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수현 기자
  • 입력 2020.03.10 16:05
지용철(왼쪽) 조교사와 이혁 기수 (사진제공=한국마사회)
지용철(왼쪽) 조교사와 이혁 기수 (사진제공=한국마사회)

[뉴스웍스=이수현 기자] ’코로나 19‘의 여파로 연일 떠들썩한 가운데 한국마사회 역시 오는 26일까지 경마 시행과 사업장 운영을 전면 중단했다. 바이러스로 인한 경마 중단의 초유의 상황에서 ’아홉수‘에 장난에 빠진 경마스타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서울 경마공원의 지용철 조교사와 이혁 기수가 그 주인공. 두 경마스타는 개인 통산 900승과 300승을 목전에 두고 경마시행이 중단, 꼼짝없이 899승과 299승에 머물러있다.

일반적으로 100의 배수와 같이 ’딱 떨어지는‘ 숫자가 되기 직전의 상태에서 머무르는 것을 ’아홉수‘라고 한다. 완성을 목전에 두고 이를 향한 마지막 관문으로서 겪는 많은 풍파들을 상징하기도 한다. 

지용철 조교사는 한국 경마 역사에서 6번째 900승 달성을 앞두고 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900승 고지를 넘은 조교사들은 서울의 박대흥 조교사와 부경의 김영관 조교사 두 명 뿐이다. 지용철 조교사는 1986년 데뷔 후 35년 동안 1만 번이 넘는 경주에 경주마를 출전시킨 베테랑이다. 특히 ’지금이순간‘, ’파이널보스‘ 등 인기 국산마들을 길러냈고, ’지금이순간‘의 자마 ’심장의고동‘까지 연달아 대상경주 우승시키며 국산 경주마 자마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이혁 기수는 300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현재 활동하는 2010년 이후 데뷔한 기수 중 개인통산 300승을 달성한 기수는 서울 경마공원의 임기원 기수(2013년 데뷔)와 부산경남 경마공원의 서승운 기수(2011년 데뷔) 뿐이다. 이렇듯 데뷔 10년 이내에 300승 고지를 밟는 것은 실력과 성실함의 방증이라 할 수 있다. 이혁 기수는 2011년 데뷔 후 현재까지 통산 299승을 거뒀다. 2017년부터 3년 연속 승률 10%대의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900승을 앞둔 소감에 대해 지용철 조교사는 “덤덤하다. 이제껏 해오던 일을 꾸준히 할 뿐이고 달성하면 좋겠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임을 알고 있다”며 “바이러스의 여파로 경마는 일시 중단되었지만 훈련은 지속적으로 하고 있고 기대하고 있는 경주마들도 있다”고 말했다.

경마는 멈췄지만 기수와 조교사들 및 경마 관계자들은 꾸준히 목표를 위해 등정하고 있다. ’아홉수‘가 주목받는 이유는 9부 능선을 등정하는 동안 더 큰 시련들을 견뎌왔으나, 정상에 이르기까지 자만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계속 정진하라는 의미일 수 있다.

한편 한국마사회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오는 26일까지 경마 시행과 사업장 운영을 전면 중단하고 전 지사 방역활동과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향후 경마 시행 여부는 ‘코로나19’의 확산 추이와 자체 방역체계 점검 등을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들의 ’아홉수‘ 탈출은 이르면 오는 4월, 따뜻한 봄과 함께 찾아올 거란 전망이 많다. 경마팬들의 기대와 함께 과연 누가 먼저 ’아홉수‘의 장난에서 벗어나 대기록의 영광을 달성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