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20.02.01 07:30

하나은행 중국법인 작년 3분기 누적 순익 309억…1년 전의 반토막

(사진=박지훈 기자)
(사진=박지훈 기자)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우리나라 4대 시중은행(신한·KB·KEB하나·우리)의 글로벌 실적이 미중 무역 마찰에 따른 중국 경기 둔화에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외 이익 대부분이 중국에 몰린 하나은행의 실적 악화가 두드러졌다.

일본과 베트남에서 외국계 1위를 점한 신한은행, 신남방 다변화에 성공한 우리은행이 중국 매출 정체에도 성장세를 이어간 것과 대비된다.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2019-nCoV) 감염증의 중국 확산으로 인한 현지 내수 침체가 가중될 것으로 보여 올해 하나은행의 해외 수익 부진은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3분기 누적 해외법인에서 발생한 순이익은 3750억원으로 1년 전(4136억원)보다 9.3%가량 줄었다. 

해외 실적 부진은 중국 시장 수익이 크게 줄어들어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중국법인(신한은행중국유한공사)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67억원으로 전년(246억원)과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홍콩법인(신한아주금융유한공사)이 순이익(159억원)에서 순손실(5억원)로 전환했다. 이로 인해 글로벌 순이익 대비 중화권 비중은 2018년 22.5%에서 지난해 13.8%로 급락했다.

다만 전체 해외법인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893억원으로 전년(1801억원)보다 소폭 성장했다. 일본법인(SBJ은행)과 베트남법인(신한베트남은행)의 호실적에 힘입은 결과다.

우리은행 역시 중국법인(중국우리은행) 실적이 부진했지만 신남방에서 거둔 이익이 늘어 해외 실적이 1년 전보다 성장했다. 해외법인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904억원으로 1년 전(868억원)보다 4% 증가했다. 중국법인의 비중은 2018년 18%(156억원)에서 지난해 6.4%(58억원)으로 급감했으나 동남아 비중은 같은 기간 44%에서 65.1%로 높아졌다.

이 같은 비중 변화는 최근 2년간 영업망을 신남방 지역을 중심으로 크게 늘린 덕분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26개국에서 449개 해외 네트워크를 확보하며 국내 은행 중 가장 많은 국외 영업망을 갖췄다. 이어 하반기에만 25개를 추가하기도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성장유망지역을 중심으로 각국의 금융환경을 고려해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며 “성장성과 수익성뿐만 아니라 한국과의 밀접한 경제교류에 따른 우호적 관계 등을 고려할 때 동남아는 해외 진출의 최우선 지역으로 현지 시장에 최적화된 비즈니스 모델로 진출해 빠르게 영업망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하나은행은 해외이익의 핵심인 중국 시장의 실적이 반토막 난 영향으로 역성장이 우려된다. 중국법인(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309억원으로 1년 전(669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53.6%에 달했던 중국법인 비중은 37.60%로 크게 축소됐다.

이처럼 국내은행의 중국 수익 감소는 현지 경기 둔화 탓이다. 산업연구원이 중국한국상회 및 대한상공회의소 북경사무소와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을 대상으로 분기마다 진행하는 정기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황 경기실사지수(BSI)는 2018년 3분기 이후 지난해 4분기까지 100을 밑돌았다. BSI지수는 100을 초과하면 긍정적으로 응답한 기업이 많고 100미만이면 부정적으로 답한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부정적 영향'의 구체적 내용은 중국경기 둔화로 인한 현지수요 위축(56%), 미국의 대중국 제재로 인한 대미 수출 감소(23%), 글로벌 교역 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14%) 등의 순서로 응답이 많았다.

게다가 최근 중국 전역으로 확산된 신종 코로나로 인해 시장 여건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세계적인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신종 코로나로 인한 경기 위축으로 올해 중국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5.7%)보다 1.2%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제롬 파월 의장도 2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여행 제한과 비즈니스 중단 등으로 중국과 세계의 경제활동에 일부 차질이 있을 수 있다”며 “최소한 단기적으로 중국의 생산에 명백히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중국시장이 둔화되면서 현지에 진출한 우리기업의 매출도 나빠지고 있고 일부는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거나 신용등급 하락으로 신규 대출 혹은 만기 연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가 중국 각지로 확산되고 있어 은행들은 리스크에 대비해 충당금을 더 확보해야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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