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0.01.20 15:26
한국천문연구원은 외계행성수색시스템(KMTNet) 칠레관측소 망원경으로 지난달 20일 촬영한 성간천체 '보리소프'의 모습을 공개했다. 60초간 노출한 33장의 영상을 합성한 뒤 밝기의 중간값을 적용했다. (사진제공=한국천문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은 외계행성수색시스템(KMTNet) 칠레관측소 망원경으로 지난달 20일 촬영한 성간천체 '보리소프'의 모습을 공개했다. 60초간 노출한 33장의 영상을 합성한 뒤 밝기의 중간값을 적용했다. (사진제공=한국천문연구원)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국내 연구진이 해외에 구축한 천체망원경을 활용해 외계에서 태양계로 날아온 손님 ‘보리소프’의 모습을 촬영한 영상을 처음 공개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지난달 20일 오후 4시 4분부터 오후 5시 19분까지 1시간 15분간 외계행성탐색시스템(KMTNet) 칠레관측소 망원경으로 보리소프 혜성을 촬영한 영상을 이달 20일 공개했다. 

KMTNet는 칠레와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등 3곳에 설치된 천체망원경으로 24시간 남반구를 관측할 수 있는 관측 네트워크다. 지난 2015년 처음 설치됐다.

보리소프 혜성은 지구로부터 약 2억9000만㎞ 떨어진 우주를 날고 있다.

지구와 태양 거리의 1.95배다. 혜성의 밝기는 16.5등급으로 0등급인 직녀성(베가)보다 400만 배 어두웠다. 보리소프 혜성은 지난달 8일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근일점을, 20일 후인 28일에는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근지점을 통과했다.

보리소프는 태양계 밖에서 날아온 두 번째 ‘성간천체’다. 지난해 8월 우크라이나 출신 아마추어 천문가 게나디 보리소프가 처음 찾아냈다.

국제천문연맹(IAU)이 보리소프가 외계에서 왔다는 것을 인정해 ‘2I/보리소프’라는 이름을 붙였다. 태양계 밖 소행성과 혜성의 존재는 이론으로만 예측돼왔는데 2017년 하와이대 연구팀이 성간천체 ‘오무아무아’를 처음 관측한 이후 이번 발견으로 그 존재가 확실해졌다.

보리소프는 타원 궤도를 그리는 태양계 내 다른 천체와 달리 극단적인 쌍곡선 궤도를 따라 운동한다.

초속 32.2㎞로 태양계에 진입했는데 태양계 천체는 이처럼 빠른 속도를 가질 수 없다. 2012년 태양권을 벗어나 성간공간에 들어간 미국의 탐사선 ‘보이저 1호’는 비행속도가 초속 16.9㎞다. 천문학계는 보리소프의 핵 크기를 0.7~3.3㎞로 추정한다. 주변을 둘러싼 기체 때문에 정확한 추정이 어렵다.

보리소프에서는 탄소와 산소, 시안가스 등이 관측됐다. 물이 발견되진 않았으나 다른 원자와 분자 분출로 볼 때 많은 양의 물이 뿜어져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관측에 따르면 보리소프는 초당 먼지 2㎏, 물 60㎏를 방출하고 있다. 보리소프는 발견 당시에는 북반구 하늘에 있었지만 2019년 11월 중순 남쪽 하늘로 넘어갔다. 한국에서는 올해부터 볼 수 없게 됐다. 올해 9월까지는 천문학자들이 혜성을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리소프는 다른 태양계 내 천체와 달리 쌍곡선을 그리며 태양계를 빠져나간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이번 관측 결과는 국제소행성경보네트워크(IAWN)이 주관하는 보리소프 혜성 국제 공동관측 캠페인에 공유된다. 관측 캠페인에는 허블우주망원경과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화성탐사선 ‘메이븐(MAVEN)’, 외국 아마추어 천문가들도 참여한다. 메이븐은 화성의 대기를 관측하는 탐사선이지만 보리소프의 가스 운동을 관찰하는 데도 활용될 예정이다.

문홍규 천문연 우주과학본부 책임연구원은 “혜성에 우주망원경과 행성탐사선을 동원하는 일은 흔하지 않다”며 “보리소프가 외계에서 온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에 허블우주망원경도 관측에 상당한 시간을 배정했다”고 말했다.

천문학자들은 외계행성과 혜성을 1년에 1개꼴로 찾을 수 있으리라 예측한다. 2022년 가동이 시작되는 구경 8.4m 베라루빈천문대(VRO)에 기대를 걸고 있다. 칠레 쎄로 파촌에 건설중인 VRO는 지구위협소행성과 암흑물질, 우주 진화 연구를 위해 미국을 중심으로 여러 대학과 연구기관들이 운영에 참여한다.

문 책임연구원은 "천문연도 VRO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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