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19.12.30 10:29
지난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가운데) 프랑스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앞)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노르망디 형식 4개국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사진=독일 공영방송 DW News 유튜브 캡처)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미군이 이라크와 시리아에 있는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를 처음으로 공격했다.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29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조너선 호프먼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정밀 방어 타격을 했다"면서 군사 공격 사실을 확인했다.

미군이 이날 공격한 시아파 민병대는 이란과 가장 밀접하고 규모가 큰 카타이브-헤즈볼라의 이라크(3곳)와 시리아(2곳) 내 군사시설이다.  AP통신은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의 고위 인사를 인용, 최소 12명의 카타이브-헤즈볼라 전투원이 이번 미군의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미군이 이라크와 시리아의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를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공격은 미국이 이란에 사실상 직접 보낸 '위협적 메시지'인 만큼 양국간 군사적 긴장이 '충돌 임계점'을 향해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미국은 중동에 있는 미국인, 미국, 미국 시설을 시아파 민병대와 같은 친이란 무장조직이 공격하면 이를 이란의 미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겠다고 엄중히 경고했다. 이를 고려하면 이번 공격에서 미국이 겨냥한 '표적'은 민병대가 아니라 이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는 유력 성직자나 성지를 수호하는 사병(私兵) 조직이었지만 2014년 이슬람국가(IS)가 창궐하자 이라크 정부군보다 앞장서 대테러전을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이란 혁명수비대는 무기와 작전, 훈련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미국은 이들 시아파 민병대를 '이란의 대리군'으로 부른다. IS와 전쟁에서만큼은 미국과 이란이 '공공의 적' IS를 상대로 기묘한 동맹을 맺었던 셈이다.

미국이 이라크 키르쿠크 K1군기지에서 미국 민간인 1명이 사망한 로켓포 공격의 주체로 카타이브-헤즈볼라를 지목하는 만큼 이를 보복하기 위해 이번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에서는 지난 두 달간 미군이 주둔하는 군기지를 겨냥한 로켓포 공격이 최소 10회 발생했다. 아직 이들 공격의 배후나 주체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미국은 친이란 민병대라고 의심하고 있다.

이란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은 아니지만 미국이 이란을 배후로 의심한 사건에 처음으로 군사적으로 대응한 만큼 양국의 군사적 긴장은 더욱 첨예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그동안 미국은 경제 제재만 강화했다. 따라서 이번 친이란 민병대 공격은 이란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대응이 엄포에 그치지 않고 실행될 수 있다는 신호탄으로도 볼 수 있다.

우연인지는 모르나 이번 공격이 중국·러시아·이란 등 반미 진영 3개국이 호르무즈 해협 부근에서 미국을 겨냥해 처음으로 해군 합동훈련을 하는 가운데 발생한 터라 중동 정세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