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남상훈기자
  • 입력 2015.10.06 11:21

한·중 FTA 체결 치중으로 실책... 12개 회원국 중 10개국과 개별 FTA '긍정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이 타결되며 유럽연합(EU)에 맞선 세계 최대 단일 자유무역지대가 탄생했다. 5일(현지 시각)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TPP 12개국 각료회의는 6일간의 협상을 마무리하고 협상 타결을 공식 선언했다. 2008년 미국의 참여로 본격화된 TPP 협상이 7년여 끝에 일단락된 셈이다.

TPP는 세계 1·3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총 12개국이 참여하는 사상 최대 규모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정치·경제적으로 세계시장에서 덩치를 키워가고 있는 중국에 맞설 미국·일본의 합작품이라는 분석도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TPP 타결 직후 "TPP는 21세기에 필수적인 지역내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전략적 관계를 강화시켜줄 것"이라며 "중국과 같은 나라가 세계경제 질서를 주도하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TPP가 단순 자유무역협정이 아니라 미국과 일본의 주도하에 이뤄지는 '경제·안보 동맹'이란 뜻이다.

한국 정부가 TPP 협상에 지금까지 불참해 온 이유는 뭘까. 한·중 FTA 체결에 치중하다 2008년부터 미국의 참여로 본격화한 TPP 협상을 간과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TPP 체결 전까지 한국은 FTA 경쟁에서 일본을 따돌리고 있었다. 한국은 미국·EU·아세안과의 FTA를 발효했고 중국과는 FTA 발효를 앞두고 있다. 체결됐거나 협상 중인 FTA 대상 국가만 60개에 달하며 전 세계 GDP의 75%를 차지하는 국가들과 FTA를 맺었다. 반면 일본은 미국·EU·중국 등과 FTA를 체결하지 못했다. 하지만 일본은 이번 TPP 타결로 단숨에 전 세계 GDP의 40%를 차지하는 국가들과 FTA를 맺게 됐다. 현재 진행 중인 EU와의 FTA 협상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2013년 TPP와 관련, 한국이 TPP에 가입하면 발효 후 10년간 총 1.8% GDP 증대 효과가 있지만 계속 가입하지 않으면 0.12%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공식 타결이 발표된 이후 보도 자료를 내고 "새로운 글로벌 통상규범이 될 TPP 협상이 타결된 것을 환영한다"며 "정부는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TPP 참여를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TPP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이번 타결로 완성차와 자동차 부품, 소재 부품, 섬유산업 같은 주력 업종에서 한국 제품의 타격이 예상된다. TPP 참여국인 말레이시아와 멕시코 등은 완성차에 대해 15~30%에 달하는 고율의 수입 관세를 유지하고 있다. TPP가 타결되면서 두 나라에서 일본 자동차 업체와 경합하는 한국 자동차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 면에서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현대·기아차가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기대했던 한·미 FTA 효과가 소멸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일본산 완성차에 대한 수입 관세율을 단계적으로 철폐하고, 자동차 부품 80%에 대한 관세는 즉각 없애기로 일본과 합의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주요 경쟁 상대인 일본에 밀리지 않으려면 우리도 하루빨리 TPP에 가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TPP 참여 적극 검토"
정부는 이날 TPP 타결 직후 가입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김학도 산업부통상교섭실장은 "TPP가 향후 역내 무역·투자 자유화를 통한 지역 경제 통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정부는 국내외 무역 환경을 고려해 입장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최종 협정문은 협상 타결 2~3개월 뒤에 나오고, 이를 검토하는 데 1개월 이상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 연말이나 내년 초쯤 정부 공식 입장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TPP 참여로 정부가 입장을 정할 경우 한국은 TPP 12개국과 본격 협상에 착수해야 한다. 한국은 TPP 12개 1차 회원국 가운데 일본과 멕시코를 제외한 10개국과는 개별 FTA를 이미 맺고 있다. 한국의 TPP 참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부분이다.

하지만 1차 회원국이 되지 못한 데 따른 '참가 비용' 문제는 피할 수 없다. 무엇보다 자동차·기계산업 등의 분야에서 우리나라에 강도 높은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일본이 큰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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