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대청 기자
  • 입력 2020.02.24 00:10

넥슨·엔씨 'IP 부자', 넷마블은 자사 IP 도전…중견 게임사들은 IP 기반 다지며 다각화 도모

국내 대표 게임 IP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사진제공=엔씨소프트)
국내 대표 게임 IP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사진=엔씨소프트)

[뉴스웍스=장대청 기자] 게임업계는 지금 지식재산권(IP) 전성시대다.

히트 IP 보유 여부는 곧 게임 회사의 힘으로 통한다. 게임 콘텐츠 산업 시장이 몸집을 키울수록 그 중요성 역시 커지고 있다. IP는 지적 활동으로 생기는 부산물에 대한 권리로 저작권과 산업재산권을 함께 일컫는 말이다. 하나의 IP는 다양한 플랫폼과 산업을 통해 변신하며 뻗어 나갈 잠재력을 지녔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등이 대표적인 국내 게임업계 히트 IP다. 

게임 업체들은 하나의 IP를 바탕으로 플랫폼을 바꿔가며 신작을 내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 시장이 포화될수록 국내 게임업계는 콘솔 류, 타 플랫폼 게임, 영화화를 비롯한 문화 산업, e스포츠 등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 때 가장 핵심적인 요소 역시 IP가 될 전망이다.   

◆ "우리 IP 키우자"…3N, 잇달아 자사 IP 활용 신작 출시 예고

게임업계 매출 1위 넥슨은 강력한 IP가 많다. 지난해 넥슨의 매출은 2조6840억원이고 영업이익은 1조208억원이다. 소폭 감소세를 보였지만 영업이익률이 38%에 달하며 내실이 단단하다. 

장수 게임 메이플스토리와 FIFA 온라인 4의 매출 증가가 작년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두 게임은 넥슨의 대표적인 IP다. 신규 IP V4의 성공도 호재다. V4는 출시 이후 꾸준히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 최상위권을 차지하며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21일 기준 V4의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는 4위다.

넥슨은 올해도 강점을 이어 흥행 가능성이 높은 인기 IP 신작을 선보일 계획이다. 바람의나라: 연, 마비노기모바일, 테일즈위버M 등을 준비해 기존 PC게임 히트작을 모바일로 이식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게임업계 '3N'의 대표 IP 활용 게임. 위부터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넷마블의 A3: 스틸얼라이브,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 (사진제공=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국내 게임업계 '3N'의 대표 IP 활용 게임. 위부터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넷마블의 A3: 스틸얼라이브,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 (사진=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매출 2위 넷마블은 자체 보유 IP가 부실하다. 넷마블은 꾸준히 자사 IP 확보 문제를 약점으로 지적받았다. 지난해 넷마블의 매출은 2조1755억원인 반면 영업이익은 2017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은 9.3%에 불과하다. 

앱 중계 사이트에 수수료 30%를 내야 하는 모바일 게임이 넷마블의 핵심 사업인 것도 이유지만 히트작 대부분이 타사 IP인 점도 낮은 영업이익률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성공을 거둔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는 원작 만화의 IP를 빌려왔다. 리니지2 레볼루션,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 마블 퓨처파이트 등 IP를 빌려온 게임이 많다. 

올해는 자사 IP 활용 신작을 선보이며 수익성을 개선할 준비 중이다. 넷마블이 가장 먼저 내놓는 신작은 A3: 스틸얼라이브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A3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넷마블은 올해 내부적으로 강한 넷마블을 선포하고 그 포문을 자체 IP인 A3를 기반으로 만든 A3: 스틸얼라이브로 열고자 한다"라고 강조했다. 

세븐나이츠의 IP를 기반으로 한 세븐나이츠2, 세븐나이츠 레볼루션도 개발하며 IP 확보에 힘을 내겠다는 구상이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라는 거대 IP를 가졌다. 이외에도 블레이드&소울, 아이온을 비롯해 IP 자원이 풍부하다. PC게임 리니지를 모바일로 옮긴 리니지M, 리니지2M 역시 출시 이후 꾸준히 시장 1위를 고수하는 등 IP의 힘을 여실히 보여줬다. 

