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19.11.30 06:00

키덜트 시장 규모는 해마다 20% 이상 급성장

펭수 팬 사인회 현장. (사진=펭수 공식 인스타그램)
펭수 팬 사인회 현장. (사진=펭수 공식 인스타그램)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주문했습니다"

유튜브 구독자 100만명을 넘긴 EBS 연습생 캐릭터 '펭수'가 에세이 다이어리 '오늘도 펭수, 내일도 펭수'를 내놨다. 예스24는 지난 28일 예약 판매를 시작한 지 3시간 만에 1만 부가 넘게 팔렸다고 했다. 1분당 56권이 팔린 셈이다. 

지난 2017년 5월 '없어서 못 팔던' 시사주간지 '타임(TIME)' 아시아판이 1분당 42권꼴로 팔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표지 모델로 등장해 품귀현상을 빚었다. 올해 펭수는 분당 10권 이상 차이로 탄핵정국 당시 문 대통령의 인기를 앞질렀다. 

주목할 점은 '판매량'보다 '충성도'다. 

펭수 다이어리 관련 댓글을 보면 '일단 샀습니다'가 주류다. '뭔진 모르지만 일단 샀다'는 댓글이 수백 개의 추천을 받기도 했다. 일단 구입하고 어떤 제품이느냐 되묻는 건 덤이다. 

이는 펭수의 주 소비층이 경제력을 갖춘 성인인 점에 기인한다. 성인 고객은 한 푼이 아쉬운 어린 고객과 달리 '만족'을 위해 비싼 돈을 기꺼이 지불할 여유가 있다. 

'남극에서 온 자이언트 펭귄' 콘셉트의 펭수는 일명 '직통령'이라 불린다. 직장인들의 대통령이란 의미다. 본래 EBS 인기 어린이 프로그램 '보니하니'의 짧은 코너에서 등장한 어린이용 캐릭터였으나, 의외의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사이다 발언'을 내뱉는 펭수의 모습이 사회 초년병에 해당하는 2030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EBS 연습생 신분 펭수는 조직 내 최하위 서열인 셈이지만,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준다. '선배' 캐릭터인 '뚝딱이'의 말을 재치있게 받아치거나, 김명중 EBS 사장의 이름도 거침없이 부른다. "김명중!"은 펭수의 대표 유행어 중 하나다. 

신한카드가 출시한 캐릭터 체크카드 3종(왼쪽부터 무지, 미니언즈, 맥스). (사진제공=신한카드)
신한카드가 출시한 캐릭터 체크카드 3종(왼쪽부터 무지, 미니언즈, 맥스). (사진제공=신한카드)

이처럼 '키덜트'를 공략한 펭수는 소위 말해 '뭘 해도 되는' 상태다. 구독자 100만을 넘긴 '유튜브 스타'이다. 이에 힘입어 지상파 3사와 종편에도 진출했다. 최근 화보 촬영도 진행했으니, 펭수의 인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키덜트는 어린이를 뜻하는 '키드(Kid)'와 어른을 의미하는 '어덜트(Adult)'의 합성어로, 아이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들은 유년 시절 즐기던 장난감, 만화, 과자, 의복 등에 향수를 느끼며 천진난만하고 재밌는 '동심'을 즐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키덜트 시장 규모는 지난 2014년 5000억원 대에서 해마다 20% 이상 급성장해 2018년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과거 일종의 '오타쿠(한 분야에 마니아 이상으로 심취한 사람)' 문화로 여겨졌지만, 무시할 수 없는 시장으로 성장 중이다. 

커져가는 키덜트 시장에 맞춘 '캐릭터 마케팅'도 자연스럽게 활발해졌다. 

최근 개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는 굿즈인 '코스튬 드레스'의 성인 사이즈를 어린이 사이즈와 함께 내놨다. 

얼마 전 대단원의 막을 내린 마블의 '어벤져스'는 한동안 시장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100만원이 훌쩍 넘는 고가의 '아이언맨' 피규어는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지난 7월 카카오프렌즈 '무지' 캐릭터를 카드 플레이트 디자인에 적용한 '카카오페이 신한 체크카드'는 50일 만에 발급 10만 장을 돌파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키덜트 문화를 향유하는 세대는 보통 캐릭터에 익숙하다. 어릴 때부터 다양한 캐릭터를 접해온 세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펭수와 같은 새로운 캐릭터에 거부감이 없다"며 "캐릭터에 익숙한 세대가 시간이 흘러 구매력도 갖췄으니, 캐릭터 굿즈를 구매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것도 당연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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