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상근기자
  • 입력 2016.03.18 18:15

인터넷에 올려진 왕스총의 애완견. 5성급 호텔에서 세트음식을 먹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빈부양극화를 상징하는 사건이 잇따라 서민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서민들은 재력가 2세를 뜻하는 푸얼다이(富二代)의 호사스런 생활상에 극도의 위화감을 느끼는 한편 저임금과 체임, 해고 위기에 놓인 광산노동자들의 잇따르는 시위에 낙담을 금치 못하고 있다.

중국 최고 부자인 완다그룹 왕잰린(王健林)의 아들인 왕스총(王思聰)이 최근 베이징의 한 유흥주점에서 하룻밤 술값으로 250만위안(약 4억5000만원)을 뿌렸다는 소식이 인터넷망을 뜨겁게 달궜다. 중화권 매체 뚸웨이는 왕스충의 사치행각에 서민들의 말문이 막혀버렸다고 전했다.

프랑스 피가로지는 푸얼다이의 사치행각이 중국 공산당을 긴장하게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빈부격차와 위화감이 사회적 갈등양상으로 비화될 것을 당 지도부가 걱정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경제개발 30여년동안 4억명이 빈곤에서 탈출했지만 빈부격차는 갈수록 심해졌다. 1%에도 못미치는 부자들이 중국 전체 자산의 3분의 1을 갖고 있다. 막대한 부를 거머쥔 극소수의 자산가와 그 자식들의 사치와 무절제한 자기과시 행각은 절대다수인 인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특히 민영기업의 85%가 가족경영 형태로 경영진이 꾸려져 있고 이들 기업중 75%는 10년내에 2세 승계를 해야 하는데 푸얼다이들의 무절제한 생활은 끊없이 도마에 오른다.

고심 끝에 중국 공산당이 나섰다. 당중앙위 통일전선부는 최근 푸얼다이의 건전한 생활을 유도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직접 계도에 나설 정도이다.

재벌 2세들의 사치행각과 달리 생활고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시위는 급증추세다. 홍콩의 ‘중국노동자통신’에 따르면 2011년 185건이었던 중국 노동자들의 파업과 시위가 2015년 2944건으로 늘었다. 특히 작년에는 2014년의 두배로 급증했고 올해 1월엔 이미 500건을 넘었다.

이 와중에 중국 서민들을 자극하는 사건이 또 터졌다. 지난 6일 헤이룽장성 루하오(陸昊) 성장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기간 보고에서 “2~3년새 국유 석탄기업이 룽메이의 노동자 5만명 가량을 구조조정할 것이”이라면서 지금까지 월급을 한푼이라도 적게 받은 근로자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그동안 6개월 동안 임금을 못받은 헤이룽장성 솽야산시의 룽메이 소속 광부 수만명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노동자에게 밥을 달라”, “무능·부패 관료 퇴진하라” 등 시위현장에서 보기 드문 대정부 투쟁 구호가 나왔다. 당국은 지난 14일 경찰력을 동원해 강제 진압했다. 루하오 성장은 잘못된 보고때문이라며 ”말을 잘못했다“고 사과했고 대규모 해고는 없다고 시위대 달래기에 나섰다.

올해부터는 중국의 노동자 시위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중국 지도부가 공급측면의 개혁 즉, 과잉생산시설의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이미 탄광 광부 130만명과 철강업체 노동자 50만명을 퇴직시킨다는 방침이다.

빈부양극화 심화에 따른 사회적 위화감 확산현상은 중국 공산당 지도부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부실 국유기업 정리에 선뜻 나서지 못한 것도 저임금 노동자들을 해고할 경우 생길 민심이반, 사회계층간 갈등고조, 나아가 대규모 시위 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대량실업은 지방과 중앙, 지도부내의 갈등 격화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하방곡선을 그리는 경제 상황에서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선택이 됐다. 중국 지도부가 ‘중진국 함정’ 앞에서 13억 인민의 불편한 민심을 다독이며 어떤 식으로 거대 중국을 이끌어갈 지에 갈수록 관심이 쏠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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