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5.15 15:43

강동경희대병원 산부인과 한관희 교수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자궁경부암은 우리나라 여성들을 죽음의 벼랑으로 몰아넣는 대표적인 암이다.

다행히 백신이 등장하면서 발병률이 낮아지면서 과거와 같은 두려움은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자궁경부암이 늘고 있어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질병통계에 따르면 자궁경부암으로 병원을 찾은 20~30대 환자는 2015년 1만3447명에서 2019년 1만7760명으로 5년 새 47%가량 증가했다. 이는 15%가량 되는 전체 환자 증가율의 3배에 이르는 놀라운 수치다.

이유는 뭘까. 원인은 자궁경부암의 원인인 인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loma Virus, HPV)에 노출되는 나이가 점차 낮아지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이는 암 발생의 양상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젊은 여성의 자궁경부암은 자궁경부 안쪽에서 발생하는 선암 비율이 자궁경부 바깥쪽에서 발생하는 상피세포암보다 상대적으로 발생 빈도가 높다. 인유두종 바이러스 18, 45형이 선암 발생에 깊이 관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선암은 상피세포암에 비해 발견이 까다로울 뿐 아니라 예후가 나빠 환자의 생존율을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자궁경부암은 99%에서 인유두종바이러스가 발견될 정도로 바이러스가 주요 원인이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에 따르면 미국 성인여성 10명 중 8명은 인유두종바이러스에 한 번쯤 감염될 정도로 흔하다. 우리나라 역시 정확한 통계는 나와 있지 않지만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성경험 연령이 낮아지고, 개방풍조가 확산될수록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바이러스다.

인유두종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모두 암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2년 안에 자연 소실되지만 10% 정도에서 2년 이상 감염이 지속된다. 이렇게 되면 점막세포에 염증이 계속돼 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서서히 암으로 진행된다.

자궁경부암은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이라는 점에서 ‘예방이 가능한 유일한 암’이다. 정부가 백신 예방접종을 적극 유도하고, 국가암검진 권고안을 만들어 만 20세 이상 여성에게 2년에 한 번씩 자궁경부암 검진을 권고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자궁경부암은 초기인 점막에만 침윤됐을 때 제거하면 시술도 간단하거니와 100% 완치할 수 있다. 이른바 '자궁경부 원추절제술'로 해당 부위만 도려내면 된다. 점막 아래층까지 침범했더라도 병기가 1기인 경우(침투 깊이가 3㎜ 미만)라면 이 방식으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또 암 크기가 2㎝를 넘지 않으면 자궁경부와 질 일부만 잘라내고 질과 자궁을 다시 연결해주는 ‘광범위 자궁목절제술’을 시행해 향후 임신과 출산도 가능하다.

자궁경부 원추절제술 그림(자료=강동경희대병원)
자궁경부 원추절제술 그림(자료=강동경희대병원)

하지만 이를 방치해 암세포가 근육층을 넘어 림프절까지 침범하면 자궁을 모두 드러내야 하는 큰 수술을 받아야 하고, 완치 가능성도 크게 줄어든다.

그런데도 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대 여성의 자궁경부암 검진율은 20%에 그친다. 접종률도 50~60%로 외국에 비해 크게 낮다. 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은 성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접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하지만 성 경험이 있어도 백신 접종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백신은 만 12세 여학생이라면 정부가 무료로 접종 지원을 한다. 백신 접종을 권장하는 연령은 9~26세이며, 26~45세 여성도 접종받을 수 있다.

물론 백신을 맞았다고 해도 자궁경부암이 100% 예방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성생활을 시작한 이후에는 정기적으로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을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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