지난해 저작권 수익인 로열티 매출이 줄어들었지만 리니지2M의 실적이 온전히 반영되지 않은 만큼 기대해 볼만하다는 전망이다. 업계 전문가는 "안정적인 기존 매출 기반에 대형 히트 신작 게임 개발과 운영 능력으로 실적 성장을 더할 수 있다"며 "크로스플랫폼 '퍼플'도 모바일과 PC 플랫폼 간의 접점 확대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신규 수익원 창출을 해낼 것이다"고 엔씨소프트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올해 엔씨는 리니지2M을 글로벌 시장에 출시하는 한편 블레이드앤소울 기반의 신작 블레이드앤소울2와 블레이드앤소울S, 모바일 아이온2를 선보일 예정이다.

◆ 검은 사막 잇는 '붉은 사막'…크로스파이어는 '할리우드'로

중견 게임회사들은 사실상 핵심 IP 하나가 회사의 중심을 지킨다. 이들은 줄줄이 올해 최우선 과제로 IP의 확보와 발전을 꼽았다.

펄어비스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3.1% 오르는 등 의미 있는 성장을 이뤘다. 검은사막 IP의 글로벌 론칭이 힘이다. 검은사막을 콘솔로 선보였고 기존 온라인 게임도 지속적인 대규모 업데이트를 했다. 조석우 펄어비스 CFO는 "펄어비스는 검은사막 IP를 만들고 서비스 지역을 글로벌로 확대하며 꾸준히 성장해왔다"며 "올해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기술‧사업적 대비와 함께 신규 프로젝트 개발 및 서비스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펄어비스는 올해 검은 사막 IP를 갈고 닦아 세계관을 넓힌다. 검은사막 내 그림자 전장 콘텐츠를 새롭게 개발한 섀도우 아레나와 스핀오프 개념의 붉은 사막이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중견 게임회사들의 주요 IP. 위부터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 북미버전,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사진=펄어비스,컴투스,스마일게이트)
중견 게임회사들의 주요 IP. 위부터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 북미버전,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사진=펄어비스,컴투스,스마일게이트)

컴투스의 핵심 IP는 서머너즈 워다. 올해는 서머너즈 워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신작 2종을 준비 중이다. 모바일 전략게임 서머너즈 워: 백년전쟁은 2분기 비공개 테스트를 진행한 뒤 3분기 출시 예정이다.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은 서머너즈 워 MMORPG 버전으로 알려졌다. 컴투스는 이 게임을 연말에 출시할 방침이다. 

e스포츠 시장도 넓힌다. 지난 2017년부터 진행 중인 서머너즈 워 월드 아레나 챔피언십은 결선 영상의 누적 조회 수가 125만 건을 기록하는 등 성장세를 보이는 중이다. 오는 3월 단체전 형식의 길드 슈퍼매치를 OGN과 함께 선보이는 등 확장을 노리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또 다른 IP 활용법을 보여줬다. 히트 IP 크로스파이어의 할리우드 영화화다. 스마일게이트는 지난 13일 크로스파이어 영화를 미국 소니 픽쳐스 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한다고 밝혔다. 제작은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만든 닐 모리츠 오리지널 필름이 맡았다. 국내 게임 IP로는 첫 할리우드 진출이다. 

백민정 스마일게이트 상무는 "사랑받는 IP를 만들고 확장하는 것이 스마일게이트의 확고한 사업 방향이다"며 "크로스파이어를 훌륭하게 영화로 만들어 게임 사업 다각화에 좋은 선례를 남기겠다"고 말했다.

기록적인 히트를 보여준 배틀그라운드의 크래프톤은 올해 테라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테라 히어로를 선보인다. 배틀그라운드 IP를 e스포츠와 모바일 생태계로 넓히는 데 이어 다른 IP 확보에도 힘을 내겠다는 의도다.

위메이드는 미르의 전설 분쟁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 해당 IP를 활용해 수익성을 제고할 예정이다. 미르의 전설 IP를 기반으로 한 미르4, 미르M, 미르W를 준비 중이다.

웹젠은 뮤 IP를 활용한 신작 뮤이그니션2를 상반기 중 공개하고 라그나로크 IP를 가진 그라비티도 라그나로크 택틱스, 모바일 게임 라그나로크 오리진 등 신규 게임을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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