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성훈의 촌철살인] '옥상옥' 우려 받는 '공수처'
[원성훈의 촌철살인] '옥상옥' 우려 받는 '공수처'
  • 원성훈 기자
  • 승인 2019.12.2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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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성훈 기자.
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당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안을 접하면서 '옥상옥(屋上屋)'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이 단어는 지붕 위에 또 지붕을 얹는다는 뜻으로 불필요(不必要)하게 이중(二重)으로 하는 일을 이르는 말이다.

국회 통과를 앞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중 일부 조항에 대해 대검찰청이 26일 입장문을 통해 "중대한 독소조항이 포함돼 있다"며 공개 반발한 이유도 '옥상옥'에 대한 우려 때문일 것이다.

대검이 독소조항으로 지적한 부분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발견된 공직자의 범죄 정보를 모두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24조 2항이다. 이대로 법안이 시행된다면 수사 기밀이 청와대나 여권에 유출될 것은 뻔하다.

또한, 수사착수 단계에서부터 검경이 공수처에 사전보고하면 공수처의 판단으로 어떤 사건에는 '과잉수사'를, 또 다른 사건에는 '덮어버리기'를 할 가능성이 있음도 분명하다.

뿐만아니라, 검찰은 그동안 법무부나 청와대에도 수사착수를 사전보고하지 않았는데, 향후에는 청와대와 여당이 공수처를 통해 수사의 향방이나 최종 결론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이리되면 검찰 무용론이 불거지고 공수처의 옥상옥 논란은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공수처 법안에 따르면 대통령이 공수처장에 대한 임명권을 행사하고 여당이 공수처장이나 검사 임명에 관여하는 구조로 돼있기 때문이다.

이를 놓고 공수처와 검찰 간에 중복수사를 막기위한 규정이라고 설명하지만 애초 논의과정에서 없던 내용이 갑자기 들어간만큼 군색한 변명이라는 낙인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공수처 설치와 관련해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대두되는 화두(話頭)는 공수처가 과연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적합한 조직일까라는 점이다. 즉,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왔기 때문에 이를 견제하기위해 공수처를 설치한다면 만일 공수처가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게 될 경우 누가 견제할 수 있느냐는 순환논리의 모순에 빠진다.

아울러 정치적 중립성의 요체는 '독립기구냐 아니냐'라는 것과 직결된다. 독립기구의 핵심은 '그 기관의 수장을 어떤 방식으로 누가 선출하느냐' 하는 것에 달려 있다. 그런데, 입법·사법·행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기구로 설치하려면 헌법에 이미 명시돼 있어야 하므로 공수처를 독립기구로 설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적어도 개헌을 해서 공수처법을 손질하기 전까지는 그렇다는 얘기다.

이에 더해, 비록 복수의 추천자 중에서 공수처의 수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한다 해도 임명권자가 대통령임이 분명한 상태라면 공수처가 대통령의 영향에서 자유롭기는 어렵다는 걱정도 제기된다. 자칫 대통령의 직속 사정기관으로 변질될 경우, 오히려 입법부와 사법부에 대한 통제기관으로 작동할 수 있고, 정치적 중립성은 당연히 온데간데 없이 될 소지가 적잖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수처 설치는 '절차적인 문제'도 태생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공수처법을 논의해서 최종 수정안을 마련한 기구가 이른바 '4+1 협의체' (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라는 곳이다. 이 협의체는 법률적 근거 자체가 없이 정치적인 이합집산의 산물로 구성된 기구라는 점이다. 정통성 시비가 일어날 수 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닌다.

이런 까닭에, 자유한국당 성일종 원내대변인은 지난 26일 논평을 통해 "불법 사조직 4+1이 떠들어 댔던 '검찰개혁'은 비대한 검찰 권력을 견제하자는 논리였다. 그래놓고 공수처는 지금의 검찰권력보다 더 비대하게 만들고 있다"며 "그들의 진정한 속내가 검찰개혁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라고 일갈했다.

아울러, "이런 무소불위의 공수처가 실제로 설치되고 나면, 우리나라의 모든 판사·검사·경찰들이 공수처의 눈치를 봐가면서 일을 해야만 한다"며 "자연히 우리나라의 모든 사법기관과 수사기관들이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수처장의 시녀기관이 된다. 마치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빅 브라더'를 연상케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불법 사조직 4+1의 구성원들은 앞으로 공수처법을 '검찰개혁'이라 부르지 말라"며 "개혁의 포장지를 씌운 좌파장기독재의 속내가 드러나고 있다"고 질타했다.

물론 반론도 많다. 대검의 독소조항 운운은 기득권 수호를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대표적으로 '참여연대'는 지난 26일 논평을 통해 "공수처 설치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자 그간 독점적으로 행사해오던 권한의 축소를 용납하지 못하는 검찰의 방해와 반대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검찰은 여러차례 검찰개혁에 대해 국회의 결정을 받아들이겠다고 하면서 표면적으로는 공수처를 수용할 것처럼 발언해왔지만, 막상 공수처 설치 법안의 통과가 가시화되자 수정안의 일부 조항이 독소조항이라면서 공수처 설치에 반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러나 이는 실상 검찰의 막강한 권력이 축소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조직 이기주의적 본색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며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임지봉 서강대 교수)는 국민적 요구인 공수처 설치에 검찰이 반발하는 것은 부적절함을 지적하며, 검찰권을 오남용해온 과거에 대해 먼저 성찰하고 반성할 것을 촉구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참여연대처럼 공수처 설치를 주장하는 측의 시각은 공수처 설치를 반대하는 세력에 대해 조직이기주의 발로이자 기득권을 잃지 않으려는 몸부림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권력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진정 국민을 위한 길이라면 공수처 문제도 이런 원칙에서 처리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옥상옥'의 우려를 안고 있는 공수처 법안이 어느 한쪽의 힘에 의해 강제적으로 '결정 지어질 것' 같은 느낌은 나 만의 불안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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