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20.02.08 04:20

외식업계, 인건비 절반 '서빙로봇' 열풍…트레이에서 요리 꺼내야해 불편

(사진=장진혁 기자)
'LG 클로이 서브봇'이 서울 중구 제일제면소 서울역사점에서 시범운행 중에 있다. (사진=장진혁 기자)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외식업계에 '로봇 열풍'이 불고 있다. 사람 말고 로봇이 식당의 궂은 일을 대신하기 시작한 것이다. 소비자는 점차 비접촉 성향을 보이며 점주들은 인건비 절감에 몸부림치고 있다. 이러한 해결책으로 '서빙로봇'이 등장하자 각 업체들은 매장 안에 속속 도입해 '미래형 매장'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전자와 CJ푸드빌은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제일제면소 서울역사점에 'LG 클로이 서브봇' 1대를 도입했다. 'CES 2020'에서 첫 선을 보인 이 서빙로봇이 실제 매장에 도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미 서빙로봇을 활용하는 곳이 있음에도 대기업이 개발했다는 사실에 업계의 관심은 뜨거웠다.

기자는 제일제면소 서울역사점을 직접 방문해 클로이 서브봇을 취재했다. 특히 주문한 요리를 이 서빙로봇이 운반하는 과정을 눈여겨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클로이 서브봇은 직원을 도와 고객이 다 먹은 그릇을 치울 때 굉장히 유용했다. 다만 사람이 많아 식당 안이 복잡할 때 제 기능을 못할 가능성이 높았으며 안전사고 발생 위험도 존재했다.

◆홍보 효과는 '만점'…다가온 무인화에 고객 관심 커

제일제면소 서울역사점은 입구부터 눈에 띄었다. 유리문에 크게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LG 클로이 서브봇 운영매장'이라는 문구였다.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역 인근이기에 방문객의 발길을 끌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여기가 로봇이 음식을 서빙하는 매장이죠?"

상당수 손님들이 들어오면서 직원에게 물어볼 정도로 클로이 서브봇은 관심을 끌었다. 홍보 측면에서는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보니 클로이 서브봇과 중국산 서빙로봇이 함께 시범운행 중이었다. 아직 도입 초기라 그런지 활발히 운영하고 있진 않았다.

중국산 서빙로봇은 너비가 커 넓은 통로 쪽 테이블에 앉은 고객에게 쓰였다. 반면, 클로이 서브봇은 사람의 몸통 정도로 제작돼 좁은 통로나 복잡한 구조에서 활용성이 높았다. 다소 기계처럼 보이는 중국제와는 달리 클로이 서브봇은 화면에 귀여운 눈망울과 다양한 표정을 보여주며 친근한 느낌을 줬다.

요리를 주문해봤다. 제일제면소 서울역사점은 태블릿(소형 휴대형 컴퓨터)으로 주문하는 방식이라 별도로 직원을 부르는 과정을 생략할 수 있었다. 서서히 무인화가 현실이 되는 풍경이었다.

주방에서 요리가 나오자 직원은 클로이 서브봇의 트레이(판)에 옮긴 후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클로이 서브봇이 테이블까지 음식을 가져다줬다. 실내 자율주행 및 장애물 회피 기술이 적용된 모습이었다. 일부러 클로이 서브봇의 앞길을 막아봤는데 "죄송합니다. 잠시만 지나가도 될까요?"라고 말하며 충돌을 피했다.

(사진=장진혁 기자)
'LG 클로이 서브봇'은 트레이 3개를 끼우면 최대 4개의 칸에 여러 음식을 나눠 담을 수 있다. (사진=장진혁 기자)

◆다 먹은 그릇 치울 때 '유용'…안전사고 발생 가능성도 있어

클로이 서브봇은 장애물을 만나면 길을 돌아가기에 고객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효율성이 떨어졌다. 특히 혼잡한 식당의 경우에는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으며 아이들이 호기심에 운반하는 음식을 만져볼 수도 있다. 더구나 클로이 서브봇이 테이블 근처까지 오긴 하지만 요리를 트레이에서 꺼내는 건 고객의 몫이었다. 테이블 위로 음식을 올려주지 못한다는 점은 불편했다.

클로이 서브봇의 강점은 고객이 식사를 마쳤을 때 드러났다. 직원은 고객이 다 먹은 그릇을 전부 클로이 서브봇에 싣고 버튼을 눌러 손쉽게 주방으로 옮겼다. 직원 입장에서는 클로이 서브봇의 4개 칸에 빈 그릇을 전부 넣는 일만 하면 되기에 여러 번 움직일 필요가 없어졌다.

제일제면소 서울역사점 관계자는 "비교적 한가한 시간에는 클로이 서브봇을 통해 빈 그릇을 치우면 편리했다"며 "다만 고객이 몰리는 주말에는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 등으로 인해 운행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작동 방식에 대한 기자의 물음에는 "클로이 서브봇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쓰이고 1시간 정도 충전을 한다"며 "그러면 다시 오후 4시부터 마감 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으며 충전해놓고 퇴근한다"고 설명했다.

(사진=장진혁 기자)
'LG 클로이 서브봇'은 뜨겁거나 무거운 그릇에 담긴 요리를 옮기는 데 유용해 레스토랑 직원들이 보다 세심하게 고객을 응대하는 등 좀 더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장진혁 기자)

◆국내 외식업체 서빙로봇 도입 열풍…완벽한 무인화는 '아직'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제 등 근무환경 변화로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비용 절감에 대한 업체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아르바이트생을 쓰던 외식업체들은 일부 매장에 키오스크(무인단말기)를 설치해 음식 주문을 받고 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시작된 키오스크 도입 바람은 최근 김밥 프랜차이즈, 카페까지 확대됐다. 또한 네이버 '테이블주문' 등 개인 스마트폰으로 주문할 수 있는 'QR코드' 주문도 도입됐다.

이같은 흐름에 맞춰 최근 서빙로봇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서빙로봇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는 곳은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다. 우아한형제들은 한국피자헛과 함께 지난 2018년 8월 서빙로봇 '딜리플레이트'를 시범운행한 후 상용화에 성공했다.

딜리플레이트의 렌털 가격은 2년 계약기준 월 90만원이다. 2020년 최저월급이 179만5310원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에 미치는 수준이다. 이 서빙로봇을 고용하면 인건비를 대폭 아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 직원의 피로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지난 4일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딜리플레이트 렌털 프로그램을 시작한 지 두 달여 만에 전국 12곳 식당에서 18대가 운영 중이다. 현재 수도권의 경우에는 서울 3곳(신한은행본사 직원식당, 치어스, 메리고키친), 인천 3곳(메이하오 짬뽕, 교촌치킨 만수2호점, 오목골 즉석메밀우동), 경기 4곳(찬장, 천상마루, 포메인, 이바돔 감자탕)에서 딜리플레이트가 쓰이고 있다.

국내 외식업체들은 매장에 서빙로봇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후발주자이지만 참여 자체로 시장을 뒤흔들만한 저력을 가진 대기업 LG전자의 가세는 로봇업계의 밝은 미래를 엿보게 한다. 클로이 서브봇은 아직 시범운행 중이지만 상용화된다면 기존 업체들과의 경쟁으로 인해 여느 서빙로봇의 가성비가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현재는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한계가 명확히 드러나 있다. 기존 직원이 일일이 서빙로봇의 버튼을 눌러 명령을 해야 하며 고객은 트레이에서 직접 요리를 꺼내야 해서 고급 레스토랑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완벽한 무인화가 이뤄지기에는 아직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며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도 대체될 수 있는 지능형 로봇 개발에 대한 투자가 더욱 활발히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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