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3.14 17:46
아이를 사랑스럽게 안고 있는 모정(母情)을 형상화한 조각이다. 어머니의 사랑은 봄날의 따사로운 햇빛과 같다고 했다.

“이 세상의 부모 마음 다 같은 마음…”으로 시작하는 노래가 있다. 1960년대 유행을 탔던 대중가요 ‘아빠의 청춘’이다. 노랫말처럼 부모 마음이 다 그렇다. 아들딸이 다 잘 되라고, 행복하라고 바라는 그 마음 말이다. 그럼에도 어머니의 마음은 더 지극하다. 품어준 사랑, 먹여준 사랑, 길러준 사랑이 다 더해지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아버지는 엄하고, 어머니는 자애(慈愛)롭다고 했다. 그래서 엄친(嚴親)이면 아버지, 자친(慈親)이면 어머니다. 아버지가 내리는 가르침이면 엄훈(嚴訓), 어머니가 주시는 그것은 자훈(慈訓)이다. 그만큼 어머니는 한 생명체에게 빼놓을 수 없는 사랑 그 자체다.

어머니를 이르는 호칭은 여럿이다. 우선 남의 어머니를 부를 때 자당(慈堂)이라는 말을 썼다. ‘집’을 가리키는 堂이라는 글자가 붙은 이유는 ‘어머니가 머무시는 곳’을 가리키려 함이다. 북당(北堂)도 마찬가지다. 남북으로 향한 집의 구조에서 가장 뒤편이자 북쪽의 내실에 머무는 모친을 가리키는 말이다.

훤당(萱堂)이라는 단어도 있다. 萱은 ‘망우초(忘憂草)’라고도 한다. 근심(憂)을 잊는(忘) 풀(草)이다. 먼 길을 떠나는 아들이 어머니 머무시는 곳 섬돌 아래에 ‘잘 돌아올 테니, 근심하지 마시라’는 뜻에서 심어 놓고 길을 떠나던 일에서 유래했다는 설명이 있다. 어머니 머무시는 곳이라며 직접적으로 적는 모당(母堂)도 마찬가지 단어다.

팔모(八母)는 여덟 종류의 어머니를 가리키는 단어다. 우선 적모(嫡母)가 있다. 첩(妾)이 낳은 자식들이 정실(正室)의 부인을 일컫는 말이다. 계모(繼母)는 아버지가 다시 얻은 아내를 일컫는 단어다. 후모(後母)라고도 부른다. 자모(慈母)는 요즘 ‘자애로운 어머니’라는 의미지만, 원래는 어머니를 일찍 여읜 첩의 자녀들이 자신들을 대신 길러준 다른 첩을 호칭하는 말이다.

양모(養母)는 아버지와 부부관계는 아닐지라도 대신 키워준 여성을 일컫는 말이다. 의모(義母) 또는 기모(寄母)라고도 했다. 가모(嫁母)는 아버지를 여읜 자식들이 새로 시집간 어머니를 일컫는 단어다. 출모(出母)는 아버지가 버린 생모를 지칭한다. 서모(庶母)는 정실 소생의 자녀들이 아버지의 첩을 부르는 호칭이다.

마지막이 유모(乳母)다. 원래는 자신에게 젖을 먹인 아버지의 첩을 일컫다가, 나중에는 수유(授乳)를 위해 고용한 여인을 지칭하는 말로 발전했다. 원래의 아내라는 ‘정실’이라는 말에 첩을 의미하는 측실(側室)과 첩실(妾室)의 개념이 등장한다. 그래서 어딘가 개운치 않은 남성 중심의 옛 동양사회가 만든 단어들이다.

한자 단어 가운데 어머니의 사랑을 문학적으로 승화시킨 표현이 있다. 멀리 앞서 적은 칼럼에서 잠깐 소개했다. ‘봄날의 따사로운 햇빛’을 의미하는 춘휘(春暉)라는 단어다. 당나라 시인 맹교(孟郊)의 ‘유자음(遊子吟)’이라는 작품에서 나왔다. 맹교는 시에서 어머니의 사랑을 봄날의 햇빛, 자식의 경우를 작은 풀이라는 뜻의 촌초(寸草)로 표현했다.

따사로운 봄빛이 없으면 풀이 제대로 자랄까. 그런 점에서 이 문학적인 표현의 울림이 아주 크다. 요즘 한 생부와 계모의 폭력에 짧은 생을 마감한 아이의 경우가 우리를 몹시 우울하게 만든다. 그 조그만 풀 같은 생명을 지켜줄 봄날의 따사로운 햇빛과 햇볕의 자리에 학대와 폭력이 내려앉았으니…. 이 봄이 참 어둑하다.

 

<한자풀이>

嚴(엄할 엄): 엄하다. 혹독하다. 엄밀하다. 지독하다. 심하다. 급하다, 절박하다. 아버지.

慈(사랑 자): 사랑. 어머니. 자비로움. 인정, 동정. 사랑하다.

萱(원추리 훤): 원추리(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망우초.

嫡(정실 적): 정실, 본처. 본처가 낳은 아들. 맏아들. 대를 이을 사람.

嫁(시집갈 가): 시집가다. 시집보내다. 떠넘기다. 가다, 향하여 가다. 시집.

暉(빛 휘): 빛, 광채. 빛나다. 밝다.

 

<중국어&성어>

严(嚴)父慈母 yán fù cí mǔ: 엄격한 아버지, 자애로운 어머니. 예전 동양사회가 키웠던 부모에 관한 관념이다. 父嚴母慈라고도 적는다.

继(繼)母 jìmǔ: 계모, 乳母 rǔ mǔ: 유모, 义(義)母 yì mǔ: 의모, 母爱 mǔ ài: 어머니의 사랑…

孟母三迁(遷) mèng mǔ sān qiān: 맹모삼천. 어린 맹자의 교육을 위해 세 번 이사한 그 어머니의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母老虎 mǔ lǎo hǔ: 암컷 호랑이, 말이나 행동 등이 거친 여인을 일컫기도 한다.

春晖(暉) chūn huī: 원래는 봄빛, 봄볕의 의미. 그러나 시인 맹교의 시 때문에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이라는 뜻을 얻었다. ‘봄의 석 달’이라는 뜻으로 三春暉라고도 적는다. 자주 쓰는 말이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