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20.06.05 19:00

제약·반도체·전기전자 강세장 진입…금리 인하로 은행·보험 신음

(자료=네이버금융)
지난 1년간 코스피 움직임. (자료=네이버금융)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국내 증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지수만 놓고보면 완벽히 코로나19를 극복한 모양새다.

5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30.69포인트(1.4%) 상승한 2181.87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대구에서 신천지 신도 관련 확진자가 대규모로 나오기 전인 2월 20일(2195.5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코스닥은 전일 대비 6.94포인트(0.9%) 오른 749.31로 거래를 마쳤다. 오히려 코로나 사태 초기인 1~2월 수준(650~680)을 훨씬 웃돌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발 증시 충격이 끝난 후 주가 회복률은 업종별로 제각각이었다. 감염병 사태로 수혜를 입거나 실적 증대를 입증한 업종은 오른 반면 은행과 보험 등 여파가 남은 업종은 약세장(고점 대비 20% 하락)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다.

코로나 사태 속 저력 입증하거나 기대감 줘야 반등

최근 120일간 코스피·코스닥의 업종 등락률을 살펴보면 의약품(49.3%)이 가장 많이 올랐다. 이어 제약(39.6%), 반도체(24.5%), 전기전자(23.2%), 소프트웨어(20.0%) 등의 순이었다. 이들 업종은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강세장에 진압했다.

의약품은 약물 재창출 전략을 통해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인 일양약품과 부광약품, 신풍제약 등이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일양약품은 러시아에서 백혈병 치료제(슈펙트)를 코로나19 치료제로 하는 임상 3상을 승인받았으며 부광약품과 신풍제약은 각각 B형간염 바이러스 치료제(레보비르), 말라리아 치료제(피라맥스)를 치료제로 하는 임상 2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아직 치료제 개발 성공 단계에는 들어서지 않았지만 그만큼 기대감을 모으면서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와 전기전자는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디지털화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크게 오른 상태다. 여기에 국내 대표 종목 삼성전자에 저가 투자하려는 개인투자자들의 매수가 몰린 점도 강세 요인이었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와 2위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8% 올랐다.

김영건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모바일 D램 수요가 회복되는 시점이 반도체 업황의 턴어라운드 시점”이라며 “모바일 수요 회복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크게 받는 삼성전자의 회복이 가파를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대형 M&A(인수·합병) 기대감도 해당 종목들의 강세를 견인했다. 경영 위기에 빠진 두산그룹이 자회사를 매각키로 하면서 두산솔루스의 보통주와 우선주는 100% 이상 폭등했다.

코로나 사태를 비웃은 인터넷주와 게임주의 초강세도 두드러졌다. 카카오는 넉 달간 65%, 네이버는 32% 치솟았다. 코로나 사태에도 웹과 모바일을 통한 플랫폼 및 광고 매출이 꺾이지 않고 늘어난 영향이다. 대표 게임주인 엔씨소프트는 게임산업 육성 계획 발표 호재, 호실적 입증, 언택트 수요 확대 등의 영향으로 49% 뛰었다.

다만 인터넷·게임주는 타 업종이 부진한 가운데 크게 오른 만큼 당분간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4~5월 가파른 주가 상승에 따른 피로도 상승으로 단기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며 “6월 중순 이후 프리뷰 시즌이 시작되고 2분기 실적이 1분기보다 오히려 개선될 모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조정기간은 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도 약세장인 은행·보험주...반등 여지 있지만 크지 않아

주가가 코로나 유행 이전 시점으로 회복되지 않은 종목들도 대부분 약세장을 탈출했다. 이 와중에 보험(-20.5%), 은행(-18.2%) 업종은 약세장을 면치 못하고 있다. 주가 반등과 개인투자자 확대로 원점 수준을 거의 회복한 증권(-3.4%)과 달랐다.

보험·은행주의 초약세는 무엇보다 기준금리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은행은 코로나19에 대한 경제적 대응 차원에서 기준금리를 3월 0.50%포인트, 5월 0.25%포인트 인하했다. 현재는 사상 최대로 낮은 0.50%다.

보험주는 금리가 인하되면 이자율차 역마진이 발생해 수익성이 저하된다. 특히 금리 인하 속도가 빠를 경우 더 악화된다. 은행주도 금리 인하기에는 예대율차가 좁혀져 이자마진을 성장시키기 어려워진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연체율 증가 우려,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및 라임펀드 관련 불확실성도 은행주에 투자하기 어려운 이유로 지적된다.

물론 최근 은행주와 보험주는 6월 초 상당 부분 반등했다. 최근 닷새간 이들 업종은 10% 내외 오르면서 다른 업종보다 강세를 보였다. 이는 미국과 유럽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되면서 추가 인하 우려가 없어진 해외 은행주가 반등한 영향이다. 또 주요 업종들의 주가 회복이 저평가돼 있는 은행주의 늦은 상승세를 견인하기도 했다.

다만 최근 주가가 급등했지만 더 큰 반등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은행주는 코스피 대비 할인되는 경향이 있다”며 “바이러스 유행 기간 동안 어려워진 업황을 감안하면 할인 경향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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