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진석 기자
  • 입력 2020.05.10 15:00

직진 주행 많다면 '부드럽게'…산악 및 코너 많은 곳에선 '단단하게' 설정
'에어 서스펜션' 작은 진동도 흡수…공기 스프링으로 차체 떠받쳐 탑승자 숫자 '무관'

서스펜션을 테스트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자동차)
서스펜션을 테스트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자동차)

[뉴스웍스=손진석 기자] 고급 자동차라도 노면상태가 좋지 못하면 승차감은 떨어지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로를 미리 인식하고 대응해 승차감을 유지하는 기술이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승차감의 향상을 위한 기술은 이제 완성차 업체의 숙제이지만 소비자들에게는 즐거움으로 다가오고 있다.

자동차 서스펜션(Suspension)은 차체의 무게를 지지하고 타이어가 노면과 접촉 중에 발생하는 충격을 흡수하는 등의 역할을 통해 승차감을 결정하는 구조물이다. 보통 승차감이 부드럽다, 단단하다, 딱딱하다 등의 표현을 사용하는데 이는 서스펜션의 설정에 따라 달라진다.

차가 만들어진 나라의 주행 환경과도 밀접한 영향이 있다. 미국은 장거리주행이 잦다. 국토가 대체로 넓고 평평해 도로도 일직선으로 이어진다. 직진주행이 많은 주행 환경 탓에 서스펜션이 부드럽게 설정되어 있는 것이 보통이다. 반면 유럽은 구불구불하고 울퉁불퉁한 도로가 많아 조향을 많이 해야 한다. 단단한 서스펜션 설정을 통해 조향 성능을 높여준다.

한국에선 미국차의 영향 등으로 과거만해도 부드러운 승차감을 선호했다. 요즘 들어 다이내믹한 주행성능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서스펜션을 단단하게 설정한 차량들이 많이 출시되는 추세다. 또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 등에 따라 기계식에서 전자제어기술이 적용된 서스펜션을 채택한 차량들도 많아지고 있다.  

◆서스펜션 구조에 따른 승차감 향상…토션빔도 세팅하기 나름

자동차에서 서스펜션은 각종 링크와 스프링, 쇽업소버(댐퍼) 등 구성부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향시스템과 파워트레인과도 연결되어 있다.

주된 기능인 노면으로부터의 충격 완화와 스티어링 휠과 주행을 위한 바퀴의 캠버, 캐스터 등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구동력, 제동력, 코너링포스를 견뎌야 한다. 여기에 차체의 롤링, 피칭, 요잉 등 각종 진동 제어에도 관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서스펜션은 링크와 스프링 및 쇽업소버의 연결구조에 따라 맥퍼슨 스트럿, 더블위시본, 토션빔 액슬, 트레일링 암, 멀티링크 등으로 분류되며, 각사의 개발 의도와 차의 특성에 따라 적용되고 있다.

각 회사의 신차 개발 방향에 따라 차에 적용되는 서스펜션의 특성이 변경된다. 대부분의 양산차 회사는 승차감 향상과 생산단가 절감에 가장 중점을 두는 편이다. 최근에는 조향성능과 안전, 표준화 및 모듈화 등에 초점을 맞추고 기술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추세다.

일례로 벤츠는 승차감을 중시하면서도 원가 절감을 위한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고, BMW는 승차감과 조행성능 및 안전에 중점을 두고 있다. 현대차는 승차감 개선에 중점을 두고 조향성능과 원가절감, 내구성 개선 등에 맞춰 개발하고 있는 모습이다.

서스펜션의 기본 구조 중 가장 비용이 저렴하다고 알려진 토션빔 방식은 일체형 서스펜션으로 좌우측 바퀴가 차축에 직결되어 일체형으로 작동한다. 주로 후륜에 적용되며 소형 및 준중형 차량에 사용된다. 가볍고 크기가 작아 실내 공간 설계에 유리한 부분이 있고 롤링에도 강한 특성이 있다.

하지만 단점으로 한쪽 바퀴에 충격이 가해지면 반대편 바퀴에도 영향을 주는 등 멀티링크에 비해 승차감은 떨어진다. 커브를 빠른 속도로 주행하면 바깥쪽 바퀴가 노면과 접촉하는 힘이 약해서 허공에 뜨는 상황이 발행하게 된다.

국내에서 토션빔 액슬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모델로 아반떼, K3, 모닝, 스파크, 레이, i30, XM3 등이 있다. 그리고 한때 BMW 7시리즈와 포드 머스탱도 사용한 적이 있다.

토션빔에 대해 대부분 소비자들은 선입견을 갖고 있다. 토션빔이라고 해서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단지 어떻게 세팅하는지에 대한 기술적 노하우가 필요한 부분이다. SM6의 AM링크도 토션빔의 일종이지만 현재는 성능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더욱이 최근 출시된 XM3도 AM링크가 사용됐지만 별다른 소비자 불만은 없어 보인다. 

