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1.08 10:48

여의도성모병원 조석구·전영우 교수팀, 1차 항암치료 실패한 환자에 신약 '이브루티닙' 치료전략 제시

조석구교수(왼쪽)과 전영우 교수.
조석구(왼쪽) 교수와 전영우 교수.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새로운 표적항암제인 '이브루티닙(ibrutinib)'의 치료효과와 효과적인 사용방법에 대한 국내의료진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림프종센터 조석구·전영우 교수팀은 2013~2018년 외투세포림프종으로 진단받고 1차치료제에 실패한 환자 33명에게 이브루티닙을 투여한 뒤 그 결과를 분석해 최근 국제학회지에 보고했다고 8일 밝혔다.

외투세포림프종은 혈액암의 일종인 비호지킨림프종(NHL) 환자의 6%에 불과할 정도로 희귀질환이지만 예후가 매우 나쁜 난치병이다. 주로 50세 이상 성인에게 나타나고, 발견됐을 때는 상당히 진행돼 림프절이나 비장, 골수, 간, 소화기 등에 전이된 경우가 많다.

신약 이브루티닙은 암세포만 공격하는 먹는 표적항암제다. 이 약은 1차치료제로 실패해 포기했던 림프종환자에게 탁월한 효과를 보여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문제는 어떤 환자에게 어떻게 사용해야 효과를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없었다. 워낙 환자수가 적어 비교·분석할만한 데이터가 부족했던 것이다. 게다가 약값이 비싸 환자들에게 마음대로 처방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에 조석구 교수팀은 서울성모병원과 여의도성모병원에서 1차치료로 R-CHOP(표적항암제)를 사용하다 재발한 뒤 이브루티닙을 처방받은 환자 33명을 찾아냈다. 그리고 이브루티닙 복용 후 3개월간을 기준으로 조기 치료반응군, 조기 치료실패군으로 분류해 각각의 무병생존율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이브루티닙을 복용한 전체 환자(기존치료에 실패한 불응성 및 재발성 외투세포림프종 환자)의 무병 생존기간은 평균 35개월로 대조군인 12개월보다 길어 탁월한 효과를 입증했다.

흥미로운 것은 약을 투여한 뒤 일찍 반응(완전관해 및 부분관해)을 보인 환자들의 무병생존율은 82%로 높은 반면 반응이 별로 없었던 환자들은 생존율은 18%에 불과해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조기치료 실패군은 대부분 6개월 이내에 사망했다.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약 투여후 초기반응을 약효를 예측하는 기준으로 삼자는 치료전략을 제시했다. 이브루티닙 투여후 초기에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서둘러 기존 치료방식인 동종조혈모세포이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특히 단일기관에서 단일치료법을 균일한 환자를 대상으로 약효를 분석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전영우 교수(제1저자)는 “신약 이브루티닙도 완벽한 치료제는 아니므로 치료법을 결정하고 전환하는데 신속성이 중요하다”며 “이브루티닙 치료에 3개월간 반응을 보이지 않는 환자는 서둘러 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해 생존율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Cancer Medicin'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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