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0.02.18 10:29

1년 만에 복귀 결정…대법원 "형사판결 확정까지 상당 기간 소요돼 바람직하지 않아"

(사진=대법원 홈페이지)
(사진=대법원 홈페이지)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돼 재판업무에서 배제된 현직 법관 8명 중 7명이 3월부터 재판 업무에 복귀한다.

일부 법관들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지만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법원이 기소된 법관들을 재판에 복귀시키기로 하면서 법조계 일각에서는 재판 공정성에 관한 우려가 나온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17일 임성근·신광렬·이민걸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포함해 이번 사건으로 기소된 현직 법관 7명의 사법연구 발령 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재판부로 복귀시키는 인사를 냈다.

이들의 사법연구 기간은 오는 29일까지며, 복귀는 다음 달 1일 자로 이뤄진다.

이태종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재판부 복귀 대상에서 제외됐고, 오는 8월 31일까지 계속 사법연구를 한다. 이 부장판사의 경우 사법연구 잔류를 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법연구는 재판 업무 대신 해외나 국내에서 사법 분야의 연구를 맡도록 하는 제도이지만,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 연루된 법관 다수는 별다른 연구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지난해) 사법연구 발령은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진 잠정적인 조치였다"며 "사법연구 기간이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형사판결이 확정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복귀 사유를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사정과 본인 희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잠정적 조치인 사법연구를 유지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8명의 판사는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돼 지난해 재판에 넘겨졌다. 

김 대법원장은 작년 3월 "피고인으로 형사재판을 받게 되는 법관이 다른 한편으로 재판업무를 수행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국민의 사법신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들 법관에 대해 사법연구 발령을 냈다. 기소된 판사가 재판을 진행할 수 없도록 한 조치로, 일종의 업무배제였다.

이들의 사법연구 발령 기간이 이달 29일로 만료됨에 따라 법조계에선 대법원이 기간을 연장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김 대법원장은 사법 연구 기간이 이미 장기화하고 있는 데다 형사판결이 확정되기까지 경우에 따라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사법연구 발령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최근 임성근·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 등 4명이 최근 1심이 무죄를 선고받은 점이 이런 판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기소됐다는 사실만으로 재판 업무에서 배제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시돼 온 점도 김 대법원장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당초 이들을 재판업무에서 배제했던 원인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복귀 결정이 내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임성근·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의 경우 최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나머지 판사들은 아직 1심 선고도 내려지지 않았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4명의 법관도 검찰이 항소해 피고인 신분으로 2심 재판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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