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12.10 16:01

'예방가능한 외상사망률' 2년만에 30%에서 19%로 격감…전국 14개센터 운영, 3개센터 개소 준비

닥터 헬기로 응급환자를 수송하고 있다.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산간지역에서 7중 추돌사고에 중상을 입은 A씨(42). 그가 생명을 구한 것은 기적과도 같다. 아주대병원 외상센타팀이 응급의료헬기를 타고 사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헬기가 내려앉지 못할 정도로 좁은 도로는 아수라장이었다. 팀원은 구명줄을 내려뜨려 환자를 끌어들인 뒤 소생술부터 시작했다. 심각한 저혈압 상태로 응급센터에 도착한 그에게 의료진은 30팩 가량의 혈액을 대량으로 투입하면서 응급수술을 진행했다. 혈관 지혈과 비장절제, 기관절개술, 골절 치료 등 응급조치를 받은 그는 이후에도 9차례에 걸친 큰 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그는 건강을 되찾아 일터에 복귀했다. 의료진은 “A씨의 경우, 특수대응단과 외상센터 의료진 사이에 쌓인 경험이 생명을 살렸다”며 “소방대원과 특수대응단의 열정이 없었다면 그는 소생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전국단위의 외상으로 사망한 환자 사례를 조사연구한 결과, 2017년 기준 ‘예방가능한 외상 사망률’이 종래 30.5%에서 19.9%로 크게 낮아졌다고 10일 발표했다. 권역외상센터의 본격적 운영과 확대가 가져온 긍정적인 영향으로 분석된다.

‘예방 가능한 외상사망률’이란 외상으로 인해 사망한 환자 중 적절한 시간과 병원에 이송돼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면 생존할 수 있는 사망자 비율이다. 흔히 외상진료체계의 핵심적인 성과지표로 쓰인다.

이번 연구는 서울대 산학협력단(책임연구원 김윤)이 분석한 것으로, 2015년도 실시 이후 2년 만에 10.6%포인트가 감소한 것은 대단한 성과로 평가됐다. 실제 우리나라의 예방가능한 외상사망률은 1997년 40.5%에서 2015년 30.5%로 8년 만에 10%포인트 정도 낮아지는데 그쳤다. 참고로 미국 등 선진국의 예방가능한 외상사망률은 15% 수준이다.

권역별로 보면 광주·전라·제주가 2015년 40.7%에서 2017년 25.9%로 14.8%포인트 낮아져 가장 큰 개선효과를 보였다. 반면 권역외상센터 개소를 준비하고 있는 서울권역은 2015년 30.8%에서 30.2%로 0.6%포인트 개선에 그쳤다.

이밖에도 인천·경기권역은 16.7%(27.4%→10.7%포인트), 부산·대구·울산·경상 권역 16%(29.4%→13.4%포인트), 대전·충청·강원권역 15%(26%→11%포인트) 등 대부분 권역에서 사망률이 크게 낮아졌다.

이번 분석에서 권역외상센터 이송시간이 생존율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다른 병원을 거치지 않고 권역외상센터를 직접 찾은 경우엔 사망률이 15.5%인데 비해 다른 병원을 한번 거쳐 도착했을 때는 31.1%, 두번 이상 거쳤을 때의 40%로 현저히 높아졌다.

권역외상센터는 365일 24시간 중증외상환자가 병원에 도착하면 즉시 응급수술을 할 수 있는 외상전문 치료시설을 말한다. 환자 도착시 전담인력과 전용시설에 다학제적 협진체계를 갖추고 여러 명의 전문의가 10분 내에 집중치료를 시작한다. 현재 전국에는 14개소의 센터가 공식 운영되고 있고, 3개소가 개소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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