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04.02 11:06

10대 무면허 차량에 치여 숨진 대학생 여자친구, SNS에 심경 남겨
"사망사고 낸 10대 엄중 처벌해달라" 국민청원 22만명 동의

숨진 대학생의 여자친구가 SNS에 올린 글 전문. (사진=페이스북 캡처)
숨진 대학생의 여자친구가 SNS에 올린 글 전문. (사진=페이스북 캡처)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지난달 29일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 신입생(18)이 10대 8명이 무면허로 몰던 승용차에 치여 사망한 가운데 사망자의 여자친구로 추정되는 사람이 SNS에 심경을 밝혔다. 사고를 낸 10대들을 엄중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진행 중이다.

사망한 대학생의 여자친구라고 밝힌 A 씨는 지난 1일 오후 10시경 자신의 SNS에 "2020년 3월 29일 새벽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제 남자친구는 별이 되었습니다"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남겼다. 

A 씨는 "대학교 간다고 설레 하던 모습이 엊그제인데 입학은커녕 꿈에 그리던 학교에 가보지도 못하고 너무 억울하게 사고를 당했다"고 호소했다.

이어 "코로나19 때문에 개학이 연기되자 집안에서 가장 노릇을 하던 제 남자친구는 스스로 돈을 벌기 위해 죽기 전까지도 열심히 일했다"며 "항상 자기는 사고가 나도 죽지 않는다며 누누이 걱정 끼치지 않게 얘기해주고 헬멧도 항상 꼭 착용하며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사람이었는데 잠깐 그 몇 초의 순간에 의해 이제는 더 이상 볼 수가 없게 됐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이 사고의 가해자들, 총 8명의 05, 06년생 남자, 여자아이들은 서울에서부터 차를 훔쳐 타고 다니며 대전IC까지 내려왔다"며 "그 차량은 신호는 전혀 지키지 않고 역주행도 해가며 도주를 하던 도중 마지막 퀵서비스 배달을 하던 제 남자친구를 쳐서 제 남자친구는 그 자리에 즉사했다"고 사건 경위를 설명했다.

A 씨는 "그 후 가해 차량은 뒤도 보지 않고 200m 정도 도주 후 차를 세워 도망갔다"며 "그 당시 여자아이 하나가 경찰에 잡히고 '저 너무 힘들어요'라며 말을 했다고 한다. 어떻게 사람을 죽이고 간 상황에 여자아이는 떳떳하게 그 말을 할 수 있을까"라고 분노했다. 

하지만 A 씨에 따르면 가해자들은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만으로 운전자 한 명만 소년원에 넘겨졌을 뿐 나머지 7명은 모두 보호자 인계 뒤 집에 귀가했다. 또 A 씨는 "운전자는 2006년 11월생으로 또 촉법소년이라고 처벌을 안 받을지도 모른다"며 우려했다.

그는 "촉법소년이란 법이 아직은 미성숙한 아이들이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기에 미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처분을 받지 않는 것"인데 "어떻게 사람을 죽이고 도망친 저 아이들이 미성숙하다고 생각할 수 있나"고 지적했다. 이어 "저런 짓을 하고도 가해 아이들은 죄책감도 없이 평소와 같이 행동하며 웃고 다닌다. 마음가짐이 성인보다 미성숙한 게 맞는지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A 씨는 "저 아이(운전자)는 소년원 다녀온 것을 훈장처럼 생각할 것"이라며 "다녀와서 또 같은 피해자가 생기게 만들 것이다. 이 글을 보는 이들 본인이나 지인 등이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A 씨는 "사람이 그렇게 비참하게 죽었는데 촉법소년이라는 게 적용될 수 있는 건가. 가해자들은 자신들이 처벌을 미비하게 받을 거라는 걸 분명 인지하고 웃고 있을 것"이라며 "제발 제 남자친구 억울하지 않도록, 더 이상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애원하며 글을 마쳤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해당 사건과 관련해 '렌트카 훔쳐 사망사고를 낸 10대 엄중 처벌해주세요'라는 국민청원이 오늘(2일) 시작됐다. 청원인은 "이는 사람을 죽인 끔찍한 청소년들의 범죄다. 피해자와 그의 가족, 또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가해자 청소년들을 꼭 엄중히 처벌해달라"며 청원을 제기했다. 해당 청원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22만명에 달하는 동의를 얻었다.

한편 사망자는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던 신입생으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개강이 늦춰지자 생활비를 벌기 위해 늦은 시간까지 배달 아르바이트를 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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