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왕진화 기자
  • 입력 2020.01.20 04:00

유통업계, 상품 판매보다 브랜드 경험에 무게 둔 콘텐츠 선봬

무신사 테라스X우신사 마켓. (사진제공=무신사)
서울 홍대에 위치한 무신사 테라스X우신사 마켓에서는 힙합 파티 등 다양한 체험 행사를 경험할 수 있다. (사진제공=무신사)

[뉴스웍스=왕진화 기자] 유통업계에서 소비자가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의 중요성이 커져가고 있다.

쇼핑채널의 주축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기울어지고, 이커머스 중심으로 가격파괴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유통업계는 수익을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이러한 사업환경 변화는 상품 판매를 주 목적으로 했던 공간의 새로운 활용법을 모색하게끔 만들었다. 그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체험형 공간이다.

최근 CJ ENM 오쇼핑부문과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공동으로 발표한 '2020 소비트렌드'에 따르면 올해 소비 키워드는 'EXPERIENCE(경험)'이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많은 돈'을 쓰는 것보다 '오랜 시간'을 머물게 해 소비자들의 직·간접적 브랜드 체험을 유도하는 흐름이 올해 더 강화될 전망이다.

다양한 경험 요소가 가미된 복합적인 쇼핑 공간은 올해에도 더 새롭게, 더 자유로운 소통과 공유가 가능한 콘셉트로 소비자들의 발길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패션과 뷰티, 가구 등 업계를 불문하고 잇따라 선보이고 있는 국내 유통기업의 체험형 공간을 소개한다.

◆ 옷이 아닌 패션 브랜드 경험

온라인 패션 스토어 무신사가 전개하는 패션문화 편집공간 '무신사 테라스'는 요가 클래스, 영화 상영회, 힙합 파티 등 문화 콘텐츠는 물론 다양한 입점 브랜드를 오프라인에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무신사 테라스 아우터 페스티벌'은 직접 아우터를 입어볼 수 있는 행사로, 다양한 체험 행사와 무신사 앱을 통해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약 2주 간 누적 방문객 2만 명을 돌파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의 콘셉트스토어 '솟솟상회'는 브랜드의 역사를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운영 중이다. 오래 전 브랜드 이슈와 옛날 지면 광고 전시와 함께 옛날 문구점에서 볼 수 있었던 다양한 오락기를 비치해 쇼핑뿐 아니라 놀이 경험까지 제공하며 젊은 세대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세포라 신촌 현대유플렉스점. (사진제공=현대백화점)
세포라의 국내 3호점이 현대백화점 신촌점에 오픈했다. (사진제공=현대백화점)

◆ 화장품 매장의 재발견, 사지 말고 발라보세요

화장품 전문기업 아모레퍼시픽이 지난 해 10월 개장한 '아모레 성수'는 2300여 개 화장품을 자유롭게 체험할 수 있지만 현장 판매는 하지 않는다. 다소 파격적인 운영 방식으로 눈길을 모은 이곳은 오픈된 지 약 2개월 만에 누적 방문자 수 2만4000명을 달성하는 등 성수동의 핫플레이스로 부상 중이다. 

실제로 아모레 성수를 방문한 고객 가운데 20%는 1주일 이내에 온라인에서 아모레 브랜드 제품을 구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글로벌 뷰티 편집숍 세포라는 최근 국내에 3호점을 오픈했다. '뷰티 경험'을 중점으로 두고 있는 세포라에는 그동안 해외직구를 통해서만 구매가 가능했던 글로벌 독점 브랜드의 제품들이 구비돼 있다. 또한 피부 상태 진단 및 15분 무료 화장 서비스 등 온라인에서 경험하기 힘든 전문적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어 코스메틱 덕후들에게 인기다.

애경산업이 지난 해 6월 서울 AK& 홍대점에 오픈한 체험형 매장 '루나 시그니처'도 데이트존, 오피스 존, 클럽 존 등 3가지 콘셉트로 꾸며져 눈여겨볼 만하다. 각 콘셉트 존은 고객들이 TPO(Time, Place, Occasion)에 맞는 메이크업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됐다. 

한 소비자가 모나미스토어에서 잉크랩을 통해 '나만의 잉크'를 만들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모나미)
모나미스토어에서는 잉크랩을 통해 '나만의 잉크'를 만들 수 있다. (사진제공=모나미)

◆ 가구, 식품, 문구 업계도 '체험형 공간'에 가세

이미 쇼룸이나 플래그십 매장을 활발하게 운영 중인 가구 업계는 최근 들어 전시·판매장을 문화 공간으로 선보이고 있다. 수면 전문 브랜드 시몬스의 복합문화공간 '시몬스 테라스'는 쇼룸 외에 정원과 라운지, 브랜드 스토리를 담은 박물관과 전시관 등 다양한 공간을 선보여 개장 1년 만에 누적 방문객 수 10만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매일 먹는 음식의 제조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CJ제일제당의 체험형 공간인 '햇반 뮤지엄'이 바로 그 곳이다. 그 중 스마트팩토리는 햇반이 생산되는 공정을 직접 보고 경험할 수 있으며, 공장 입실 전 먼지나 미생물 제거를 위한 에어샤워 간접체험과 제조 공정에 대한 시각 자료로 이해도를 높여준다.

문구기업 모나미가 오프라인 스토어에서 진행 중인 '잉크 랩(Ink LAB)' 체험 누적 고객 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5000명을 돌파했다. 2017년 12월 모나미 수지본사점에서 처음 시작된 '잉크 랩(Ink LAB)'은 고객이 직접 다양한 색상의 잉크를 조합해 나만의 만년필용 잉크 컬러를 만들어볼 수 있는 잉크 DIY체험 공간이다. 완성된 잉크 레시피는 나만의 이름을 붙여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면 향후 동일한 컬러를 추가로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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