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독점' 배민에 맞선 공공배달앱 개발은 옳다
[취재노트] '독점' 배민에 맞선 공공배달앱 개발은 옳다
  • 박지훈 기자
  • 승인 2020.04.07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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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웍스=박지훈 기자] 3년 전, 입이 마르게 닳도록 배달앱 '배달의 민족(배민)'을 극찬했던 소상공인 A씨가 정반대로 돌아섰다. 배민 이용요금 체계가 바뀌면서 부담이 상당해졌다며 악평을 쏟아냈다.

김밥집을 운영하는 그는 2017년 당시 기자에게 "배달앱을 이용하면서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었고 전화 주문도 감소해 인력을 더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됐다"며 "배달앱이 시장에 자리 잡으면서 업체가 배달원을 직접 고용하던 고비용의 방식을 버릴 수 있게 됐다"고 말한 적 있다.

배민의 이용요금 개편에 따르면 A씨의 부담은 곱절로 커질 예정이다. 배민은 1일부터 이용요금 체계를 기존 월정액(8만원) 방식의 단순 광고에서 수수료 중심의 오픈서비스(매출의 5.8%)로 바꾸었다.

배민은 이번 요금 개편이 자금력 있는 사업주가 프리미엄 광고(앱 상단 노출)를 독식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단순 광고 이용자에게 상단 노출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일반적인 사업주는 비용 증가를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새로운 체계에서 부담이 줄어드는 사업주는 배민을 통한 매출이 하루 5만원 이하 수준이어야 한다. 그 이상을 넘어가면 기존 체계보다 부담이 커진다. 배민 매출이 5만원도 채 되지 않은 사업장이 얼마나 되겠는가. 있더라도 요금 개편 이전과 이후 별다른 차이도 거의 느낄 수 없을 것이다.

A씨는 배민을 통한 매출이 월 300만원 수준이다. 예상 수수료는 17만4000원으로 기존보다 두 배가량 늘어난다. 고객의 배달앱 이용 비중이 낮은 A씨의 가게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매출이 이보다 10배 많다면 월 수수료는 174만원이다. 10만원도 내지 않다가 10배가 넘는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고객 불만이 커지고 정치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배민은 사과문을 내고 수수료의 절반을 돌려주겠다고 유화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면 고개를 치켜들고 수수료 인상에 나설 공산이 크다.

이처럼 배민이 요금 체계를 개편할수 있게 된 것은 배달앱 시장의 독과점화에 기인한다. 배달앱 시장점유율 1위(56%)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12월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DH)에 4조7500억원에 매각됐다. 신한금융그룹의 오렌지라이프 60% 지분 인수 비용(약 3조원)보다 비싸다.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이던 우아한형제들은 그 가치를 시장에서 증명한 셈이다.

하지만 이미 2위(33%) 요기요와 3위(11%) 배달통을 운영하는 DH는 우아한형제들 인수로 사실상 한국 배달앱 시장을 독점했다. 새로운 배달앱이 나오더라도 덩치싸움에서 이기기 힘들고 만약 성장에 성공한다해도 결국 인수 대상이 될 뿐이다.

이에 사기업의 배달앱 시장 독과점에 맞서 공공배달앱을 만들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소상공인의 배달 관련 수수료를 절감해줄 수 있는 공공배달앱을 개발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이를 총선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이 지사는 '요금체계를 되돌릴 수 없다'는 배민의 입장이 나오자 7일 자신의 SNS를 통해 "단순 플랫폼 독점으로 통행세를 받는 기업이 인프라 투자자이자 기술문화자산 소유자인 국민을 무시하고 성공할수 있을까"라고 반문한뒤 "돈만 밝힌다고 돈을 벌 수는 없다"고 질타했다. 이어 "배달앱 아닌 전화로 주문하고 점포는 전화주문에 인센티브를 주자는 운동이 시작되었다. 여러분께서 소비자와 국민이 무섭다는 걸 보여주십시요"라며 일종의 불매운동을 독려하기까지 했다.

공공배달앱을 만들어도 제로페이처럼 시장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제로페이는 돈을 퍼부었지만 여전히 활성화되지 않았고 공공 영역은 늘 경쟁하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공공배달앱은 제로페이와 출발점이 다르다. 제로페이는 카드 사용비율이 높고 결제수수료율도 1% 이하로 떨어진 상황에서 만들어진 데 반해 배달앱은 한국에서 카드만큼 필수적인 인프라가 됐다.

이미 군산시에서 출시된 공공배달앱 '배달의 명수'는 현장에서 반응이 좋다. 이용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고 수수료 부담 또한 적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서비스 대상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해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로페이를 처음 만들겠다고 할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공공서비스가 민간을 이길 수 없다는 이야기도 시장경제만능주의·자유지상주의의 허구다.

코로나19 사태로 귀국한 이탈리아 유학생은 기자에게 국철과 사철이 균형을 잡고 있는 이탈리아 철도는 이용요금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탈리아에 국철(트랜이탈리아)와 사철(이딸로)가 있는데, 사철은 국철 때문에 가격을 쉽게 올리지도 못하고 가격 할인 프로모션을 자주 진행한다"고 "가격이 저렴하고 시설도 최신인 사철에 맞서기 위해 국철도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공서비스의 비효율성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주관한 끝에 초래했다기보다 독점체제 아래서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의료시스템이 사실상 국가에 지배되는 유럽은 코로나19 사태에서 취약함을 노출했고, 민간의료에 치우친 미국에서는 의료진이 해고당하는 사태가 나타나고 있다. 전국민 건강보험 체제로 운영 중인 한국 의료는 그간 진보좌파로부터 포용성이 약하다는 비난을 듣고, 보수우파에게선 비효율적이라는 조소를 받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니콘 기업이 항상 혁신적이지 않듯 공공서비스도 늘 비효율적인 것은 아니다. 가짜 유니콘 기업을 잘 살펴봐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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