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기자
  • 입력 2016.03.15 09:30

국내 기업간 M&A 규제 풀고 관련 내국시장 키워야

지난해 7월 상하이에서 열린 게임산업 전시회 '차이나조이' 현장

중국자본의 한국기업 사냥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까지 다양화하며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기업의 한국기업 인수·합병(M&A) 규모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중국자본의 한국시장 잠식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M&A 대상 한국기업도 과거 제조업에서 보험, 엔터테인먼트 등 서비스산업 위주로 바뀌고 있다. 국내 기업간 M&A시장 활성화를 위한 규제철폐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14일 내놓은 ‘중국의 M&A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기업의 한국기업 M&A 건수는 전년 대비 3배 증가한 33건, 거래 규모는 128% 증가한 19.3억 달러였다. 

지난 10년간 중국기업의 한국기업 M&A(64건) 중 2014년과 2015년 성사된 것만 약 70%(44건)로 최근들어 급증추세다. 올해도 협상중인 5건 중 2건은 이미 성사됐다.

중국기업의 한국기업 M&A 주타깃도 제조업에서 보험,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다양화하고 있다.  2006∼2014년 발생한 중국기업의 한국기업 전체 M&A 31건 중 반도체, 컴퓨터 등 제조업 분야가 16건(52%)으로 가장 많았다. 반면 지난해에는 전체 33건 중 73%에 달하는 24건이 엔터테인먼트 등 서비스업이었다.

이는 중국 정부의 내수·문화산업 육성 기조에 발맞춘 중국기업들이 한국 문화콘텐츠 기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중국기업은 문화적 정서가 중국과 비슷하지만, 기술력이 높고 기업가치는 상대적으로 낮은 한국기업을 좋은 인수 대상으로 평가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중국기업의 국내 서비스업 M&A 확대와중에서 한국의 문화콘텐츠 기업들이 각종 규제와 좁은 내수시장 탓에 중국기업의 사냥감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는 대기업의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참여제한 규제로 국내 기업 간 M&A를 통한 성장의지가 낮고, 영세 중소기업은 수익성 악화로 중국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됐다.

특히 게임산업은 2011년 셧다운제, 웹보드 게임 규제 도입 등의 영향으로 중국시장 진출에 나서는 과정에서 중국 자본에 상당 부분 잠식됐다.

이은미 수석연구원은 “중국기업의 M&A 범위가 전 산업으로 확대되면서 과거 한국 주력 제조업에서 경험한 기술 유출과 경쟁력 상실이 서비스업에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게임 업계는 중국자본 잠식이 심각하며, 향후 다수의 영화·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중국에 넘어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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