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였던 신주와 구주의 인수는 인수자가 구주를 사면 금호산업에 돈을 주는 것이고 신주는 투자한 돈이 아시아나 항공에 남아 향후 아시아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재원으로 쓰이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금호산업은 구주가격을 높게 받기를 원하고 있고, 반면 인수 후보는 신주 인수에 자금을 집중하는 것이 채무가 많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후에 유리한 상황이기 때문에 HDC는 신주에 좀 더 많은 비중을 둔 것으로 분석된다.

HDC 관계자는 “구주보다는 신주에 중점을 두고 가격을 제시했다”며 “향후 대규모 유상증자가 이뤄지면 대한항공보다 아시아나항공이 재무구조 측면에서 더 좋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인수금융(M&A용 대출)을 따로 받을 계획이 없다”며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만 1조원이 넘는 등 자금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M&A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부채가 줄고 자본금이 늘어나면 부채비율이 660%에서 250% 내외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인수합병(M&A) 자금을 전액 자본 형태로 조달할 계획이며, HDC 측이 80%, 미래에셋대우 측이 20%를 각각 부담하기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HDC-미래에셋대우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되면 미래에셋대우가 최근 사들인 해외 호텔이나 HDC가 뛰어든 면세점 사업 등이 항공업과 충분한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2조4000억원 수준의 본매각 금액 제시는 정몽규 HDC그룹 회장과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회장의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높은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우선협상대상자가 된 후 HDC가 겪어야 할 문제는 금호그룹과 구주매각 대금에 대한 협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관계자는 "비교적 낮게 제시된 구주 매각대금을 금호그룹 측에서 받아들일지가 매각 종료에 큰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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