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04.06 10:56

"미국은 독과점기업 해체명령까지…공산주의라는 비난 논박 가치 없다"
배민 "특정 업체 독식 효과 방지" vs 소상공인 "1명분 인건비 추가된 셈"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배달의민족' 어플. (사진=이재명 페이스북/배달의민족 홈페이지)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배달대행업체 '배달의민족'의 일방적 수수료 인상을 '독과점의 횡포'라고 일갈하며 그 해결책으로 공공배달앱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지난 5일 자신의 SNS를 통해 "모두가 어려운 시기, 특히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극심한 이때 배달의민족 등 배달앱 업체들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 이용료 인상으로 과도한 이윤을 추구한다"며 "(배달앱 업체들이) 자영업자들을 나락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공정한 시장경제를 어지럽히는 독점과 힘의 횡포를 억제하는 것은 (정부의) 의무"라며 배달의민족의 횡포에 대한 대책들을 제시했다.

이 지사가 제안받은 대책은 ▲군산의 '배달의 명수'와 같은 공공배달앱 개발 ▲협동조합 등 사회적기업의 배달앱 운영을 통한 민간기업들의 경쟁 효능 약화 ▲배달기사의 조직화 및 보험 등 안전망 지원을 통한 주문 배달 영역의 공공성·취업안정성·소상공인 보호의 동시 도모 등 세 가지다.

공공배달앱의 경우 이 지사가 언급한 것처럼 군산시가 이미 '배달의 명수'를 만들어 지난 3월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경북 지역에서도 경북경제진흥원이 코로나19 피해 대응책으로 무료 공공배달앱 시스템 구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 지사는 위의 세 가지 주요 골자에 더해 수입 지출을 파악해 이용료 인상이 불가피한지 지방소득세 세무조사로 검증하는 것, 정부와 공정위에 공정한 조사·심사가 이뤄지도록 요구하는 것, 이용료 제한 입법을 추진하는 것 등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다고 설명했다.

또 이 지사는 자신에 대한 비판에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방역할 시간에 왜 이런 문제에 관심가지느냐거나 공산주의자냐는 등의 지적도 있다"며 "경기도지사가 한 번에 하나밖에 못 하는 바보도 아니고 이 정도 멀티플레이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독과점기업 해체 명령까지 하고 있으니 공산주의라는 주장은 논박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 지사는 "입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이를 기다리지 않고 공공앱개발 등 지금 당장 경기도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해 나가겠다"며 "코로나19만이 아니라 새로운 욕망체계가 우리 미래를 위협한다. 서로 존중받고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한 우리 노력이 더 절실하다"고 글을 마쳤다.

이 지사는 지난 4일 자신의 SNS에 "독과점의 횡포가 시작되는가 보다. 뭔가 대책을 세워야겠다"며 독과점 횡포를 방지하기 위한 제안을 요청했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1일 수수료 제도를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꿨다. 기존 수수료 체계인 '울트라콜'은 광고 1건당 월 8만8000원의 정액제였지만, 변경된 정책은 배달의민족에서 성사된 주문 1건당 5.8%의 수수료를 떼게 된다.

이에 소상공인들은 "금액에 제한이 있는 정액제와 비교해 매출 규모에 따라 수수료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정률제는 소상공인들에게 큰 부담"이라며 "매출이 높은 가게들은 이번 정책 변경으로 한 명분의 인건비가 추가된 셈"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월 매출 3000만원의 경우엔 현행 26~35만원(울트라콜 3~4건)보다 670% 인상된 174만원을 수수료로 내야 한다"며 "배달의민족과 딜리버리히어로의 기업결합 심사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꼼수' 가격 인상에 대해 상세한 조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배달의민족 측은 정액제 아래서 특정 업체가 독식하던 이용 효과를 바꾸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배민 이용 효과를 모든 업주들에게 돌리기 위해 정률제 형태의 건당 수수료 체계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또 이번 조치로 전체 업주들의 53%가 수수료 부담을 덜 것으로 보인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올해 우리나라 배달앱 시장 점유율은 배달의민족 55.7%, 요기요 33.5%, 배달통 10.8% 등이다. 하지만 지난해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의민족을 인수하면서 시장 독과점에 따른 수수료 인상 우려가 제기됐다. 이번 배달의민족 수수료 정책 변경은 우려하던 대로 독과점의 폐해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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