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20.01.10 13:29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 기지 2곳 공격하고 나서 얼마 안 돼 발생

지대공 미사일 SA-15의 훈련 모습. (사진=The Modellingn News 유튜브 캡처)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미국과 캐나다 등 서방 국가들이 이란 수도 테헤란 외곽에서 추락한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이란의 지대공 미사일에 우발적으로 격추됐다는 판단을 내렸다.

9일(현지시간) CNN방송은 정보 사항에 정통한 당국자발로 전날 추락한 우크라이나국제항공 보잉 737-800 여객기가 이란의 러시아제 지대공 미사일 SA-15 두 발에 의해 격추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 당국자들도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원인은 이란의 지대공 미사일에 의한 '우발적 피격'이라고 밝혔다고 폭스뉴스가 전했다.

로이터통신이 전한 당국자의 발언에 따르면 이란측 레이다가 미사일 발사 전에 우크라이나국제항공 보잉737-800 여객기를 추적하고 있었다. 열 신호(적외선) 자료를 보면 이 여객기는 지대공 미사일 2발의 신호가 감지됐을 때 이륙한 상태였으나 그 직후 여객기 부근에서 폭발이 발생했고 이어 여객기가 추락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란의 단거리 요격 미사일 발사가 위성에 감지된 후에 미국 정보기관들은 이란의 이동형 SA-15 미사일이 여객기를 격추한 것을 확인해주는 이란의 교신까지 포착했다는 미국 당국자들의 설명을 전했다.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맞힌 것으로 파악된 SA-15 미사일은 저고도∼중고도에서 항공기나 유도 무기를 요격하는 용도로 개발된 미사일이다. 사거리는 25㎞이며 최고 1만m 상공에 있는 목표물을 요격할 수 있다

이란군은 이라크 내 미군 기지 '보복 공격' 후 미국이 재보복으로 공항을 노릴 것에 대비해 이 미사일을 공항으로 이동시킨 것으로 미 당국자들은 추정했다.

또 미국 매체들은 미 당국이 이번 여객기 격추가 고의가 아니라 사고에 따른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번 여객기 추락 사고는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 기지 2곳을 공격하고 나서 얼마 안 돼 발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는 비극적인 일이다. 하지만 반대편에서 누군가 실수를 했을 수 있다"며 "여객기는 상당히 거친 지역을 비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 실수를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란 당국의 설명을 염두에 둔 듯 "어떤 사람들은 기계적인 이유였다고 말한다"며 "나는 개인적으로 그건 문제조차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이번 사고로 자국민이 다수 사망한 캐나다는 물론 영국 정부도 추락 원인을 격추로 지목했다. 추락 여객기의 탑승자 176명 가운데 63명이 캐나다 국적으로 파악됐다. 상당수 이란계 캐나다인으로 알려졌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수도 오타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캐나다 자체 정보당국과 동맹국들로부터 다수의 정보를 확보했다"면서 "이들 증거는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이란의 지대공 미사일에 맞아 추락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의는 아니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제 그 여객기가 이란의 지대공 미사일에 격추됐다는 방대한 정보가 있다"고 밝혔다.

이란은 여객기 격추설이 '심리전'의 일환이라고 반박하면서도, 조사에 당사국을 참여시키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알리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은 "(이런 주장을 담은)이 모든 보도들은 이란을 겨냥한 심리전"이라고 주장하며 이번 추락 사고로 자국민이 희생된 나라들이 사고 조사에 참여하는 것을 허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란은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에 조사 동참을 요청했고, 미국 보잉사도 사고 항공기 제조사 자격으로 이번 조사에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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