승차감 향상을 위해 가장 많이 사용되는 독립형 서스펜션에는 멀티링크 이외에 로어암으로 휠과 연결한 맥퍼슨 스트럿 방식과 새 가슴 같은 연결구조로 위아래 두 개의 암으로 휠과 연결하는 더블 위시본 등의 방식이 있다.

토션빔 보다 구조가 복잡하고, 가격이 비싼 독립형 서스펜션은 모든 바퀴에 별도로 설치된다. 어느 한 바퀴에 충격이 가해져도 다른 세 바퀴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아 승차감과 조향성능 등이 좋아 고급차에 많이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독립형 서스펜션은 상하좌우 모든 방향에서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하며, 내구성도 뛰어난 편이다. 대형차, SUV, 스포츠카 등 토션빔을 사용하지 않는 대부분의 차량에 적용되고 있다. 다만 구조가 복잡하고 공간을 많이 차지해 사용에 제약이 있다.

먼저 더블위시본 구조는 앞바퀴에 사용할 경우 회전각이 부족해 회전반경이 커질 수 있어 차체가 작은 차에는 잘 적용하지 않는다. 앞바퀴에는 독립형 서스펜션 중 비교적 구조가 단순하고, 공간 활용이 좋은 맥퍼슨 스트럿 구조를 많이 사용한다. 다만 좌우 충격에 약해 스트럿과 댐퍼 등을 활용해 좌우 충격 즉 비틀림 충격을 보완한다.

멀티링크 구조는 독립식 서스펜션 중 가장 복잡한 구조로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비싸다. 우수한 성능과 승차감으로 고급 세단과 SUV 등에 많이 사용된다. 멀티링크 구조는 노면 굴곡이 심한 도로, 코너, 급제동, 급가속 등의 상황에서 모든 방향의 충격을 완화해 준다.

자동차 정비 전문가인 김 모씨는 “서스펜션이 토션빔이라고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다양한 서스펜션 구조가 있지만 모든 차량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각 차량의 구조와 사용 환경 등에 맞게 기본 구조가 적용되고, 여기에 각 제조사별 서스펜션 설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차량의 승차감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페라리GTC4 루쏘의 전륜 더불위시본 서스펜션(사진=김아롱 기자)
페라리GTC4 루쏘의 전륜 더불위시본 서스펜션(사진=김아롱 기자)

◆전자제어 서스펜션 기술…비포장도로에서 차고 높여

토션빔에 멀티링크 기능을 추가한 SM6의 AM링크(Adaptive Motion Link)처럼 최근에는 전통적인 서스펜션 구조에서 벗어나 자동차 제작사 특유의 특화된 서스펜션을 개발해 적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특히, 앞 서스펜션뿐만 아니라 뒤 서스펜션에 서브 프레임을 추가해 섀시 강성을 증가시켜 서스펜션의 조종안정성과 주행성능을 극대화 시키는 등 서스펜션의 기구학적인 시스템에 에어 댐퍼 등 다양한 방식의 쇽업소버를 장착하고 능동형인 전자제어 시스템까지 적용하고 있다.

최초의 능동형 서스펜션은 로터스(Lotus) 창업자 콜린 채프만(Colin Chapman)이 1980년 포뮬러 1 자동차에 실험했다. 이후 1990년대 말에 고속 연산능력이 있는 컴퓨터 기술이 개발된 이후 최초의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선을 보였다.

최근 적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전자제어 서스펜션 방식에는 포르쉐의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PASM), 벤츠 액티브 바디 컨트롤(ABC), BMW 어댑티브 다이내믹 댐퍼 컨트롤(DDC), 링컨 드라이브 컨트롤 시스템, 캐딜락 및 아우디 일부 차종에 적용된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MRC), 현대‧기아차의 프리뷰 전자제어 시스템 등이 있다.

전자제어 서스펜션 기술은 차량의 자세 변화에 따른 노면진동 흡수와 승차감 개선 및 주행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개발된 기술이다. 노면의 상황과 운전 조건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쇽업소버의 감쇄력을 제어한다.

이러한 전제제어 서스펜션 기술을 도입하면 비포장도로에서 차고를 높이고 서스펜션을 부드럽게 해 차체를 보호할 수 있다. 고속도로 주행에서는 차고를 낮추어 공기저항 감소와 쇽업소버를 단단하게 만들어 조향능력을 향상시켜 안정적이고 쾌적한 주행환경을 만들어주게 된다.

전자제어 서스펜션 방식을 도입하면서 주행노면 및 주행상황에 따라 차체 높이를 자동으로 조절해 주는 기술인 승차높이(Ride Height) 제어기술이 중요 서스펜션 기술로 취급되고 있다.

