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왕진화 기자
  • 입력 2019.12.21 06:50

아직 갈 길 멀어…한국 '유리천장 지수'는 7년 연속 OECD 최하위

(사진출처=픽사베이)
(사진출처=픽사베이)

[뉴스웍스=왕진화 기자] 지난 8일 핀란드에서 34세의 여성 '산나 마린'이 세계 최연소 총리로 임명되는가 하면, 이탈리아에서도 최초 여성 헌법재판소장이 선출되는 등 해외 여성 리더 탄생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국내 기업에서도 정기 임원인사가 연일 발표되고 있는 가운데 여성 임원 발탁 소식이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 11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는 9월 말까지 국내 30대 그룹 가운데 분기보고서를 제출하고 전년과 비교할 수 있는 262개사의 공시 임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체 임원은 줄었지만 여성 임원은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발표했다.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여성 임원은 336명으로 전체의 3.5%를 차지했다. 지난 2015년과 비교했을 때 남성 임원은 9577명에서 9406명으로 171명(1.8%) 줄었고, 여성 임원은 218명에서 336명으로 118명(54.1%) 증가했다.

◆ 여성임원 확대 기조 이어가는 국내 기업들

롯데는 그룹 쇄신을 위해 전체 임원의 규모를 소폭 축소하는 상황에서도 여성 신임 임원 3명을 늘리는 등 여성임원 확대 기조를 유지했다. 

이번 임원 인사로 진은선 롯데칠성음료 디자인센터장, 조수경 롯데슈퍼 온라인사업부문장, 유혜승 롯데홈쇼핑 OneTV부문장, 강수경 롯데첨단소재 선행디자인부문장이 승진했으며, 양수경 대홍기획㈜ 전략솔루션1팀장, 장여진 ㈜호텔롯데 마케팅부문장, 박미숙 롯데월드 서울스카이 운영팀장이 새롭게 여성임원으로 선임됐다.

LG는 지난해 7명을 신규로 선임한 데 이어 여성 임원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올해 역시 전무 3명 승진, 신규 임원 선임 8명 등 여성 임원 확대 기조를 이어갔다. LG생활건강은 역대 최연소 여성 임원으로 심미진(35) 퍼스널케어사업총괄 상무를 발탁했다. 

특히 이번에 전무로 승진한 여성 임원은 최연희 LG생활건강 퍼스널케이사업부장 전무, 박애리 지투알 어카운트 서비스1사업부분장 전무, 김이경 LG 인재육성담당 전무 등이다.

여성임원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현대백화점그룹에서도 두 명의 여성이 승진해 임원이 됐다. 김수경 현대백화점 상품본부 컨텐츠개발담당은 상무갑으로 승진했으며, 박주연 현대그린푸드 전략기획실 푸드운영기획팀장(부장)은 상무보로 신규 선임됐다. 

한샘에서도 여성 임원 발탁 및 관리자 육성에 초점을 뒀다. 유정연, 최지연 디자인실 부장이 이사대우로 승진하는 등 임원 대열에 합류했다.

여성 경력 개발의 날(Women Career Development Day) 워크샵을 통해 볼보그룹코리아 여성 임직원들에게 내부 교육, 멘토링 세션, 외부 강사강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공됐다. (사진제공=볼보그룹코리아)
여성 경력 개발의 날(Women Career Development Day) 워크샵을 통해 볼보그룹코리아 여성 임직원들에게 내부 교육, 멘토링 세션, 외부 강사강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공됐다. (사진제공=볼보그룹코리아)

 ◆ 여성 리더십 키울 수 있는 기회도 늘어

여성 리더십을 주목하고 강화하려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다양성과 포용성을 기반으로 여성 임직원들의 리더십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자 '여성 경력 개발의 날' 워크샵을 개최한 볼보그룹코리아와 여성 임직원 누구나 CEO의 꿈을 꿀 수 있는 위닝 컬처를 확산하기 위해 마련한 '여성 리더십 포럼'을 진행한 롯데그룹의 이야기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지난 10일 서울 한남동에서 볼보그룹코리아 여성 임직원 100여 명을 대상으로 여성 경력 개발의 날(Women Career Development Day) 워크샵을 개최했다. '여성 경력 개발의 날'은 볼보건설기계코리아의 여성 임직원들의 경력 개발을 위해 마련된 사내 워크샵이다.

올해 행사는 볼보건설기계뿐만 아니라 볼보트럭, 볼보파이낸셜서비스를 포함한 여성 임직원 100명이 참석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동반 성장'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롯데도 최근 서울 잠실 롯데호텔 월드에서 'Your Winning Moments'라는 슬로건으로 여성 리더십 포럼 '롯데 와우(WOW; Way Of Woman) 포럼'을 개최했다. 이 포럼은 조직문화를 주도하는 리더로서 역경을 극복하고 목표를 성취하며 조직 내 'Winning Culture(위닝 컬처)'를 만들어 나가는 방안에 대해 서로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포럼은 여성 리더들의 경력 개발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강연으로 진행됐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사진출처=픽사베이)

◆ 아직 두꺼운 국내 기업의 '유리천장'

이처럼 여성의 활약은 점차적으로 활발하게 늘어나고 있지만, 전체 국내 기업의 의사결정 영역에서의 여성 임원 선임 비율은 매우 저조한 실정이어서 갈길이 아직 멀다.  

앞서 지난 10월 여성가족부는 올 1분기 기준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상장법인 전체 기업의 임원이 2만9794명이고, 그 중 여성 임원은 1199명(4.0%)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특히 2018년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은 3.6%에 불과했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은 이 같은 결과에 "기업의 성별다양성 확보는 의사결정의 질을 높여 국가와 기업의 발전도 가져오기 마련"이라며, "기업 내 성별 다양성 제고를 위한 정책적인 노력들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도 한국의 유리천장 지수가 7년 연속 OECD 꼴찌에 머무르고 있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유리천장(Glass ceiling)이란 미국의 경제 전문 일간지인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1970년대에 만든 단어로, '충분한 능력을 갖춘 여성이 직장 내 성차별이나 인종차별 등의 이유로 고위직을 맡지 못하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용어다.

한 기업의 고위 관계자는 "성별 다양성은 조직의 창의성과 혁신성을 자극하는 촉매제인 동시에 기업의 필수 생존조건"이라며 "'여성 임원 확대'를 여성과 남성이 함께 상승 효과를 내기 위한 제도라고 먼저 바라봐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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