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1.02 11:34

고대의대 안암병원, 국내 신생아 집중치료기술 세계 수준 입증

초저극소체중아에 속하는 430g으로 태어난 로희.
초저극소체중아에 속하는 430g으로 태어난 로희. (사진제공=고려대 안암병원)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임신 26주 4일만에 태어난 몸무게 430g의 초극소저체중 출생아가 건강하게 퇴원해 화제다.

고려대의대 안암병원은 지난해 7월 19일 초미숙아로 태어난 로희가 치료 4개월여 만에 3.15㎏의 몸무게로 퇴원했다고 2일 밝혔다. 드물기는 하지만 국내에선 삼성서울병원에서 380g, 서울아산병원도 468g의 신생아를 살려내는 등 초극소저체중아를 생존시키는 신생아 집중치료기술도 이제 세계수준인 것으로 평가된다.  

일반적으로 재태기간이 37주 미만이면 미숙아, 이와 상관없이 출생 당시 체중이 2500g미만인 경우 저체중 출생아라고 부른다. 로희는 그중에서도 체중이 1000g미만인 초극소저체중아에 속한다.

태어날 당시 로희는 어른 손바닥 크기에 불과했다. 스스로 호흡은 물론 움직임이 전혀 없었다. 의료진은 곧 기관삽관과 양압환기(기계식 인공호흡)를 시작하고, 삽관된 튜브를 통해 부족한 폐표면 활성제를 투여했다. 다행히 로희는 심박수와 산소포화도가 정상범위로 회복돼 신생아 중환자실(NICU)로 이송됐다.

이후에도 의료진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초극소 미숙아는 여러 혈역학적 변화와 건강상태가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이다. 폐포가 발달하지 못해 정상 호흡이 어렵고, 시·청각을 비롯한 모든 감각기관이 미숙해 자칫 합병증이나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초극소 미숙아는 출생초기 적극 처치하고 관찰해야 하면서도 접촉은 최소화해야 한다. 작은 접촉도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이는 뇌실내 출혈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적절한 영양공급도 중요하다. 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은 의사, 간호사, 영양사, 약사로 구성된 영양지원팀(NST)을 만들어 아이의 영양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적절한 영양공급을 했다. 이렇게 의료진은 4개월여 동안 한시도 로희에게 눈을 떼지 못하면서 작은 변화를 살폈다.

다행히 로희는 의료진의 정성으로 뇌실내 출혈과 같은 신경학적 합병증 없이 무럭무럭 자라 3㎏이 넘는 몸무게가 됐다. 이후 로희는 인공호흡기도 떼어내고 산소 보조 없이 거뜬히 생존해 건강하게 퇴원한 것이다.

로희를 담당했던 NICU 허주선 교수는 “2019년 고대 안암병원이 서울 동북권 고위험 산모·신생아통합치료센터로 지정된 이후 첫 번째 경사”라며 “우리나라는 저출산 뿐 아니라 초저출생아가 늘어나는 만큼 산과의사로서의 사명감도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김승남 수간호사 , 로희 엄마, 소아청소년과 허주선, 이은희 교수.
왼쪽부터 김승남 수간호사 , 로희 엄마, 소아청소년과 허주선, 이은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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