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동헌 기자
  • 입력 2020.05.06 10:04

[뉴스웍스=이동헌 기자] 독일의 대문호 헤르만 헤세는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자연의 선물로 받지 않았으나, 인간이 영혼을 바쳐 창조한 여러 세계 가운데 가장 위대한 것은 책의 세계다.” 

정보화 사회의 한 가운데 살아가고 있는 지금, 지식을 얻게 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글자를 읽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한국의 문맹률은 전 세계적으로도 낮은 편이긴 하지만, 글을 읽고 내용을 이해하는 문해력은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는 보도가 충격을 준 바 있다. 2019년 방영된 SBS스페셜 <난독 시대>는 한국인의 독서량과 문해력이 저조하다고 전하며, 학생들의 읽기 능력 저하가 심각하다는 일선 교육 종사자들의 증언을 인용한다. 이 다큐에서는 만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3년마다 치르는 국제학력비교평가(PISA)에서 한국은 읽기 영역 순위 저하가 뚜렷하며 교과서를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독해력을 지닌 학생(레벨 2 수준 이하)이 32.9%라고 전한다. 

문해력 문제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경우 또래 관계에서도 맥락 없는 이야기를 해서 사회성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거나 학습 결손으로 인해 학교 선생님에게 지적을 받기도 하면서 자존감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올라간다. 또한 학습 과정에 필요한 기본 상식이나 내용이해에 필요한 언어자극이 빈곤한 경우 자칫 학습장애로 이어질 우려 역시 제기되고 있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언어와 사고 실험실과 언어성 검사 은행 구축 연구를 진행중인 수인재두뇌과학 분당센터 이슬기 소장은 "아동의 단어 인식을 도와주는 음운론적 훈련은 읽기장애의 경우 특히 문해력 향상에 도움이 되며, 소위 말하는 파닉스(소리 단위로 음절을 쪼개는 것) 학습을 위해 색깔별로 다르게 표기된 알파벳 블럭이나 한글 블럭을 이용해 단어를 소리 성분으로 나누고 부모가 함께 놀이처럼 소리를 인식시켜주는 활동이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난독증을 겪는 학생은 창의성이 뛰어나고 특정 분야에 재능을 보이지만, 언어 중심의 국내 교육에선 적응하기 쉽지 않다. 짧은 글보다는 긴 글을 읽을 때 증세를 보이는 경우 등 다양한 증세를 보인다. 또한 충동적 행동을 하는 ADHD(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가 같이 나타나기도 한다. 미국 등 선진국에는 맞춤형 교재나 프로그램이 있지만 국내는 개념조차 생소한 실정이다.”고 이야기한다. 

너무 늦게 발견하면 ADHD나 수리 장애가 겹친 상태여서 1년 이상의 치료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지능이 낮지 않은데도 지능에 문제가 있는 아이로 오인받을 수 있다. 아이에게 막연한 학업 독려는 심각한 스트레스가 되며 이 때문에 2차적 정서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학습 부진이 있는 아동은 정확한 원인을 진단해 적절한 치료와 훈련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난독증 아이들은 필기와 작문, 기본적인 사칙연산과 기계적 암기, 과제수행속도, 운동신경, 배경소음이 있을 때 잘못 듣거나 듣기 어려워하는 점, 정밀한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시각기능, 지시 따르기, 절차 숙달되기, 계획과 조직화, 시간인지, 연속해서 수행하기, 주의력 문제 등을 두드러지게 보인다. 이러한 어려움들로 인해서 난독인은 다양한 문제가 모여서 만든 큰 문제 덩어리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모든 현상의 근원에는 여러 기능에 관여하는 정보처리 시스템에서 생긴 변형이 다양한 증상을 유발시킨다. 이 점은 난독증과 함께 ADHD, 실행증, 발달성 조정장애, 청각적 정보처리장애 등 다른 진단도 받는 경우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난독증이 있는 사람은 탁월한 지능적 강점을 가진 경우가 많아서 훗날 성공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는 사실 역시 간과하지 말아야할 부분이다. 부모와 주변의 교사들은 난독증을 직접 치료해줄 수는 없겠지만, 인생을 보다 창의적으로 가꾸어 나가는 방법을 제시해줄 수 있으며, 적성에 맞는 방향으로 길을 되물어가도록 도울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일까?

난독증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해당 환자의 난독증이 어떤 단계에서의 문제인지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난독증의 일종인 얼렌증후군(광과민성증후군)의 경우에는 컬러필터 안경을 사용하면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안경으로 치료가 되는 것은 아니며, 시험이나 공부할 때 안경을 착용하여 도움을 받는 것이다. 난독증 치료에 도움이 되는 두뇌훈련으로는 안구운동과 시지각훈련 등이 있다. 안구운동은 안구를 움직이는 근육을 훈련하는 것이고, 시지각훈련은 시각적인 자극이 처리되는 신경과정이 원활히 기능하도록 훈련하는 것을 말한다.

결국 문해력 문제나 난독증 증상의 완화를 위해서는 두뇌 기능 및 기초적인 시지각 기능 개선을 통해 책 읽는 것을 보다 수월하게 돕는 것이 첫걸음이다. 신경과 전문의, 인지과학자, 심리학자 및 공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연구활동을 진행하는 한국 뇌파신경학회는 아동 청소년 주의력과 관련한 다양한 신경학적인 연구를 포함하여, 치매에 이르기까지 다층적인 연구활동을 하고 있으며, 공식 회원사 수인재두뇌과학은 학습장애 및 사회성 개선에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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