이 기술의 초기 버전은 정차 중 스위치 조작으로 차체 높이를 조절해 승하차 편의 및 오프로드 성능을 최적화시켜 주는 방식이었다. 이후 기술 발전을 통해 센서와 연산기술의 발전으로 주행 중 자동으로 차의 높이를 조절하기에 이르렀다.

승차높이 제어를 위해서는 오프로드나 과속 방지턱 등을 통과할 때 발생하는 차량의 큰 움직임을 제어해 주는 유압 스토핑 댐퍼(HSD)와 차량의 차고를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셀프 레벨링 조절장치, 노면 상황과 차량 움직임을 각종 센서로 판단해 쇽업소버의 감쇠력을 조절해 주행상황에 맞는 진동 흡수성능을 전자적으로 제어하는 스마트 댐핑 제어시스템(SDC) 등의 기술이 필요하다.

여기에 윈드실드 상단 카메라를 이용해 차량의 주행상태와 전방 노면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서스펜션의 높이나 쇽업소버의 감쇠력을 미리 조절하는 능동제어 기술인 ‘로드 프리뷰 서스펜션 시스템’은 자율주행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최근 출시되는 신차에 적용되는 빈도수가 높아지고 있다.

이 기술은 벤츠의 매직 바디 컨트롤, BMW 다이내믹 댐퍼 컨트롤, 롤스로이스 매직 카펫 라이드, 링컨 어댑티브 서스펜션, 제네시스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 등에 적용되어 있다.

링컨 어댑티브 서스펜션과 캐딜락의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의 경우 전방도로를 미리 감지해 0.001초마다 차체의 움직임을 점검해 서스펜션의 강도를 조절한다. 부드러운 서스펜션이 순간적으로 딱딱하게 바뀌면서 승차감과 조종안정성의 특성이 변화되어 주행 성능을 실시간으로 보정해 준다. 

제네시스 GV80에 적용된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과속방지턱이나 포트홀과 같이 승차감을 크게 훼손하거나 차체에 충격을 주는 극단적인 주행 상황에서 전방 카메라로 인식한 노면 정보와 내비게이션의 지도 정보를 바탕으로 서스펜션의 감쇠력을 변경해 차체 움직임을 제어하는 기술이다.

주행하는 전방에 과속방지턱이 있을 경우 방지턱을 미리 인식해 서스펜션의 감쇠력을 사전에 제어해 차량의 상하 움직임 및 충격을 저감시켜 주어 방지턱을 감속 없이 넘을 수 있도록 해준다.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 기술 구현을 위해서는 여러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서스펜션을 빠르게 제어해야 한다.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프리뷰 에어서스펜션 기술 개요도(사진제공=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프리뷰 에어서스펜션 기술 개요도(사진제공=현대모비스)

한편, 현대 모비스가 지난해 개발해 선보인 프리뷰 에어 서스펜션 기술도 주목받고 있는 혁신 기술 중 하나로  최근 대형 세단과 신형 전기차를 중심으로 에어 서스펜션의 장착률이 많아지고 있다.

에어 서스펜션 방식은 압축 공기의 탄력을 이용한 공기 스프링으로 차체를 떠받치는 서스펜션 기술이다. 특히 작은 진동도 흡수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해 차체 무게와 탑승자 숫자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동일한 승차감을 구현한다. 유압을 사용하는 쇽업소버에 비해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승차감을 구현한다.

프리뷰 에어 서스펜션은 자율주행 및 커넥티드 기술을 융합한 신개념 에어 서스펜션 기술이다. 내비게이션 상의 도로 정보를 미리 반영해 자동으로 차고를 제어하고 목표 지점으로부터 평균 500m 전부터 작동을 시작한다. 이를 통해 전방에 어린이보호구역이 있다는 내비 정보가 나오면 차량 스스로 서서히 차체를 낮추고 서스펜션 모드를 부드럽게 해 승차감도 좋게 하는 방식이다.

특히 이 기술은 SUV나 버스, 트럭 등 일반적으로 차고가 높은 차량의 안전을 위한 시야 확보에 유용한 기술이다. SUV의 경우 최대 10㎝까지 조절 가능하다.

마케팅 조사기관인 프로스트 앤 설리번은 “완성차업체들은 서스펜션 기술개발과 관련해 대부분 승차감 및 조향성능 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브랜드별로 추구하는 기술방향은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각 기업들의 로드 프리뷰 서스펜션 시스템의 개발 목표는 주행 상황에서 차량 상태 및 주변상황을 모니터링함으로써 운전자 편의성과 안전성을 개선하는 것”이라며 “현대·기아자동차의 경우 카메라, 레이저, 맵 기반 솔루션을 시스템에 사용해 주행 성능을 향상 시키고, 서스펜션 시스템을 원격으로 실시간 제어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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